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상암] 강동훈 기자 = 완승을 거뒀지만 결코 만족할 수 없다. 여전히 많은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였기 때문이다. 특히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감독이 부임 후 한결같이 지향해온 '빌드업 축구'가 냉정한 시험대에 오르자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며 흔들린 만큼 해결책이 시급해 보인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집트와의 하나은행 초청 6월 마지막 친선경기를 4-1로 승리하면서 4연전을 모두 마무리했다. 4경기에서 2승 1무 1패 성적으로 마쳤다.
이달 4연전에서 벤투호는 모든 경기 스타일을 일관되게 운영했다. 지난 4년간 쌓아온 '빌드업 축구'를 앞세워 상대와 맞붙었다.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도, 중원의 핵심 정우영(32·알사드)이 부상으로 빠진 파라과이전에서도 벤투 감독은 "우리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뚝심 있게 스타일을 고수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에 임하면 '빌드업 축구'는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잦은 실수를 범하며 후방에서부터 계속 흔들렸고, 자연스레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연계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삼각 대형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빌드업 축구'를 완성하기 위해서 선수들 간의 간격과 볼을 받는 선수 주변 동료들의 숫자가 중요한데, 전체적으로 공을 받으러 접근하는 선수의 연쇄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전방으로 볼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이집트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영권(32·울산현대)과 권경원(30·감바오사카), 백승호(25·전북현대)가 후방에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소유권을 늘려갔지만, 중원에서 빌드업 체계가 무너지면서 전방으로 볼 배급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최전방에 위치한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이 하프라인까지 내려와서 직접 드리블 돌파로 볼을 운반하거나 좌우 전환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여는 장면이 수차례 나왔다. 후방에서 황의조(29·지롱댕 보르도)에게 단번에 연결하려는 롱패스 횟수도 증가했다. 다만 이때 정확도가 떨어져 볼 소유권을 잃어버리는 횟수가 같이 늘어났다.
후반 초반 김진규(25·전북)가 들어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김진규를 투입해 공격 전개에 무게를 실었으나 박스 안으로 볼을 배급하는 데 있어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도리어 김진규는 위험지역에서 패스 미스를 범하며 아쉬운 모습만 남겼다.
이날 벤투호는 모처럼 4골을 터뜨리며 화끈한 승리를 거뒀으나 내용적으로 놓고 봤을 땐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다. 더욱이나 이집트가 주축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로 경기에 나섰다는 것을 생각했을 땐 더더욱 그렇다.
월드컵 본선까지는 앞으로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지금의 스타일에 대해 변화를 주지 않고 꿋꿋하게 밀고 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힌 만큼 남은 시간 전진 빌드업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 만약 완벽하게 보완할 수만 있다면 월드컵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반면에 그렇지 못할 경우엔 본선을 앞두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면서 동시에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