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프랑스 파리] 이성모 기자 = 축구장에서 춤추고 싶다면 파리로 가라. 빨리 가라. 꼭 가라.
이번 시즌, 권창훈(디종)과 석현준(트루아)의 PSG 원정 두 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PSG 홈구장의 분위기가 한국팬들에게 더 익숙한 EPL의 경기장들 분위기와 아주 다르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다를까? '팬문화'가 다르다? 분명히 다르긴 다른데 그건 너무 당연하고 두리뭉실한 이야기다.
두차례 PSG 현장에서 보고 느낀 바를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1. '디스 이즈 스파르타!'를 방불케 하는 '이씨세!파히~'
영화 '300'을 통해 여전히 많은 영화팬들에게 회자되는 명대사(?) '디스 이즈 스파르타!'(여기는 스파르타다!!!). 파리 홈구장에 가면 그와 흡사한 말을 사방에서 보고 듣고 또 느낄 수 있다.
아니, 어쩌면 흡사하다는 말 자체가 오류다. 위 사진 속에 담긴 문장 ICI C'EST PARIS는 영어로 옮기면 'THIS IS PARIS'. 여기는 스파르타다!와 같은 의미다. 파리가 경기에서 승리하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질 때는 안 할 때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리그 경기에서 PSG가 지는 경우가 몇번이나 있을지는 의문) 곧바로 장내 아나운서가 바로 이 '이씨세!'를 외치고 그럼 관중들은 '파히~(파리가 아니라 파히에 가까운 발음을 씀)라고 외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널리 알려진, 이제는 가장 '핫'한 축구를 하는 팀까지 보유한 '파리지앤'들의 자부심을 쩌렁쩌렁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 EPL 홈구장 분위기 = '도서관', 파리 홈구장 분위기 = '락콘서트장'
위와 같이 파리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나는 홈팬들이 경기 내내 쏟아내는 함성, 또 경기가 끝나고 곳곳에서 눈에 띄는 춤을 추는 팬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EPL 홈구장은 마치 도서관 같다"는 유럽 축구계에서 종종 나오는 비판이 절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분명하게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PSG 홈구장의 분위기는 어떠냐고? 흡사 락콘서트장, 혹은 뮤지컬을 보러 온 느낌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PSG는 경기 시작 약 45분 전에 원정팀이 몸을 풀러 나올 때는 지극히 평범한, 유럽 어느 구장에 가서도 들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튼다. 이를테면, 이날 디종이 몸을 풀러 나올 때는 Kungs vs Cookin’ on 3 Burners의 'This Gir'l을 포함해 이와 유사한 분위기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 이 곡은 최근 유럽 축구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음악으로 지난 2시즌 사이 잉글랜드, 스페인, 프랑스에서 이 노래를 들었다.
그런데, 원정팀이 몸을 풀 때는 이렇듯 평범한 음악을 틀던 PSG는 홈팀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입장함과 동시에(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맞춘다. 첫 선수가 발을 딱! 들여놓는 순간) 느닷없이 분위기를 180도 바꿔서 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을 튼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큰 볼륨으로.
내가 PSG선수라면, 흡사 '무대'에 올라가는 락밴드 멤버가 된 느낌을 받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음악 이야기를 한 김에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EPL 클럽들은(특히 북런던의 두 클럽 토OO, 아OO) 대체로 웅장하고 삼엄하고 엄숙한 음악을 튼다. 특히 경기 시작 직전 선수들 입장할 때쯤에는 흡사 결전을 치를 글래디에이터들을 소환하기라도 하는 듯한 분위기다!
(어쩌면, 잉글랜드와 프랑스 서로 다른 문화권에 있는 클럽들이 저렇게 다른 음악을 쓴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축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3. 사소한 것 같지만 아주 큰 차이를 가져오는 선수들 이름 '콜네임' 방식
주요 뉴스 | "[영상] 주심의 앙심? 선수에게 진짜 태클 가한 심판""
음악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음악과 전혀 무관하지도 않은 이야기다.('소리'의 영역이니까) 이번에도 백문이 불여일견. 영상으로 먼저 확인해보자.
EPL 경기를 TV로 시청하거나, 현장에서 직관해본 분들은 이 영상 속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들 이름을 호명하는 방식과 EPL 클럽들이 그렇게 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파리의 경우(파리만 이런 것이 아니라 독일 등 유럽 대륙의 클럽들이 대개 이런 방식을 쓴다. EPL은 반대인데 EPL도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아나운서가 '이름'(에딘손!)을 외치면 팬들이 '성'(카바니!)을 외치는 방식을 쓴다. 선수들이 입장하기 전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골이 들어갈 때마다 그렇게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EPL에서 가장 콜네임을 밋밋하게 하는 한 클럽의 경우, 골이 들어간 직후에도 장내 아나운서가 혼자 선수 이름을 다 외치고 나면(목소리마저 너무 밋밋해서 그 목소리가 분위기를 죽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 홈팬들은 그저 '예!'라고 외치는 것이 전부다.
현장에서 느끼는 위 두가지 방식의 차이는 아주 크다. 단순히 팬들이 목소리를 높여 선수들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만이 아니다.(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그것은 선수들과 클럽이 '함께한다'와 클럽이 '혼자 한다'의 차이다.
파리의 경우처럼 목소리 자체도 중후하고 멋진 아나운서가 목이 터져라고 외치며 저렇게 팬들의 반응을 이끌고, 팬들이 그에 반응해서 경기 내내 소리를 지르다보면, 그 경기가 끝나고 승리를 차지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싶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어깨가 들썩여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분위기다.
4. 축구장에서 춤추고 싶다면 파리로 가라
주요 뉴스 | "[영상] 이걸 놓쳐? 디 마리아의 역대급 실수"
끝으로 미래의 어느 시점에 PSG 홈구장을 찾을 한국 축구팬들을 위한 간단한 팁(?)이다.
PSG 홈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어김없이 이 목소리의 주인공(아나운서)은 '뽀빠이'를 외치는데(이날은 그러니까 8번을 외쳤고, 기자는 뽀빠이가 프랑스 캐릭터였던가?싶어 구글에 찾아보기까지 했다) 주변의 프랑스 기자들에게 물어본 '뽀빠이'의 정체는 'FOR PARIS'! 프랑스어를 이미 아는 분들이 아니면 몰랐을(기자만 몰랐나...) 이 '뽀빠이'. 여러분도 현장에서 많이 듣고 또 외치게 되길 빈다.
이 현장기사에서 언급한 모든 사항을 종합한 결론이다.
축구장에서 춤추고 싶다면 파리로 가라. 빨리 가라. 꼭 가라.
여러분도 이들처럼 무아지경에 빠져 국민체조 같은 건전한 듯 하면서도 순수하고 아기자기한 춤을 출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