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수나La Liga

[GOAL LIVE] 팬들이 구단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진정한 ‘내 팀’ 오사수나

[골닷컴] 배시온 기자=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과 동부 바르셀로나, 조금 더 위로 올라가서 사라고사 사이엔 나바라주 팜플로나가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몰이 축제인 ‘산 페르민 축제’로 알려진 곳이다. 스페인 내에서 가구당 소득 대비 스포츠 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는 곳으로, 인구는 적지만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많이 품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곳을 연고로 하는 축구팀 오사수나가 있다.

1920년 창단한 오사수나는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오사수나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틱 빌바오와 함께 스페인 축구팀을 대표하는 ‘소시오(socio) 구단’ 중 하나다. 소시오는 스페인어로 회원이라는 뜻으로, 구단의 유료 회원 ‘소시오’가 의사 결정권을 쥐고 구단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다. 오사수나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100년간 수많은 강팀 사이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주요 뉴스  | " 축구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 모음.zip""

하지만 오사수나가 걸어온 길이 탄탄했던 것은 아니다. 리그가 시작됐던 1928/29시즌 오사수나는 2부리그인 세군다 디비시온에서 시작했고, 3부 강등과 1부 승강을 여러 차례 오갔다. 특히 1930년대 후반 스페인 내전 후 오사수나는 힘든 시간을 겪었다. 낭떠러지 끝에 서있던 클럽을 구한 것은 ‘소시오’인 팬들과 팜플로나 시청, 나바라 축구 협회 등의 지역 커뮤니티였다.

당시 3부리그 소속이었던 오사수나는 스페인 내전이 끝나고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구단 코치진은 물론 지역사회, 기자, 팬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회복했고 1950년엔 5년만에 세군다 디비시온으로 승격했다. 이때 오사수나의 소시오는 3.500명에 도달했다. 당시 내전 직후인 시대와 약 4만명이던 팜플로나의 인구 수를 고려한다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덕분에 오사수나 재정엔 숨통이 트였고 최악의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80년대에 1부에서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며 전성기를 보냈던 오사수나는 2010년대에 들어 다시 1부와 2부를 오갔다. 2016/17시즌 승격에 성공하지만 한 시즌만에 다시 강등 당한 후 지난 2019/20시즌부터 다시 1부 무대에 자리를 잡았다.

구단은 지난 2019년 2월 홈 구장 ‘엘 사다르’의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소시오의 결정이다. 당시 오사수나는 구단 리모델링 여부와 시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고 소시오 90.37%의 찬성으로 리모델링이 결정, 45.43%가 선택한 시안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약 2년의 공사 끝에 엘 사다르는 이번시즌 약 2만5000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으로 새롭게 팬들을 맞이했다.


주요 뉴스  | " 토트넘 선수들의 연애 전선은?"
오사수나 스탠딩석Osasuna

오사수나는 팬들과 보다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에 힘을 쏟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골대 뒤 응원석에 스탠딩석을 도입한 것이다. 도르트문트를 참고해 기획한 스탠딩석 ‘rail-seats’은 팬들이 앉는 것은 물론 일어서서도 경기를 즐길 수 있어 보다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울산 현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 스탠딩석은 라 리가에선 오사수나가 최초로 운영에 나섰다.

경기장 뒷 편에 새롭게 마련한 좌석에도 팬들을 향한 배려를 보이려 노력했다. 단순히 좌석을 추가하는 것이 아닌 각도를 올려 세워 그라운드와 최대한 가까운 거리가 되도록 만들었다. 편의시설과 VIP룸을 확대한 것은 물론 좌석 밖 부대시설을 확장해 지역 주민들이 경기가 없는 날에도 경기장에 방문해 활용할 수 있는 대여 장소를 마련했다. 지금껏 소시오로서 구단과 여정을 함께한 팬들에 대한 보답인 셈이다.

축구에서 팬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모든 구단이 팬들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오사수나는 말 그대로 팬들에 의한, 팬들을 위한 구단이며 100년간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매 시즌 우승을 경쟁하고 트로피를 차지하는 팀은 아니지만, 팬들에게 오사수나는 내가 만들어가는 진정한 ‘내 팀’이다.

광고

ENJOYED THIS STORY?

Add GOAL.com as a preferred source on Google to see more of our reportin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