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성남] 강동훈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포항스틸러스 김기동(50) 감독은 대승을 거뒀는데도 불구하고 기뻐하지 않았다. 이날 모처럼 선발 출전 기회를 받거나, 그동안 출전 시간이 부족했던 선수들을 선발로 출전시켰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포항은 5일 오후 7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심동운(32)에게 선제 실점을 헌납했으나, 후반전에 김승대(31)의 멀티골에 더해 임상협(33)과 허용준(29)이 한 골씩 보태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이날 대승을 거둔 포항은 최근 2연승이자 3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상승세의 흐름을 유지했다. 순위는 3위(9승6무5패·승점 33)를 지켰고, 한 경기를 더 치른 상황에서 2위 전북(승점 35)과 격차를 2점 차로 좁혔다.
김기동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경기를 못 나갔던 선수들 위주로 선발 명단을 구성하면서 '교체 없이 90분 동안 실력을 증명했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줘서 화가 나 쓴소리를 했다.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왜 출전을 못 하는지 다시 생각하면서 느꼈으면 한다"고 토로한 뒤 "전반전과 후반전 같은 팀이다. 같이 훈련하고, 생각하고, 미팅하는 데 왜 다른지 아쉽다"고 총평했다.
이어 "후반에 들어간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해주면서 대승을 거뒀다. 이기려는 의지, 싸우려는 의지를 잘 보여줬다"며 "다음 홈 2연전인 만큼 4연승까지 바라볼 수 있다. 선수들한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경기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 앞에서 힘을 못 썼던 허용준이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김기동 감독은 "지난번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서 물어봤는데, 몰랐다고 하더라. 오늘은 헤딩이나 위치선정, 만들어가는 과정 모두 최고였다"고 칭찬했다.
김승대가 2경기 연속 멀티골을 터뜨렸다. 김기동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도 그렇고, 승대가 다시 살아나서 너무 뿌듯하다"면서 "이전부터 미팅을 많이 했다. 1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나눴는데, 본인이 잘 따라와 줬다. 능력이 있고 가진 게 많은 선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음 경기가 수원삼성전이다. 김기동 감독은 "상대 분석을 우선적으로 한 후에 거기에 맞는 선수들을 내보내는 게 맞다. 일요일 경기까지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 훈련하면서 결정을 하려고 한다"면서도 "오늘 전반전에 실망이 커서 후반전 선수들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한편 이날 패배로 6경기째 승리를 챙기지 못한 성남은 순위표 12위(2승6무12패·승점 12)에 그대로 머물렀다. 김남일(45)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전반과 후반 초반까지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는데, 후반 시작해서 (이)종호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온 게 아쉬웠다. 그게 골이 됐다면 흐름을 더 가져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포항은 찬스가 왔을 때 살렸고, 저희는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그 부분이 실망스럽다. 지금 상황이 굉장히 괴롭고 힘들지만 아직 경기가 남아있으니 후반기도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서 뛰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면서 "팬분들에겐 드릴 말씀이 없다. 결과가 나오지 않아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