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홍의택 기자 = K리그 초반 화두는 단연 U-22다. 특정 연령대의 의무 출전 조항이 각 팀 운영에 중대 변수가 되고 있다. 이는 K3리그도 마찬가지다.
최근 화성FC는 등 번호 16번 주재현이란 어린 카드를 빼 들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해 만 스물도 안 된 이 선수는 지난 20일 강릉시민축구단과 2021 K3리그 2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59분을 누볐다. 첫술에 배부르긴 어려웠겠으나, 볼을 지키며 상대 압박을 벗겨내는 등 번뜩이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재작년 FA컵 4강에 빛났던 화성은 프로 커리어를 쌓았던 이들을 수집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선수 구성도 상당했다(아래 참고). 조동건, 심우연, 문기한, 박태웅, 황진산, 심제혁, 최영훈 등. 주재현은 겨우내 이 틈바구니에서 훈련하며 자양분을 빨아당겼고, 의무 출전 조항을 활용해 출전 기회를 잡았다.
고졸 프로직행 숫자가 비약적으로 느는 추세, 이 가운데 세미프로로 향한 주재현의 사례도 눈여겨봐야 한다. 유년 시절 대동초에서 이름 날리며 차범근축구상 장려상을 꿰찬 주재현은 목동중, 항공고를 졸업하며 축구선수 꿈을 키웠다. 성장기 도중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는데, 어려서부터 잘 잡아둔 기본기로 곧잘 버텨왔다. 지난해에는 고등 전국대회 4강을 합작했다. 단, 대학 진학에서 고배를 마시며 K3리그에 도전장을 낼 수밖에 없었다.
어린 선수들을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프로팀들은 유망주 영입에 열을 올렸다. 각 구단 프로산하팀 혹은 외부 학원팀 선수들을 수급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프로행이 만만해진 건 절대 아니다. 현 기량이 살짝 아쉽거나, 무르익기에 시간이 더 필요한 선수들도 분명 존재한다. 현행 제도상 이들은 대학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프로와 대학 간 수준 격차가 작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
대학 진학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도 간과할 수 없다. 현 입시 제도는 축구 실력 외 학업 요인도 커 볼 잘 차는 선수라고 해도 무조건 상위권 대학팀으로 갈 수는 없다. 함께 대회 성적을 낸 선수들이라도 희비가 갈리기 마련. '선수' 이전에 '학생'이란 말도 맞지만, '축구선수'란 진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는 목소리도 크게 들려온다. 기량이 천차만별인 선수들을 뒤죽박죽 섞어놔 하향평준화를 우려하는 일선 관계자도 상당히 많다.
K리그1이나 K리그2로 직행하진 못했고, 그렇다고 썩 만족할 대학에 가지도 못한 유망주. 이들이 지난해 출범한 K3~K4리그로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3~4부 리그에도 어린 선수들의 출전을 권고하는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또, 각 리그 영플레이어상도 수여하는 등 육성에 꽤 큰 힘을 주고 있다.
앞서 화성FC 선수단 구성을 봤듯, 갓 고등학교를 거친 선수가 하부리그를 온전히 소화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망주들이 경쟁하며 성장할 최소한의 기회를 줬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 뒤 이들이 어떤 길을 걷게 될지도 한국축구 저변을 가늠할 중대 지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