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 홍정호한국프로축구연맹

경쟁 속에서도 ‘훈훈한 사제지간’ 보여준 홍명보 감독과 홍정호

[골닷컴, 울산] 박병규 기자 = “제가 항상 가르쳐주던 것을 참 못했는데 이번에는 잘했더라고요” 울산 현대의 홍명보 감독이 우승 경쟁을 다투는 경쟁자이자 애제자였던 전북 현대의 수비수 홍정호를 향해 애증 섞인 말을 건넸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울산과 전북은 10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29라운드 ‘현대가 더비’에서 0-0 무승부를 거두었다. 이로써 선두 울산(승점 55점)과 2위 전북(승점 51점)의 격차는 여전히 4점 차로 팽팽함을 유지했다. 


주요 뉴스  | " 축구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 모음.zip""

경기를 주도했던 울산으로서는 승리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지만 원정에서 패하지 않은 것에 의의를 둔 전북으로서는 안도감이었다. 특히 후반 막판 울산 이동준의 헤딩 슛이 극적인 결승골이 될 수 있었지만 홍정호가 온몸을 날려 공을 가까스로 걷어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기사는 아래에 이어집니다

경기 후 수훈 선수로 공식 인터뷰에 참석한 홍정호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승점 1점을 얻었지만 승리를 원한 경기였다. 울산과의 4점 차를 생각하고 경기를 임한 것이 결과적으로 잘 되지 않았다. 우리의 플레이가 나오지 못했다”라며 강한 아쉬움을 표했지만 이내 승점 1점을 딴 것에 만족하겠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북은 울산에 고전했고 실점 위기의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홍정호 역시 이에 공감하며 가장 아찔했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후반 마지막 이동준의 슛이 골대로 향했다.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한 뒤 “전반에 경기를 하면서 울산이 계속 뒷공간을 노렸다. 그래서 원두재가 공을 잡았을 때 뒷공간을 대비하자고 강조했지만 후반에 공간을 또 허용했다. 그러다 이동준이 빨랐고 공이 골대로 향할 것 같아서 미리 움직인 것이 막는데 도움이 되었다. 운이 좋았다”라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전북 홍정호한국프로축구연맹

그는 후반 막판 종아리에 쥐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물고 뛰었다. 전북이 교체 카드를 사실상 3장밖에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 그가 빠지면 큰 타격이었다. 이에 대해 “사실 교체 카드를 쓸 수 없다는 것을 인지 못했다. 그저 경기에 집중해서 끝까지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우리가 밀린 상황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고 다행히 끝까지 마무리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최후방 송범근 골키퍼도 실수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 수비수로서는 든든함이 없어 되려 불안하지 않았는지 묻자 “경기 전에 범근이가 골대 앞 잔디가 올라와서 디딤발이 많이 파인다며 백패스를 줄여 달라고 했다. 그런데 울산이 우리를 압박하다 보니 볼을 골키퍼에게 연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점은 우리 잘못도 있다. 하프 타임과 경기 중에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꾸짖기보다는 칭찬을 해야 잘할 수 있다. 물론 마지막의 수비 이후 범근이가 고맙다고 했다”라며 후배를 감싸 주었다.


주요 뉴스  | " 토트넘 선수들의 연애 전선은?"

이날 현장에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관전하고 있었다. 대표팀을 향한 욕심이 없는지 묻자 “대표팀에 가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현재 다른 수비수들이 잘하고 있다. 감독님이 원하는 스타일이 있고 나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소속 팀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대표팀 생각은 크게 하고 있지는 않지만 잘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덤덤히 답했다. 

홍정호 국가대표대한축구협회

앞선 인터뷰에서 홍명보 감독은 홍정호의 마지막 수비 장면에 대해 ‘항상 가르쳐주던 것을 참 못했는데 이번에는 잘했다’라며 애증이 담긴 쓴소리를 했다. 물론 그의 능력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들은 홍정호는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2012 런던 올림픽을 목표로 홍명보 감독이 20세 이하 대표팀을 맡으며 3년 동안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였다. 이때 장래성 높은 홍정호와 한국 최고의 수비수였던 홍명보 감독이 사제지간으로 만났다. 선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배움의 기회였다.

홍정호는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홍명보 감독님께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수비에 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고 정말 많이 성장했다. 하나하나 일일이 말할 순 없지만 감독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 항상 감사하다. 가끔 안부를 드린다”라며 추억을 꺼내 들었다.

이어 “올 시즌 감독님이 울산에 부임한다는 소식에 기뻤다. 경기장에서 빨리 뵙고 싶었고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이때까지 총 3번을 만났는데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다음 우리의 홈에서는 전북이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훈훈한 경쟁을 예고했다. 

홍정호 아우크스부르크gettyimages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시절의 홍정호)

두 팀은 매 시즌 치열한 우승 경쟁을 다투고 있다. 예년과 달리 올 시즌 울산이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묻자 홍정호는 “항상 지금쯤 울산이 앞서고 있었고 우리가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막판에 무너지는 울산이었는데 최근에는 단단하다고 느낀다. 이번 대결에서 패하면 (우승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만큼 중요한 경기였다"라고 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님 부임 후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작년에는 우리가 이긴 기억뿐이었는데 올해는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준비 과정에서 선수단이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우리가 준비했던 플레이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공 받는 것을 두려워했고 시야가 좁아진 것 같았다”라며 달라진 상대와 전북의 아쉬운점을 꼽았다.  ​

홍정호 전북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도 가졌다. 그는 “오늘 경기를 통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현재의 승점 1점이 나중에 크게 작용할 것이다. 빨리 울산을 추격하고 반등하는 시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부진을 떨친 뒤 선두를 탈환하겠다고 강하게 다짐했다.

사진 = Getty Images,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