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릉] 김형중 기자 = 강원FC의 돌풍이 역대 최고 성적인 2위로 마무리 됐다. 사령탑 윤정환 감독은 선수들이 대단한 일을 했다고 말했다.
강원은 23일 오후 2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8라운드 포항스틸러스와 최종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전반전에 터진 무서운 10대 양민혁의 선제골이 그대로 결승골이 되며 승점 3점을 따냈다. 이로써 강원은 승점 64점이 되며 FC서울에 패한 김천상무를 제치고 2위로 시즌을 마쳤다.
팽팽한 승부였다. 홈 팀 강원이 선제골을 뽑아냈지만 포항의 반격도 매서웠다. 포항은 후반전 정재희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는 등 동점골을 뽑아내려 애썼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고 또한 강원 수비의 육탄방어도 넘지 못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윤정환 감독의 표정은 다시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한데, 우리 선수들 대단한 일을 했다고 본다. 올 시즌 초부터 우리가 강등권이란 말을 많이 들었는데 선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강원FC 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모든 면에서 정말 많은 것을 이뤄내지 않았나 본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매 경기 구단주님도 오시고 많은 서포터분들도 점점 늘어나며 저희에게 큰 힘이 됐다. 매 경기 간절함 가지고 선수들이 뛴 결과다. 코칭스태프, 정경호 수석코치, 최효진 코치 등 각 분야별로 맡은 업무를 잘 해줬기 때문에 모든 게 잘 돌아갔다. 그게 올해 강원의 본 모습이었다. 1년을 보내면서 뜻 깊은 한해가 되었다. 모든 선수, 모든 코칭스태프에게 감사의 말 전하고 싶다. 많은 서포터 등 강원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 감사 전한다"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강원은 창단 최초로 아시아 무대로 나가게 됐다.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와 챔피언스리그2에 출전하는 K리그 팀들의 성적에 따라 ACL엘리트에 나갈지 ACL2로 향할지 결정되겠지만, 아시아 무대 진출은 확정이다. 윤정환 감독은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다양성을 가지고 더욱 세밀하게 해야 한다. 지금 스쿼드보다 보강은 되어야 한다. 군대 가거나 새로 들어오는 선수가 있겠지만 지금보다 조금 보강이 된다면 내년에는 더 좋은 축구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올 시즌 강원의 최고 히트 상품은 역시 양민혁이다. 윤정환 감독의 지도 아래 고교생 선수가 어엿한 프로 선수로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시즌 중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이적을 결정하며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윤정환 감독은 마지막으로 해줄 말이 없냐는 질문에 "지금은 해줄 말은 없다. 수고했다고 아까 얘기해줬다. 아무래도 오늘을 마지막으로 영국으로 가는데 본인이 가장 섭섭하지 않을까 싶다. 저도 아쉽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 전 "전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던 그는 기자회견 도중 울컥하며 제자의 앞날을 응원했다. 이어 "1년 동안 아들처럼 생각했는데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양민혁은 윤정환 감독의 둘째 아들과 동갑으로 두 사람은 부자지간처럼 다정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민혁이도 굉장히 잘했지만 모든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선수들도 그렇고 코칭스태프도 하나 된 마음으로 싸웠기 때문에 잘했다. 민혁이 혼자 잘할 순 없었다. 다같이 싸워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라며 다른 제자들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원은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냈지만, 그만큼 다음 시즌 기대치가 높아졌다. 또한 전 시즌 잘했던 시도민 구단들이 그 다음 시즌 성적이 곤두박질 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윤정환 감독은 "저도 일본에서 좋은 결과 내본 적 있지만 항상 울산이나 전북 같은 스쿼드가 좋은 팀들, 그리고 경험 많은 팀들은 다음에 좋은 보강이 되고 선수들에게 동기부여 되는 것도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굉장히 어렵다. 시도민 구단으로서 이런 적이 처음이기 때문에 분명히 어려울 것이다. 김병지 대표님도 말씀하셨다. 나름 생각이 있지만 입으로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선수들 심리적인 것도 있다. 그런 걸 잘 컨트롤하면서 준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날 경기에서 K리그에 데뷔한 골키퍼 김유성과 선발 데뷔전을 치른 수비수 신민하에게 칭찬을 보냈다. 그는 "유성이가 제대로 보여줬다. 민하도 19세 대표 갔다 와서 높은 집중력 보여줬다. 사실 오늘 컨셉은 미래를 위한 선발이었다. 미래의 모습을 유성이와 민하가 보여줬다. 물론 (송)준석이도 어린 나이다. 그런 선수들이 잘해줬다"라고 했다. 이어 "유성이는 긴장도 많이 했겠지만 반응도 좋았다. 여러 경기를 뛰었던 선배 못지 않게 여유도 있었다.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고 노력하면 기회가 많을 거다. 민하도 역시 대표팀 다녀와야 성장하는구나 생각이 든다. 올 초만 해도 경기 뛰면 몸싸움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밀리더라도 빠른 스피드로 따라갔다. 우리 팀의 미래가 밝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