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카메룬전대한축구협회

[홍재민.칼럼]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 티저 리뷰

[골닷컴] 얼마 전, <인어공주> 실사판 티저가 공개되었다. 찬반양론이 일었다. 어느 편에 설지보다 ‘이 짧은 영상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 난리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바타 2> 티저도 세계적 관심사였다. 소문난 잔치는 역시 예고편부터 뭔가 다르다. 9월 벤투호는 카타르 월드컵 티저 두 편을 공개했다. 11월 개봉될 본편을 얼마나 담았을까? 기대감을 부르는 내용이었을까?

일단 상대국 이야기. 주인공이 돋보이려면 무찔러야 할 상대가 중요하다. 팬들도 주인공이 맞설 상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정체를 드러낸 상대는 코스타리카와 카메룬이었다. 대체로 김샌다는 반응이었다. 월드컵 전 완전체의 마지막 실전인 만큼 좀 더 묵직한 상대를 원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리라. 현실은 그런 바람을 거부했다. 같은 기간에 강팀들은 UEFA네이션스리그를 치르느라 바빴다. 그렇다고 브라질을 또 유혹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럽으로 나간들 강력한 스파링 파트너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무엇보다 코스타리카와 카메룬은 엄연히 카타르 월드컵 출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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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타리카전: 화끈한 시작과 끝, 그런데 웃긴 영화야 슬픈 영화야?

이번 평가전을 앞두고 파울루 벤투 감독은 “다른 방법을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코스타리카전이 시작되자마자 그게 무슨 말인지 드러났다. 자기 진영에서 소모적인 볼 돌리기가 없어졌다. 전진 과정이 간결해졌다.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27분 만에 황희찬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우레와 같은 함성 발사. 1-2로 끌려가던 경기 막판 손흥민이 환상적인 프리킥 동점골을 터트렸다. 전방 압박도 좋았고, 빌드업을 가장한 도망 다니기도 없었다. 코스타리카전의 앞과 뒤는 긍정적이었다. 해당 부분들만 편집해서 보인다면 제3자는 벤투호에 후한 점수를 매길 것이다.

문제는 그 중간이었다. 벤투호의 옆구리가 부실했다. 상대가 측면으로 빠르게 들어올 때마다 주저 없이 길을 터줬다. 양쪽 풀백들은 일대일에서 쉽게 뚫렸다. 도우려고 내려오는 동료는 없었다. 빠른 좌우 영역 전환에 대처가 부정확했다. 멋지게 넣고 쉽게 먹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카타르 에듀케이션시티스타디움에서 공개될 본편에서도 이런 장면이 연출되면 벤투호의 흥행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알다시피 한국의 3, 4선은 11월 국내 소집이 가능하다. 코스타리카전은 이때 벤투호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 한판이었다.

코스타리카는 군대가 없는 나라다.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혼돈의 이웃들과 비교하면 코스타리카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사회다. 역사와 지정학적 배경, 평화에 대한 선진적 시민의식 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월드컵 본편이 흥행에 성공하려면 벤투호도 균형을 찾아야 한다. 1, 2선의 공격력과 3, 4선의 수비 조직력 사이에서 대표팀이 균형을 이뤄야, 모두가 원하는 평화가 온다.

정우영 코스타리카전대한축구협회

# 카메룬전: 신세대 스타의 분량이 본편에 없을지도!

두 번째 티저에서는 액션씬이 줄어들었다. 그 대신에 벤투호는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카타르에서 32개국은 누구든 신중하고 치열하다. 월드컵이 원래 그런 무대다. 자신들의 대표팀이 ‘닥공’으로 골을 펑펑 터트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팬은 거의 없다. 목표는 딱 하나, 승리다. 중간에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들 엔딩씬에서 웃는 게 제일 중요하다. 알다시피 카메룬은 만만한 팀이 아니고, 한국은 1-0으로 승리했다. 이거 굉장히 좋은 결과다.

두 번째 티저 공개를 앞두고 언론과 팬의 최대 관심사는 이강인의 등장 여부였다. 6만여 명이 이름을 외치든 말든 벤투 감독은 “선수 개인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판단한다”라는 원론을 고수했다. 벤투호는 출범한 지 4년이나 되는 팀이다. 월드컵이 끝날 때마다 나왔던 반성 중 하나인 연속성을 한국 축구가 획득한 셈이다. “쓰는 선수만 쓴다”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벤투 감독은 자기 스타일로 월드컵 사이클을 완주했다. 그렇게 버티니까 이제 대표팀 안팎에서 “그래서 팀이 단단해졌다”라는 말이 나온다. 직접 뛴 손흥민도 그렇게 말했고, 밖에서 본 선배 구자철도 ‘이하 동문’이다.

카메룬전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강인의 분량이 미미하거나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는 힌트를 줬다. 4년 동안 준비해온 감독이 본편 촬영 직전에 ‘젊은 스타’가 돋보이도록 시나리오를 수정하라는 주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대답은 ‘노’일 것이다. 심지어 주체가 고집 센 벤투 감독이라면 더 그렇다. 라리가 주전이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못 뛰는 상황이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을지 몰라도 최소한 벤투호의 선장에겐 ‘그럴 수도 있지’가 될 수 있다. 본편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번에 공개된 티저 두 편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현상을 정리하자. 벤투 감독은 4년을 준비했다.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 이강인은 백업 공격수다. 팀이 어려울 때 기회가 생기는 위치다. 정성껏 준비했던 시나리오가 헝클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위기에 빠지거나. 카타르 월드컵에서 그런 상황과 이강인의 분량은 반비례할 것 같다. 어느 쪽에 마음을 더 쓸지는 <인어공주> 찬반 정하기보다 훨씬 난감하다.

벤투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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