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천안종합운동장] 서호정 기자 = 전반 40분까지 벤투호의 경기력은 크게 흠잡을 데가 없었다. 경기를 지배했고, 중앙을 거쳐 측면을 뚫으며 좋은 공격 장면을 잇달아 만들었다. 박주호와 황인범의 연속 골이 나오며 2-0으로 리드할 때만 해도 기분 좋은 승리가 예상됐다.
흐름은 전반 종료 직전 2분을 버티지 못하며 크게 뒤틀렸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무너지며 추격을 허용한 게 화근이었다. 파나마는 뒤지던 경기를 쫓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 후반에 자기 경기력을 발휘했다. 반면 한국은 실수를 범하며 파나마의 기세에 기름을 부었다. 작은 방심과 집중력 부족이 만든 거대한 흐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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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한국은 파나마와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FIFA랭킹에서 한국보다 15계단 아래인 70위고, 앞선 일본 원정에서 0-3으로 패하고 온 만큼 우루과이를 2-1로 누른 한국이 낙승을 거둘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우루과이를 꺾는 성과를 내며 취임 후 3경기 무패(2승 1무) 가도를 이어 간 파울루 벤투 감독도 선발라인업에서 여유를 드러냈다. 지난 우루과이전과 비교하면 5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변화는 수비진에 집중됐다. 조현우가 김승규 대신 골문을 지켰고, 왼쪽 풀백 박주호와 센터백 김민재가 홍철, 김영권 대신 선발 출전했다. 황인범도 정우영 대신 기성용의 파트너를 봤다. 공격에서의 변화는 최전방에 황의조 대신 출전한 석현준뿐이었다. 2선의 손흥민, 남태희, 황희찬은 우루과이전 그대로였다. 김영권과 이용도 연속 선발 출전했다.
전반 4분 만에 한국의 선제골이 나오며 자신감이 증명됐다. 컷인 플레이의 정석이었다. 황희찬이 페널티박스 안 오른쪽 측면을 파고 들어 내준 공을 반대에서 쇄도해 온 박주호가 왼발 슛으로 연결했다. 강하게 날아간 공은 수비를 맞고 살짝 휘며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21분에는 황인범과 손흥민의 연계 플레이가 황희찬에게 찬스를 열었다. 황희찬의 슛은 골키퍼와 골대를 차례로 맞고 나왔다.
전반 32분 이날 컨디션이 좋아 보이던 황인범이 A매치 데뷔골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선제골과 비슷한 과정이었다. 손흥민이 페널티박스에서 자신에게 3명의 수비가 붙자 순간적으로 아크 정면에 공을 내줬고, 기다리고 있던 황인범이 정확한 슈팅으로 골을 터트렸다. 경기의 기세가 완전히 한국으로 넘어왔고, 경기장 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 44분 파나마의 추격골이 나왔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아르만도 쿠퍼가 감은 프리킥이 올라왔고, 압디엘 아로요가 김민재보다 앞서서 헤딩을 하며 깔끔하게 골을 만들었다. 이 장면에서 벤투호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역방어를 세트피스 수비의 기본 개념으로 삼지만, 김민재만이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뿐 나머지 선수들은 공을 따라가지 못했다. 맨투맨에 익숙한 한국 선수들의 단점이 나왔다.
문제는 굉장히 안 좋은 흐름에서의 실점이었다. 경기 시작 후, 경기 막판 5분 동안의 집중력은 모든 지도자가 강조한다. 한국은 무너져 가던 파나마가 자신들의 경기력에 믿음을 가질 수 있는 회생의 기회를 주고 말았다.
결국 후반 3분 만에 우려가 현실이 됐다. 동점골을 허용했다. 조현우가 평범한 킥을 불안하게 내줬고, 황인범을 거쳐 남태희가 다시 뒤로 연결한다고 한 패스가 파나마의 롤란도 블랙번에게 향했다. 공을 잡은 블랙번은 한국 수비가 붙기 전 아크 정면에서 빠른 타이밍의 슛을 날렸고, 조현우의 방어 범위를 빠져나가며 골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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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가 오른 파나마의 경기력엔 힘이 붙었다. 강한 전방 압박으로 한국의 실수를 유도하며 빠르게 공격을 전개했다. 후반 25분에는 미구엘 카마고의 묵직한 중거리 슛이 조현우를 날게 만들었다. 거리와 관계없이 날아오는 파나마의 강력한 슈팅은 위협적이었다.
한국도 후반 13분 손흥민이 강력한 오른발 프리킥과 후반 막판 남태희의 헤딩 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골키퍼에게 막히거나 골대를 벗어났다. 완전히 리듬이 살아 난 파나마는 후반 추가시간 문전에서 완벽한 찬스를 잡았지만 공격수의 실수로 골을 넣지 못했다. 패배 위기에 몰렸던 것은 벤투호였다.
파나마의 경기력은 후반으로 갈수록 좋아진 반면, 한국은 후반으로 갈수록 헤맸다. 실수와 방심이 뭉치며 나온 실점이 파나마를 강하게 만들었다. 벤투호는 2승 2무의 무패 기록을 이어갔지만, 4경기 중 가장 나쁜 모습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