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유럽을 대표하는 명장으로 평가받는 시모네 인차기(49·이탈리아) 감독이 결국 인터 밀란과 4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는다. 차기 행선지는 ‘오일 머니’를 앞세워 아시아 축구를 휘젓고 있는 알힐랄이다. 인차기 감독은 이번 주에 모든 절차를 마치고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그의 공식 데뷔전은 이달 15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새롭게 확대 개편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이 될 예정이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는 4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차기 감독이 인터 밀란과 이별하는 게 확정됐다. 그는 이제 계획대로 알힐랄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할 예정”이라며 “인차기 감독은 수요일에 파리로 가서 파하드 빈 나펠 알힐랄 회장을 만나 계약을 체결한 후 이번 주부터 알힐랄의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고 특유의 ‘HERE WE GO’ 문구와 함께 전했다.
인터 밀란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차기 감독의 이별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4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이제 작별할 때가 왔다. 이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오로지 인터 밀란만 생각했다”면서 “저는 진심을 다해 함께한 이 멋진 여정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주신 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절대로 팬분들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로마노 기자에 따르면 인차기 감독은 알힐랄과 2027년 6월까지 2년 계약을 체결했다. 연봉은 무려 2600만 유로(약 407억 원)다. 자연스레 전 세계 축구 감독 통틀어 최고 연봉 ‘톱2’로 올라서게 된다. 축구 재정 통계 전문 매체 파이낸스 풋볼에 따르면 14년째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를 이끌고 있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3400만 유로(약 533억 원)로 1위다. 다만 인차기 감독은 사우디의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는 터라 2600만 유로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인차기 감독은 이번 주 알힐랄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곧바로 다음 주에 미국으로 떠난다. 2021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은 알힐랄은 오는 15일부터 미국에서 개막하는 FIFA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알힐랄은 레알 마드리드, 잘츠부르크, 파추카와 함께 H조에 속했다. 인차기 감독의 알힐랄 사령탑 데뷔전은 19일 레알 마드리드전이 될 전망이다.
인차기 감독은 유럽을 대표하는 명장이자, 이탈리아가 많은 기대를 하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선수 시절엔 형 필리포 인차기 감독에게 가려져 크게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도자로선 성공했다. 지난 2010년 라치오 유스 지휘봉을 잡아 성과를 내기 시작한 그는 지난 2016년 라치오 사령탑으로 부임해 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이탈리아 슈퍼컵) 2회와 코파 이탈리아(이탈리아컵) 1회 우승했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인차기 감독은 지난 2021년 인터 밀란 지휘봉을 잡았고, 부임 4년 동안 이탈리아 세리에A 1회와 코파 이탈리아 2회, 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 3회 우승을 이끌며 ‘우승 청부사’로서 이미지를 굳혔다. 다만 아쉽게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지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각각 맨체스터 시티와 파리 생제르맹(PSG)에 무너져 준우승에 그쳤다.
인차기 감독은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선수단 관리 및 시즌 운영 측면에서도 뛰어난 면모를 보여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전술적인 능력도 갖췄다. 주로 백 스리 대형을 활용하면서 간결하면서도 빠른 역습 패턴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데 능하고, 단순히 역습에만 의존하지 않고 중원을 장악하고 선수들의 끊임없는 포지셔닝 플레이를 요구해 주도하는 축구도 곧 잘한다.
한편, 새 사령탑을 선임한 알힐랄은 이제 선수 영입을 위해 속도를 낼 계획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자랑하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를 등에 업고 있는 알힐랄은 올여름 무려 5억 1000만 파운드(약 9513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이스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노렸다가 거절당한 알힐랄은 현재 빅터 오시멘을 비롯해 테오 에르난데스, 에데르송 등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