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이변은 없었다. 예상대로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신인왕은 아네르스 드라위에르(27·샌디에이고 FC)에게 돌아갔다. 드라위에르와 같이 후보에 오르면서 경쟁한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 FC)은 큰 격차로 2위에 머물렀다.
MLS 사무국은 5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인왕으로 드라위에르이 선정됐다고 발표하면서 “올해 샌디에이고 FC의 두 번째 지명 선수로 영입된 드라위에르는 단일 시즌 구단 최다 공격포인트(34경기 19골·19도움)를 기록했다. 이는 MLS 역대 단일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 3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드라위에르는 올 시즌 샌디에이고 FC의 64골 중 59.4%에 기여하면서 서부 콘퍼런스 1위로 이끌고 내년도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출전 자격을 얻는 데 크게 기여했다”면서 “샌디에이고 FC는 드라위에르의 활약 속에 구단 첫 단일 시즌 최다 승수(19승)와 최다 승점(63점)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사실 드라위에르의 신인왕 수상은 예견됐던 일이다. 이번 시즌 경기당 1개를 웃도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급 최고의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9골·3도움을 기록,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준 손흥민도 대단했지만 드라위에르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 드라위에르는 총합 득표율은 74.11%(미디어 71.75%, 선수 69.09%, 구단 81.48%)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2위 손흥민과 격차가 상당히 크다. 손흥민의 총합 득표율은 6.3%(미디어 7.91%, 선수 7.27%, 구단 3.70%)에 그쳤다. 3위 필립 진커나겔(30·시카고 파이어)는 6.21%(미디어 3.95%, 선수 7.27%, 구단 7.41%)였다.
비록 손흥민이 신인왕을 수상하진 못했지만 후보에 오른 데다, 2위를 차지한 것체만으로도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특히 후보 중 유일하게 시즌 도중 합류한 선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결과다. 그만큼 손흥민이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판도를 바꾼 것을 MLS 사무국도 인정한 셈이다.
앞서 손흥민은 지난 8월 토트넘을 떠나 LA FC로 이적, MLS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LA FC에 따르면 손흥민은 오는 2027년까지 지명 선수로 계약했으며, 연장 가능한 옵션이 포함됐다. LA FC는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이적료로 2700만 달러(약 389억 원)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MLS 역대 최고 이적료다.
“LA FC에 오게 돼서 기쁘다”면서 “단순히 놀러 오거나 쉬러 온 게 아니라, 우승을 위해서 왔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을 전한 손흥민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 12경기 동안 10골·4도움을 기록하며 단숨에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활약상 속 LA FC는 MLS 컵 플레이오프(PO)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손흥민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손흥민의 유니폼은 그가 이적한 지 한 달 만에 거의 150만장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 7월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MLS에 입성한 후 한 달 동안 판매된 50만장보다 무려 3배가 많은 수치다. 손흥민이 새로운 역사를 쓴 셈이다.
또 손흥민이 합류한 이후 LA FC의 유튜브(22만 명)와 X(구 트위터·34만 명), 인스타그램(129만 명)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워는 급증했고, 구글 트렌드 분석에선 손흥민이 합류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 자릿수에 머물던 LA FC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치인 100을 찍었다. 8월 한 달 구단 콘텐츠 조회수는 340억회에 달했다.
그뿐 아니라 LA 한인타운엔 손흥민을 그린 대형 벽화가 등장했고, 손흥민의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도 많아졌다. LA FC 한인 서포터스 그룹인 타이거 SG의 멤버 마이크 미키타는 인터뷰를 통해 “요새 동네를 지나다니다 보면 어른들도 손흥민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걸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손흥민이 신인왕 후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MLS의 경우 나이 상관없이 해당년에 처음 데뷔한 선수를 신인으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프로 경험이 있어도 신인으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서 최소 500분 이상 출전하면 신인왕 후보에 오를 수 있다. 실제 2018년 LA 갤럭시에 입단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44·은퇴)는 그해 신인왕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