[골닷컴, 전주] 배웅기 기자 = 지난 시즌 더블(K리그1·코리아컵)을 달성하며 명가재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전북현대가 정정용호의 출범을 알렸다.
전북은 6일 오후 1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정정용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정용(56) 감독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사임한 거스 포옛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게 됐고, 빅클럽 사령탑으로서 '증명'에 나선다.
정정용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비주류의 편견을 씻어낸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현역 시절 프로 경험이 전무한 무명 출신으로 소위 말하는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성장해왔고,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FIFA 주관 남자축구 대회 결승 진출을 이끌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같은 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남자 감독상을 수상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마냥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프로 감독으로 첫 도전장을 내민 서울 이랜드 FC에서는 악재가 겹치며 실패를 경험했지만 이후 김천상무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심을 확신으로 바꿨다. 2023시즌 중도 부임에도 불구하고 K리그2 우승으로 승격을 이뤘고, 2024시즌과 2025시즌 두 시즌 연속으로 K리그1 3위에 올랐다.
전북이 정정용 감독에게 중책을 맡긴 이유는 명확하다. 포옛이 만든 기틀에 디테일을 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선수 개개인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맞춤형 지도 방식 역시 플러스 요소로 작용했다. 현대 축구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자 끊임없이 공부하는 열정도 높이 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정용 감독은 "K리그 최고의 구단에서 저를 선택해 주신 데 있어 이도현 단장님, 마이클 김 테크니컬 디렉터 등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믿고 이 자리에 세워주신 만큼 구단이 원하는 방향과 팬분들께서 기대하시는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운을 뗐다.
전임자인 포옛의 그림자를 지워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울 법하다. 정정용 감독은 "부담이 없지 않아 있다. 포옛 감독님께서 지난해 더블을 달성하신 만큼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동기부여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제가 전북과 함께하게 된 건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방향성에 있어서도 제가 추구하는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시하면서도 시스템을 완성하고 성장시키는 데 목적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김천 사령탑으로서 두 시즌 동안 전북을 상대해 본 것에 대해서는 "재작년과 비교해 지난해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포옛 감독님 체제의 위닝 멘탈리티는 유지하되 전술적으로는 조금 변화를 주고 싶다. 각 포지션에서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를 디테일하게 논의해야 할 것 같고 그 과정에서 경기력으로 보여드린다면 팬분들의 걱정을 믿음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정정용 감독은 김천 시절부터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바 있다.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묻자 "시스템은 구단별로 원하는 방향이 있지만 결국 선수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제가 외적으로 도울 수 있는 건 유소년이 프로로 진출하기까지 구조를 확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분업화되는 게 맞다. (전북 부임을) 결정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초중고, 대학교, K리그2, K리그1,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솔저(soldier·군인) 팀까지 지도자로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해봤다. 마지막으로 K리그 최고의 팀에서 감독을 할 수 있게 돼 영광이고 꽃을 피우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스포츠 구단이라면 분업화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올해부터 테크니컬 디렉터가 의무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태껏 감독 중심의 문화였다면 이제는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소통해야 한다. 분업화해 상의한다면 건강한 구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임 모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정용 감독은 "3선에서 왕성한 활동량과 지능적인 움직임으로 빌드업을 시도할 것이다. 측면에서는 상황에 따라 풀백이 공격에 가담해야 하고 윙어와 유연한 합이 필요하다. 볼을 탈취했을 때 점유율을 높이기보다 빠르고 간결히 상대 진영까지 침투해 마무리하는 게 기본적인 게임 모델"이라며 "짧지만 4~5주 동안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고 선수들의 능력 역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각자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주입식보다는 선수 개개인에 맞게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리그에 몸담고 있는 선수 중 정정용 감독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이는 없다시피 하다. 김천에서 지도한 선수만 해도 7명(이주현·김태현·맹성웅·이영재·김진규·이동준·김승섭)이다. 정정용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쳐 웬만한 선수는 머릿속에 있다. 김천에서도 가르친 선수가 많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정용 감독이 '제2의 정정용'을 꿈꾸는 비주류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일까. "조언해 줄 정도는 아닌데"라며 웃어 보인 정정용 감독은 "버티고 버티다 보니 이 자리에 있다. 대한축구협회(KFA) 전임강사 시절 많은 지도자와 한 이야기가 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선수는 백 명 중 한 명이 될까 말까다. 그렇다고 나머지 아흔아홉 명이 지도자로 성공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물론 좋은 선수로 성장했다면 배가되는 점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선수로 성공한다고 무조건 좋은 지도자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조금이나마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 감사하다. 앞으로도 그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고 갈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전북 부임이 확정된 뒤 정정용 감독은 수많은 축하 연락을 받았다. '정녕 그 길을 가야 하냐'고 걱정하는 지인도 있었다. 정정용 감독은 "포옛 감독님께서 원체 잘하셔서 그런 이야기를 하신 것 같다. 분명 힘든 날이 올 텐데 그때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으로 봤을 때 전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박물관도 만들었는데, '제10대 감독'이라는 수식어보다는 우승 트로피로 남고 싶다. 언젠가 떠나야 할 시기가 왔을 때 포옛 감독님처럼 멋있게 떠나고 싶다"며 웃었다.
목표는 당연하게도 우승이다. 정정용 감독은 "당연히 우승을 생각하고 있다. ACLE(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욕심도 있다. 연령별 대표팀 시절 국제 대회를 많이 다녔는데, 김천에서는 두 시즌 연속으로 3위를 하면서도 (군 팀 특성상) ACLE에 진출하지 못해 목마름이 있었다. 해소할 기회가 생긴 만큼 잘 준비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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