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ihad Stadium Champions League

UEFA와 대립, 맨시티 팬들은 왜 챔스 외면하나?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올림피크 리옹에 충격패를 당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이는 단지 경기 결과 때문만이 아니었다.

맨시티는 20일(한국시각) 리옹을 상대한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F조 1차전 홈 경기에서 1-2 패배를 당했다. 맨시티는 전반에만 두 골을 실점한 후 후반 베르나르두 실바의 만회골로 리옹을 추격했으나 끝내 동점골을 뽑아내지는 못했다. 홈에서 추격전을 펼친 맨시티의 뒷심에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맨시티는 67분 실바의 만회골 이후 경기 마지막 23분간 팀 전체를 통틀어 드리블 돌파 횟수가 단 1회에 그쳤을 정도로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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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 눈에 띈 건 무뎌진 맨시티의 공격력 만큼이나 조용했던 경기장 분위기였다. 이날 집계된 공식 관중수 기록은 4만111명.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최다수용인원은 5만5097명이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홈 경기당 평균 관중수 5만3812명을 기록했다. 이어 맨시티는 홈에서 3경기를 치른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평균 관중수 5만3758명을 기록 중이다.

즉, 맨시티는 유럽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인 챔피언스 리그에서 치른 올 시즌 첫 경기 관중수가 매주 열리는 자국 리그에서보다 1만 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대다수 경기가 주말에 열리는 프리미어 리그와 달리, 챔피언스 리그가 주중 경기여서 관중몰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은 합리적이지 않다. 맨시티는 올해 프리미어 리그 주중 홈 경기에서 1월 왓포드전 5만3556명, 웨스트 브롬전 5만3241명, 5월 브라이턴전 5만4013명으로 3경기 모두 관중수가 5만 명을 훌쩍 넘겼다.

지난 시즌 맨시티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기록한 홈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4만8050명이다. 이는 같은 기간 프리미어 리그에서 맨시티가 기록한 관중수 5만3812명과 5000명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다. 맨시티는 시티 풋볼 그룹의 구단 인수가 10년 차에 접어든 데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후 현재 팀 전력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으며 구단 역사상 최초의 유럽 무대 정상 등극을 꿈꾸고 있다. 다만, 정작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찾는 관중이 적은 건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 맨시티 팬들은 왜 UEFA와 대립하나?

맨시티의 챔피언스 리그 홈 경기 관중수가 줄어드는 원인은 팬들이 UEFA에 수년째 강한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맨시티는 UEFA의 또다른 주관 대회 유로파 리그에 출전했다. 포르투 원정에 나선 맨시티는 경기 도중 흑인 공격수 마리오 발로텔리가 상대 팬들에게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당해 이를 UEFA에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나 UEFA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포르투 구단에 벌금 단 2만 유로(약 2500만 원) 부과로 사건을 일단락했다.

이로부터 불과 몇 주 후에는 UEFA의 '솜방망이 징계'에 불만을 품고 있던 맨시티 팬들을 더 격분하게 만든 추가 사건이 일어났다. 맨시티는 유로파 리그에서 스포르팅 CP와의 경기 후반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드레싱 룸에서 운동장으로 나왔다는 이유로 벌금 3만 유로(약 3900만 원) 징계를 받았다. 이에 맨시티 팬들은 단 몇 초 차이로 드레싱 룸에서 늦게 나왔다는 이유로 인종차별 행위를 용인한 포르투보다 더 큰 징계를 받았다는 데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UEFA를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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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맨시티 팬들은 구단이 UEFA의 파이낸셜 페어플레이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유럽클럽대항전 출전 선수 인원을 제한받는 징계를 받은 데도 불만을 품었다. UEFA가 유럽 전통의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물론 '신흥 부호' 파리 생제르맹 등과는 달리 유독 맨시티에만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이처럼 일부 맨시티 팬들은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은 그저 기존 기득권을 누린 구단이 새로운 강자의 등장을 막으려는 제도로 보고 있다.

이어 맨시티는 2014년 무관중 홈경기 징계를 받은 CSKA 모스크바 원정을 앞두고 원정 응원단 파견을 포기했는데, 정작 TV를 통해 중계된 경기 장면에 수백명의 상대팀 팬들이 포착돼 불만이 폭발했다. 이 시기를 전후로 대다수 맨시티 팬들은 아예 UEFA 주관 대회 경기를 찾지 않거나 경기 전 챔피언스 리그 주제가가 울려퍼지면 야유를 보내고 있다.

# 과르디올라 감독, 사태 수습 나섰다

지난 2016년 여름 맨시티 사령탑으로 부임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동안 줄곧 팬들에게 UEFA와의 대립을 멈추고 팀을 응원하는 데 집중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스페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독일, 맨시티에서 잉글랜드 무대를 차례로 평정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1년 바르셀로나를 이끌고 개인 통산 두 번째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달성한 후 7년째 유럽 챔피언 자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사상 첫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노리는 맨시티 구단 운영진 만큼이나 과르디올라 감독도 유럽 정상을 갈망하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2016-17 시즌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앞두고 대회 주제가가 울려퍼지자 이에 야유를 쏟아낸 홈 팬들을 향해 "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을 팬들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과거 맨시티와 UEFA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여기에 없었다. 그러나 팬들이 지난 일은 잊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후 맨시티의 챔피언스 리그 홈경기 관중수는 소폭 상승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하기 전인 2015-16 시즌 4만7065명에 그친 맨시티의 챔피언스 리그 홈경기 평균 관중수는 지난 시즌 약 1000명이 상승한 4만8050명으로 근소하게 올라섰다. 그러나 여전히 맨시티의 챔피언스 리그 홈경기를 볼 때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 곳곳에 빈 자리를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수준이다. 이와 달리 매년 챔피언스 리그 정상을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은 자국 리그와 유럽 무대에서 집계되는 홈경기 관중수에 큰 차이가 없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맨시티 구단 측은 유럽 챔피언 등극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려면 팬들도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일관된 응원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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