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특별기획] (8) 1998/99 아스널과의 혈투와 맨유의 트레블

댓글 (0)
특별기획 8편
특별기획 8편
1998/99 아스널과의 혈투와 맨유의 트레블

[골닷컴 이성모 기자] 전세계 210개국에서 시청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 콘텐츠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가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출범 25주년을 맞이했다.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이 ‘GOAL 특별기획’ 연재를 통해 현재의 EPL을 더 풍부하게 즐기는데 도움이 될만한 지난 25년 EPL의 중요한 흐름과 사건을 소개한다. 매주 화요일 연재. (편집자 주)

라이벌은 서로를 더 강하게 만든다. 

스포계에서 가장 널리 진리처럼 여겨지며 사용되는 말 중 하나다. 어쩌면, 스포츠계를 뛰어넘어 사회 전반의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말일지도 모른다. 

프리미어리그에 국한해서 말하자면, 저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두 라이벌의 혈투가 나왔던 것은 아마도 1998/99시즌이었을 것이다. 이 시즌 맨유 대 아스널은 시즌 막바지까지 최종승자가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혈투를 벌였고, 맨유는 그런 아스널과의 격전을 이겨내며 퍼거슨 감독 재임기간 중 첫번째이자 31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전의 우승은 ‘유로피언컵’)을 차지했다.

1. 2연속 리그 우승에 도전한 아스널, 반격에 나선 맨유 

직전 시즌, 자신이 아스널에 부임한 후 처음 맞는 풀시즌에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 ‘더블’을 차지하며 프리미어리그에서 이어지고 있던 맨유 독주 체제를 완벽히 무너뜨린 벵거 감독의 아스널은 전 시즌 아스널 역대 최다골 기록을 새로 썼던 이안 라이트가 웨스트햄으로 떠난 대신 9월에 융베리를, 겨울 이적시장에서는 카누를 영입하며 새 시즌을 보냈다. 

아스널은 6라운드에 열린 맨유와의 맞대결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그 때까지 무패행진을 달리며 새 시즌도 우승을 향해 순조롭게 나가는 듯 했다. 단, 다음 라운드에서 열린 셰필드 웬즈데이 전에서의 0-1 패배와 그 때까지 기록한 많은 무승부(4무)가 그들의 불안요소로 작용했다. 

아스널에 더블을 허용한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1998/99시즌을 앞두고 공수에 걸쳐 중요한 보강을 하며 새 시즌을 시작했다. 공격수로는 이미 리그 내에서 정상급 공격수로 인정 받던 드와이트 요크를 영입했고, 수비에는 미들스브로로 떠난 팰리스터의 대체자로 야프 스탐을 영입했다. 두 선수는 이 시즌 맨유에 아주 큰 기여를 한다.   

맨유는 9월 중 아스널에 0-3 완패를 하는 시점에 리그 10위까지 처지는 등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그 후 저력을 발휘하며 1999년 1월 말 경에 리그 1위로 올라선다. 

2. 맨유 대 아스널의 ‘FA컵 빅뱅’과 맨유의 더블 

이 시즌, 결국 양팀의 우승 향방은 승점 1점차, 골득실 1점차이로 갈렸다. 그 과정에서 1999년에 리그에서 단 1패도 하지 않은 맨유의 저력이 효과를 발휘한 면도 있고, 아스널이 37라운드 리즈 원정에서 후반 40분에 하셀바잉크에 내준 골로 0-1로 패하며 ‘자멸’한 면도 있었다.(아스널은 이 경기 직전까지 18경기 무패를 달리고 있었고, 이 경기에서 패하지 않았다면 이 시즌 우승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시즌을 돌아보면서 양팀의 리그 우승은 물론 시즌 전체의 운명을 가장 크게 갈라놓은 것으로 기억되는 것은 역시 두 팀이 직접 맞붙었던 FA컵 준결승이었다. 

양팀의 FA컵 준결승은 1999년 4월 11일 아스톤 빌라의 홈구장 빌라 파크에서 열렸다. 그러나 두 팀은 이 경기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그로부터 3일 후 같은 경기장에서 재경기를 갖게 됐다. 전반 17분 만에 데이비드 베컴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맨유가 승기를 잡는 것 같던 경기는 후반전 24분에 베르캄프가 동점골을 터뜨리고 이후에 맨유 주장 로이 킨이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급격하게 아스널의 흐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후반 추가 시간, 아스널에게 맨유를 꺾고 FA컵 결승전에 진출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필 네빌이 레이 팔러에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킥이 주어진 것. 아스널의 페널티키커는 아스널은 물론 유럽에서 가장 침착한 남자로 ‘아이스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데니스 베르캄프였다. 맨유의 골키퍼는 맨유 역대 최고 골키퍼로 불리는 피터 슈마이켈. 

그러나, 끝날 때까진 끝난 것이 아니다. 그대로 아스널이 승리하는 것 같던 경기는 슈마이켈이 베르캄프가 시도한 페널티킥의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막아내면서 결국 연장전으로 접어들게 됐다. 여전히 한 명이 더 많은 아스널로서는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정신적인 타격이 컸고, 맨유로서는 슈마이켈의 선방으로 분위기를 완벽하게 반전시킬 수 있었다.(이 장면에서 슈마이켈이 포효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그 후로도 팽팽하게 흘러가던 양팀의 경기는 연장전 후반 4분에 결판이 났다. 맨유의 해결사는 라이언 긱스. 긱스는 하프라인보다 10m 가량 후방에서 패트릭 비에이라의 패스를 가로채 그대로 아스널 진영을 홀로 뚫고 들어가며 수비수 3명을 제친 후 그의 슈팅을 막기 위해 몸을 날린 아스널 주장 토니 아담스의 발이 닿기 직전에 슈팅을 날렸고, 그의 발을 떠난 볼은 그대로 데이비드 시먼이 지키던 아스널 골문을 갈랐다. 

맨유 2 – 1 아스널. 

그렇게 아스널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한 맨유는 이미 아스널에 승점 1점차로 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후 가진 FA컵 결승전에서 셰링엄과 스콜스의 골로 뉴캐슬을 2-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998/99시즌, 아스널과의 FA컵 준결승전에서 연장전에 아스널 최고의 레전드 수비수 아담스, 골키퍼 시먼 사이로 결승골을 터뜨리는 긱스의 모습. 이 경기에서 나온 그의 골은 FA컵 역사상 최고의 골 중 하나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아스널이 리그와 FA컵 '더블'을 달성했던 바로 다음 시즌 맨유가 다시 그 두 개의 트로피를 가져오면서 퍼거슨 감독과 맨유는 벵거의 아스널에 '헤게모니'를 내주지 않고 프리미어리그의 최강자로 남는데 성공했다. 만약 이 시즌 그 두 개 대회를 아스널에 내주는 일이 발생했다면, 그 이후 프리미어리그의 역사는 아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1998/99시즌, 우승 팀 외 주요 선수들

이 시즌 맨유의 공격을 이끈 투톱 요크와 콜이 나란히 득점순위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동 득점왕에 이름을 올린 다른 두 선수 중 오웬은 1997/98시즌에 이어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이름을 올리며 확실한 차세대 잉글랜드 NO.1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아스널과의 리그 37라운드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이 시즌 리그 우승 주인공이 결정되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한 하셀바잉크 역시 공동득점왕에 이름을 올린다. 그는 이 시즌 직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다가 이후 다시 첼시로 돌아와 라니에리 감독 체제에서 첼시의 No.1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게 된다. 

한편, 득점왕이 되는데 1골이 부족했던 아스널의 젊은 공격수 아넬카의 활약 역시 돋보였다. 아스널 입단 초기 잉글랜드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아넬카는 벵거의 지휘 아래 리그는 물론 유럽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젊은 스트라이커의 반열에 올랐고, 이 시즌 직후 2230만 파운드의 당시로서는 대단히 높은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다.

1998/99시즌, 프리미어리그 외 주요 사항

1. 스카이스포츠(당시 BskyB)의 맨유 인수 실패 

오늘날에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1998년부터 1999년 사이 잉글랜드의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스포츠 방송사인 스카이스포츠(당시 BskyB)가 맨유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던 일이었다. 당시 맨유 구단 측은 스카이스포츠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팬들은 그 제안을 대대적으로 반대했다. 결국 1998년에 시작된 이 인수 건은 1999년에 잉글랜드 정부 차원에서 거부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2. 첼시의 리그 3위 

이 시즌 1위 팀 맨유(승점 79), 2위 팀 아스널(승점 78)에 이어 불과 4점 차이로 리그 3위를 기록한 첼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즌 중 첼시는 지안프랑코 졸라, 거스 포옛 등 미드필더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UEFA 슈퍼컵 우승, 리그 3위, FA컵과 리그컵 8강 진출, UEFA 컵위너스컵 4강 진출이라는 전방위적으로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바로 이 시즌 중, 이후 첼시 주장이 되는 존 테리가 리그컵 아스톤 빌라전에 교체 출전하며 첼시 선수로서 데뷔전을 치렀다. 

3. 맨유의 역사적인 트레블 

끝으로, 이 시즌 잉글랜드 축구 클럽 중 누구도 달성한 적이 없는 트레블(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FA컵)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퍼거슨 감독이 이끈 맨유는 리그, FA컵에서 아스널과의 혈투를 모두 이겨내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 마테우스와 칸이 이끄는 독일의 최강자 바이에른 뮌헨과 만났다. 양팀의 경기는 전반 6분 만에 뮌헨의 골이 나오면서 정규시간이 종료될 때까지 흘러갔다. 모두가 그대로 뮌헨이 우승을 차지할 거라 믿었다. 

그러나, 후반전에 퍼거슨 감독이 투입한 두 명의 교체선수가 이 경기의 승부, 그리고 잉글랜드 축구 역사를 영원히 바꿔놨다. 후반 추가 시간 1분 셰링엄이 골을 터뜨리며 1-1 무승부를 이룬 맨유는 곧이어 팀의 두번째 교체선수였던 솔샤르가 역전골을 터뜨리며 2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과를 뒤집는 ‘역전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이 경기가 끝나고 맨유가 트레블을 완성시킨 후 퍼거슨 감독이 남긴 한 마디는 이후 현지에서 발간된 퍼거슨 감독 평전의 제목으로 그대로 인용될 정도로 유명하고 축구의 진수를 한마디에 응집시켜놓은 말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 말에 사용된 세 단어는 모두 쉬운 단어이지만,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또 원어 그대로 즐겨야만 제맛이 나는 것이기에 따로 번역하지 않고 원문을 그대로 소개한다. 

“Football, Bloody Hell!” 

참고문헌 및 영상 자료 

Complete History of British Football 150 years of season by season action (The Telegraph) 

The Mixer, The Story of Premier League Tactics from Route One to False Nines (Michael Cox) 

아르센 벵거 – 아스널 인사이드 스토리(존 크로스)  

오피셜 프리미어리그 1998/99시즌 리뷰 비디오 

오피셜 맨유 1998/99시즌 리뷰 비디오

오피셜 아스널 1998/99시즌 리뷰 비디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역사 섹션

맨유,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역사 섹션

그래픽=골닷컴 박성재 디자이너

글=골닷컴 이성모 기자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