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한만성 기자 = 미국 무대 진출 후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김기희(28)는 6주 만에 나선 경기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도 겸손한 자세로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고 있었다.
브라이언 슈메처 시애틀 사운더스 감독은 30일(한국시각) LAFC와의 2018년 시즌 6라운드 원정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김기희를 대기 명단에 포함해둔 상태였다. 지난달 중순 종아리 근육을 다친 김기희는 최근 몸상태를 회복해 6주 만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슈메처 감독은 김기희를 후반 교체 요원으로 투입해 점진적으로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리게 해줄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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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킥오프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선발 출전이 예정된 수비수 로만 토레스(32)가 워밍업 도중 햄스트링이 손상돼 김기희가 갑작스러운 선발 출전을 하게 됐다. 경기 결과는 종료 직전 결승골을 뽑아낸 LAFC의 1-0 승리. 그러나 김기희는 69분간 활약하며 멕시코의 간판 공격수 카를로스 벨라를 앞세운 LAFC 공격진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벨라는 한국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멕시코전에서 상대해야 할 주요 선수 중 한 명이다. 김기희는 신생팀 LAFC의 홈 개막전이었던 이날 만원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은 상대에 맞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김기희에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약 70분간 상대를 무실점으로 막고 교체된 후 후반 추가시간에 골키퍼 슈테판 프라이가 어이없는 실수로 실점을 허용해 시애틀에 패한 점이었다. 시애틀은 올 시즌 아직 무실점을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을 정도로 수비가 불안한 팀이다. 그러나 시애틀은 김기희가 선발 출전해 활약한 69분간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였다.
아래는 경기 후 '골닷컴 코리아'와 김기희의 인터뷰 전문이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해 오늘 6주 만에 복귀했는데요. 오랜만에 선발 출전했는데, 몸상태는 어떤가요?
그동안 종아리 쪽이 조금 안 좋아서 한 달 이상 정도 경기에 나오지 못했는데요. 오늘은 원래 선발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경기 전에 부상이 있어서 제가 들어가게 됐는데, 감독님이 후반에 교체해준 건 배려 차원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저는 오늘 벤치에 앉게 됐을 때부터 이미 준비는 잘 돼 있었습니다. 최근에 훈련도 잘 하고 있었고. 몸도 이제 한 80% 정도는 올라왔기 때문에 갑자기 선발로 나가게 됐지만, 준비는 잘 돼 있었어요. 그래서 경기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던 거 같아요.
-올 시즌 시애틀이 아직 리그에서 무실점 경기가 없다. 오늘도 막판에 실점하긴 했지만, 김기희 선수가 출전한 시간 동안에는 예전보다 수비가 훨씬 더 안정적이었던 거 같은데요.
오늘 상대팀 LAFC가 홈 구장 첫 개장 경기였고, 경기장 분위기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우리가 많이 힘든 경기를 하게 될 줄 알았는데요. 그런데 생각보다 경기가 나름대로 잘 됐던 거 같아요. 마지막에 아쉽게 실점을 하게 됐는데, 경기는 잘 하고도 결과가 이렇게 돼서 많이 아쉽게 됐네요.
-한국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서 중동, 중국, 그리고 이번에는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데요. 오늘 선발 데뷔전에서 느낀 MLS와 예전에 경험해본 리그와 다른 점이 있나요?
지금까지 경험한 리그랑 비교를 해보면, MLS는 피지컬적으로 전체적인 능력이 굉장히 좋아요. 그 부분 외에 볼 차는 능력은 어디나 다 비슷한 거 같거든요. 이제는 제가 여기에 적응하기 나름인 거 같아요. 제가 빨리 여기 문화를 배우고 팀 생활에 익숙해지면 운동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오늘 경기 내내 부딪친 상대팀 공격수 카를로스 벨라는 우리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상대해야 할 선수인데요. 직접 맞대결을 해보니까 어땠나요?
확실히 그 선수가 테크닉이 좋아요. 공격수로서 가진 전반적인 능력이 다 좋은 선수인 거 같고요. 물론 그 선수뿐만이 아니라 LAFC의 다른 공격수들도 능력치가 다 출중하더라고요. 그런데도 유독 벨라가 기술이 좋았던 거 같은데, 오늘 보니까 충분히 월드컵에서도 멕시코의 키 플레이어가 될 만한 선수라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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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함께 센터백으로 출전한 구스타브 스벤손은 스웨덴 대표팀 선수인데요. 월드컵에서 우리가 만날 수도 있는 선수와 동료로 지내고 있는데. 서로 월드컵에 관해 얘기해보셨나요?
아직 그런 대화를 할 정도로 제가 말이 잘 되지 않아서(웃음). 월드컵에 대해서 자세한 얘기까지는 안 해봤는데요. 능력이 대단한 선수예요. 아마 한국이랑 월드컵에서 붙게 될 거 같은데요. 우리 대표팀이 반드시 경계해야 할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작년까지 대표팀에 차출됐잖아요. 최근 중요한 시기에 이적과 부상 때문에 대표팀과 멀어졌는데요. 오늘 활약상을 보면 대표팀, 그리고 월드컵 욕심도 없진 않을 거 같은데요.
네(웃음). 그런데 제가 지금 솔직히 말하면, 월드컵이라는 곳에 간다는 말을 제 입으로 하거나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요. 이제 명단 발표도 2주밖에 남지 않았잖아요. 그래도 제가 지금처럼 유지를 잘 하고, 경기에 나가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혹시나 조금이라도 "대표팀에도 잘 비춰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진: 시애틀 사운더스 구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