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우려되는 점이 없는 건 아니다. 홀슈타인 킬은 기본적으로 팬 베이스도 소규모에 해당하고, 구단 자금력도 떨어진다. 실제 홀슈타인 킬의 선수단 시장 가치는 1150만 유로로 2부 리가에서도 밑에서 5번째에 해당한다. 즉 2부 리가에서도 선수단 개개인의 객관적 전력 및 구단 가치와 재정 능력에서 하위권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홀슈타인 킬이 지난 시즌 승격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전임 감독 마르쿠스 앙팡의 지도력에 기반하고 있다. 2016/17시즌, 홀슈타인 킬 지휘봉을 잡은 그는 부임 첫 해 팀을 2부 리가로 승격시켰고, 곧바로 승격 첫 해 승강 플레이오프권으로 견인했다. 이러한 역량을 인정받아 그는 분데스리가에서 2부 리가로 강등된 분데스리가 초대 챔피언 팀 쾰른 감독으로 부임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발터가 앙팡이나 율리안 나겔스만(호펜하임), 도메니코 테데스코(샬케)처럼 프로 팀을 맡자마자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할 뿐 검증된 건 아니다. 유스 감독과 프로 감독은 어디까지나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홀슈타인 킬은 팀의 원투 펀치가 모두 떠났다. 2부 리가 득점왕인 마빈 두크슈(18골)와 에이스 드렉슬러가 바로 그 대상이다(상단 사진의 2명이 바로 드렉슬러와 두크슈). 두크슈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두크슈와 마찬가지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유스 공격수 야니 세라를 영입했고, 드렉슬러가 떠나자 곧바로 이재성을 영입했다.
문제는 세라의 경우 전혀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라는 데에 있다. 21세 이하 독일 대표팀에서 뛸 정도로 재능은 있으나 아직 프로 무대에서 골이 없다. 심지어 지난 시즌 후반기, 2부 리가 구단 보훔으로 임대 되어 12경기에 출전했음에도 무득점에 그쳤다. 이것이 도르트문트가 그를 포기하게 된 이유이다.
두크슈 같은 확실한 해결사가 있었다면 이재성도 적응하기 한결 쉬웠을 것이다. 게다가 상대 팀들도 2부 리가 득점왕을 집중 견제했을 것이 분명하기에 한결 편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크슈도 없는 현 시점에서 홀슈타인 킬 선수들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선수가 이재성인 만큼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상대 팀 수비수들의 견제가 심하게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홀슈타인 킬에 외국인 선수는 레드 불 잘츠부르크에서 임대로 영입한 마티아스 혼자크가 유일하다는 사실이다. 그마저도 오스트리아인으로 같은 게르만 혈통이다. 주전 골키퍼 케네스 크론홀름의 경우 미국 태생이지만 어려서 독일로 이주해와서 이중국적(독일-미국)을 보유하고 있고, 가나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킹슬리 쉰들러는 함부르크에서 출생한 독일(부친)-가나(모친) 혼혈이다. 그 외 데이빗 킨솜비(콩고 민주 공화국)와 우투쿠 젠(터키), 노아 아우쿠(가나) 역시 모두 독일에서 태어난 이민자들이다.
즉 이재성은 사실상 홀슈타인 킬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인 셈이다. 당연히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무래도 타지에선 같은 처지에 놓인 외국인 선수들끼리 친해지기 마련이다.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 입단했을 당시 가장 많이 도와준 선수는 다름 아닌 일본 대표팀 주장 하세베 마코토였다. 같은 입장에서 도와줄 외국인 선수가 없다는 점에서 독일 생활 적응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위험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