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롭Goal Korea

“다신 전화하지 마!”... 클롭이 함부르크에 화낸 이유는? [GOAL STORY]

[골닷컴] 정재은 기자=

위르겐 클롭은 성공적인 감독이다. 14년 만에 리버풀 품에 빅이어를 안겼고, 30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쥐어줬다. 리버풀 전에는 도르트문트가 있다. 7년 동안 도르트문트를 지휘한 그는 두 차례 독일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지그날 이두나 파크의 ‘레전드 감독’으로 남았다. 

그런 클롭을 보며 함부르크는 두고두고 아쉬워한다. “다시 전화하지 마”라고 화낸 클롭의 목소리가 여전히 귀에 아른거린다. 왜일까? <골닷컴> 독일 에디션이 ‘옛날옛적 이야기’를 들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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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롭Goal Korea

 ‘클로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디디’ 

“우리는 그때 위르겐 클롭을 데려올 수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는 못 갔을지 몰라도, 오늘날 함부르크의 모습은 좀 달랐을 수 있다.” 수년 전, 함부르크 전 이사 베른트 호프만이 <골닷컴> 독일 에디션에 말했다.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호프만 전 이사는 디트마어 바이어스도어퍼 전 스포츠디렉터, 카트야 클라우스 전 단장과 함께 함부르크의 새 감독으로 클롭을 고려했다. 클롭은 마인츠와 2.분데스리가에서 승격을 위해 싸우는 중이었다. 함부르크 이사진 3인은 마인츠 곤젠하임에 있는 클롭의 집을 방문했다. 

호프만과 클라우스는 클롭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바이어스도어퍼는 조금 탐탁지 않았다. 그는 함부르크같이 전통적인 팀에 ‘클로포(Kloppo)’라는 별명을 가진 감독이 과연 어울릴 지 의문이 들었다. 클롭이 웃으며 말했다. “‘디디’라는 이름의 디렉터가 함부르크에 있지 않나?” 디디는 바이어스도어퍼의 별명이었다. 

클롭의 재치에도 바이어스도어퍼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클롭이 몇 년 전 독일 일간지 <빌트>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베른트 호프만과 카트야 클라우스는 나를 원했다. 하지만 ‘디디’ 바이어스도어퍼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그는 스카우트 한 명을 보내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관찰하게 했다. 그는 내가 ‘이렇게’ 생겨서 놀랐다.” 

Jurgen KloppGetty

찢어진 청바지, 3일 동안 안 깎은 수염… 탈락!

함부르크는 클롭 외에도 3명을 후보군에 뒀다. 프레드 루터(당시에인트호번), 크리스티안 크로스(당시 바셀), 브루노 라바디아(당시 그로이터 퓌어트)였다. 바이어스도어퍼가 고용한 스카우트진은 아침 8시부터 퇴근할 때까지 후보 4인의 세세한 부분을 모두 기록하고 비교하며 1점부터 4점까지 점수를 매겼다. 정시성, 옷차림, 팬들과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 훈련, 전술, 동기부여 등 하나부터 열까지 면밀히 뜯어봤다. 그 결과, 클롭은 꼴찌에 가까웠다. 

클롭이 나중에 ‘테스트 결과’를 말했다. “함부르크는 나를 이렇게 평가했다. 언론에 버릇없이 굴고, 시간도 안 지키고, 구멍 뚫린 바지를 입는 흡연자라고.” 여기에 하나 더 있다. 3일 동안 수염을 안 깎는 사람. 바이어스도어퍼는 이런 사람을 함부르크 감독직에 앉힐 수 없다고 했다. 호프만 전 이사가 설명한다. “당시 우리 눈에 구멍이 뚫린 바지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우리 이사진은 위르겐 클롭을 선임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의견을 모았다.”

 “뭐? 언론에 버릇없이 군다고? 대체 무슨 말이야?

그렇게 클롭은 함부르크 후보군에서 떨어졌다. 그는 “나는 흡연자는 맞다”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다른 건 모두 사실과 달랐다. 클롭은 스포츠 전문 매체 <에르엔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 마음이 아팠다. 나보다 시간 약속을 더 잘 지키는 사람은 없었을 거다. 시간을 안 지키는 건 절대 사실이 아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시간을 어긴 적이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다. 마지막에 뭐라고? 언론에 버릇없이 군다고 그랬지. 대체 뭔 말이야? 그리고 내 별명 클로포. 권위가 떨어져 보인 건가?” 

“그런 별명이 있다고 내가 존중을 못 받는 게 아니다. 내가 마인츠에서 감독으로 훈련을 시작했을 때, 내 선수들은 과거 내 동료들이었다. 그들이 갑자기 나를 '클롭 씨'라고 불러야 하나? 함부르크에서는 ‘클로포’라고 불리는 사람은 존중할 수 없다고 생각했나 보다.”

위르겐 클롭Goal Korea

클롭의 통보, “다신 내게 전화하지 마!”

지금은 응어리가 모두 사라졌지만, 그땐 화가 좀 났다. 심지어 클롭은 함부르크에 살 집까지 알아봤다. 바이어스도어퍼가 클롭에게 뒤늦게 연락해 후보에서 떨어졌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클롭은 당시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잘 들어. 나한테 관심있다고 했어도 나는 이렇게 말하려고 했어. 꿈 깨. 다신 내게 전화하지 마. 나는 함부르크에 가지 않을거야. 나는 축구 감독이야.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된다면, 너희는 틀렸어. 우리는 함께 일할 수 없어.” 

1년 후에 어떻게 됐을까? 바이어스도어퍼와 호프만은 갈라섰다. 이후 다시 함부르크 이사진에 합류했지만, 여전히 성공하지 못했다. 바이어스도어퍼는 과거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인정했다. 3일 동안 수염을 깎지 않고 시간 약속도 안 지키던 그 감독은 2008년 도르트문트로 향해 두 차례 우승했고, 포칼도 한 번 들어 올렸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향했다. 클롭이 향할 당시 도르트문트는 선수단도 부실했고, 재정적 문제도 있는 상태였다. 

7년 후 구멍 뚫린 바지를 입은 감독은 우승의 ‘우’자도 꺼내기 힘들어 보이던 리버풀로 향했다. 그 후에 일어난 일은, 여러분이 아는 대로다. 클롭이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가끔 우리의 삶에는 운이 필요하다.” 

아트웍=디자이너 박성재 
사진=Getty Images,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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