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6편

[GOAL 특별기획] (6) 1996/97 칸토나의 피날레와 벵거의 등장

[골닷컴 이성모 기자] 전세계 210개국에서 시청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 콘텐츠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가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출범 25주년을 맞이했다.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이 ‘GOAL 특별기획’ 연재를 통해 현재의 EPL을 더 풍부하게 즐기는데 도움이 될만한 지난 25년 EPL의 중요한 흐름과 사건을 소개한다. 매주 화요일 연재. (편집자 주)

스포츠계에는 참으로 많은 기구한 인연들이 존재하고 그 수많은 인과관계들이 스포츠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축구 종주국을 자부하는 잉글랜드가 TV 방송중계권에 대한 새로운 접근, 리그 전체의 개혁과 세계화의 기치를 걸고 1992년 출범한 프리미어리그에 향후 10년 동안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사람이 모두 ‘프랑스인’이라는 사실도 그 한 예다. 잉글랜드(역사적으로 보자면 영국)와 프랑스가 역사를 통틀어 치렀던 수많은 전쟁들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흡사 K리그를 10년 동안 두 명의 일본인이 좌지우지한 것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1996/97시즌, 그 두 명의 프랑스인 중 먼저 프리미어리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남자 에릭 칸토나는 마지막 리그 우승 트로피와 함께 축구계를 떠난다. 그리고 같은 시즌 등장한 또 다른 프랑스인 아르센 벵거는 칸토나가 떠난 맨유 ‘독주 체제’의 종말과 리그 전체의 대개혁을 예고한다.  

바야흐로, EPL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특별기획 6편

1. ‘칸토나의 피날레’ 맨유, 5시즌 중 4번째 리그 우승

1996/97시즌, 리그 우승의 주인공은 또 한 번 맨유였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5시즌 중 4시즌 우승, 그것도 한 시즌 우승을 놓친 시즌 조차 승점 1점차의 2위.(칸토나가 ‘쿵푸킥’으로 시즌 후반기 전체를 결장했던 시즌) EPL 출범 후 다섯 시즌은 맨유의 절대적인 ‘독주’였다고 말해도 그 말을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우승들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칸토나였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이 시즌, 맨유는 윔블던 원정 경기에서 3대 0 대승을 거두고 이후 10월 말에 뉴캐슬에 0-5 패를 당할 때까지 무패를 질주했다. 윔블던 전에서 팀의 리그 첫 골을 기록한 주인공은 칸토나였고, 베컴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시도한 장거리 슈팅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멋진 골을 성공시켰다. 

이 시즌, 맨유에 대해 돌아볼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두 선수는 이 시즌 맨유에 입단해서 첫 시즌부터 팀 내 최다득점자가 된 올레 군나르 솔샤르, 그리고 명실상부한 유럽 최고의 레전드인 요한 크루이프의 아들 조르디 크루이프였다. 

두 선수 중 먼저 득점포를 터뜨린 것은 크루이프였다. 자신의 아버지 요한 크루이프와 동시에 바르셀로나를 떠나 맨유로 이적한 크루이프는 2라운드 에버튼 전, 3라운드 블랙번 로버스 전에서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많은 팬들을 기대케 했다. 이미 잉글랜드 최강자 자리에 올라있는 맨유에 ‘크루이프’마저 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맨유의 ‘트레블’은 몇 년 더 일찍 달성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크루이프가 바르셀로나 시절 후반기부터 고질적으로 안고 있던 무릎 부상이 결국 그의 맨유 커리어를 망쳐놨다. 그는 11월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후 이후 맨유를 완전히 떠날 때까지 결코 그 초기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지 못했다.

(추가 정보 : 요한 크루이프는 감독으로서 바르셀로나를 이끌고 과르디올라, 쿠만 등이 포함된 ‘드림팀’을 만들어내며 바르셀로나에 최초의 유로피언컵(현재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안기지만, 지속적인 이사진과의 마찰 끝에 결국 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가 직접 쓴 자서전 ‘마이 턴’(My Turn)에 묘사된 당시 상황을 보면, 바르셀로나의 이사진이 2017년 현재 겪고 있는 비판이나 문제들은 크루이프가 감독으로 재임할 때도 대동소이하게 존재했다. 한 예로, 크루이프는 보르도 시절 지네딘 지단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영입을 시도했지만, 이사진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그는 이 책에서 그의 아들 조르디의 고질적인 무릎 부상 역시 당시 바르셀로나 의료진의 수술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맹비판하기도 했다.)

이해 7월 150만 파운드라는 낮은 이적료에 맨유에 입단한 솔샤르는 3라운드부터 득점포를 가동시켜 이 시즌 총 33경기에 나서 18골(리그 기준), 46경기 19골(모든 대회 기준)을 기록했다. 한 가지 참고할만한 점은, 현재 한국 축구팬들에겐 ‘슈퍼서브’라는 이미지로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솔샤르이지만, 맨유 입단 초기 그는 선발로 나선 경기가 훨씬 더 많았다는 점이다. 그는 이 시즌 리그에서 25경기 선발, 8경기 교체 출전했다. 

그러나, 베컴, 크루이프, 솔샤르를 모두 떠나 이 시즌 맨유에 가장 중요한 ‘사건’은 이 시즌의 리그 우승을 끝으로 ‘킹’ 칸토나가 팀을 떠났다는 사실이었다. 이 시즌을 앞두고 팀을 떠난 스티브 브루스 대신 팀의 정식 주장으로 완장을 차고 한 시즌을 보낸 칸토나는 30세의 아직 너무 젊은 나이에 은퇴를 발표하며 많은 맨유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이 연재의 2편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전술적으로 ‘딥 라잉 포워드’에 가까웠던 역할을 했고, 직접 골을 넣는 능력만큼이나 동료들의 골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던 칸토나는 자신의 마지막 시즌 리그 ‘어시스트왕’을(12 어시스트) 차지하며 그에 걸맞는 은퇴를 했다. 

2. ‘벵거의 등장’ 아스널, 프리미어리그의 새 시대 열다

그리고 같은 1996/97시즌,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리그 내에서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던 아스널에 등장한 또 다른 프랑스인이 리그 전체의 판도와 문화를 바꿔나가기 시작한다.

영국 언론으로부터 ‘아르센 후?’(Arsene Who)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아스널 감독에 부임한 아르센 벵거 감독은,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대로 당시까지 잉글랜드에 전혀 없던 새로운 시도들을 하나둘씩 성공시켜간다. 식단의 변화, 훈련방식의 변화, 스카우트 방식의 변화 등 그가 시도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아직 철저히 ‘영국식’이었던 잉글랜드에 있어서는 ‘혁신’ 그 자체였다.

(추가 정보 : 우리는 흔히 ‘아르센 후?’라는 표현을 영국 언론에서 처음 썼다고 알고 있지만, 영국에서 아스널 소식에 가장 정통한 기자 중 한 명인 존 크로스 기자는 자신의 저서 ‘아르센 벵거 – 아스널 인사이드스토리’에서, 그 말을 최초에 쓴 언론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그 말을 처음 쓴 것은 언론사가 아닌 찻집(찻집 옆의 광고판에 쓴 말)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벵거가 아스널에 새로 들여왔던 그 모든 새로운 시도들 중 가장 팀 전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던 것은 그만의 네트워크와 스카우트 방식을 통한 선수 영입방식이었다. 

벵거가 아스널에서 ‘실질적으로’ 영입한 최초의 선수는 패트릭 비에이라였고(자신이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에 이미 이사진에 요청해서 영입에 성공), ‘공식적으로’ 처음 영입한 선수는 니콜라스 아넬카였다. 아스널 감독 초기 그가 보여줬던 영입들은 아직 진가가 드러나지 않은 진주들을 아스널에 데려와서 슈퍼스타로 만들거나, 이미 검증된 스타들도 거리낌 없이 영입하는 등 선수 영입의 정석이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그 중 특히 전자의 경우는 한 동안 벵거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그를 따라다녔고, 후자의 경우 그의 바로 곁에 유럽 최고의 수완가이자 아스널 부회장이었던 데이비드 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벵거의 트레이드마크는 다른 모든 구단들이 따라하는 방법이 됐고, 데이비드 딘은 아스널을 떠났다. 그러니, 그 시절 아스널이 보여줬던 천재적인 선수영입을 직접 지켜봤던 팬들이 현재의 아스널을 보며 만족하지 못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벵거의 첫 시즌이었던 1996/97시즌(벵거는 이 시즌 도중에 아스널 지휘봉을 잡았으므로, 그의 첫 ‘풀시즌’은 다음 시즌인 1997/98시즌이 맞다), 아스널은 시즌 후반까지 리그 우승이 가능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결국 이 시즌을 3위로 마감한다. 벵거의 ‘진짜’ 아스널의 진가가 나온 것은 그 다음 시즌이자 벵거의 첫 풀시즌이었던 1997/98시즌이었다. 

3. 퍼거슨의 러브콜 ‘또’ 거절한 시어러, 뉴캐슬의 신이 되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의심의 여지없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의 감독이지만, 아마도 그의 감독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서 그가 가장 탐냈지만, 절대로 그를 위해 뛰지 않은 선수 한 명,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천적’과도 같았던 선수는 다름 아닌 앨런 시어러일 것이다.

이전에 시어러가 블랙번에 입단하기 전에도 이미 그의 영입을 시도했던 퍼거슨 감독은 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시어러 영입을 시도하지만, 시어러는 또 한 번 퍼거슨 감독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1500만 파운드(당시 세계 최대이적료)을 기록하며 자신이 태어난 고향 클럽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입단한다. 그리고 이후 10월 20일 뉴캐슬 홈 세인트 제임스파크에서 열린 뉴캐슬 대 맨유의 홈경기에서 퍼거슨의 맨유를 5-0으로 대파하며 그들에게 리그 첫 패배를 안긴다.

이 시즌 시어러의 하이라이트는 2월 2일 레스터전에서 나왔다. 그는 팀이 1-3으로 뒤지고 있던 후반전 32분에 프리킥으로 골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13분 만에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4-3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공격수 한 명의 존재로 승부가 좌우되는, 말 그대로 '월드클래스'의 재능 그 자체를 보여주는 시어러의 모습이었다. 

결국 시어러는 뉴캐슬로 이적한 첫 시즌 또 한 번 득점왕을 차지하며 팀을 리그 2위로 이끌었고, 뉴캐슬 팬들은 그를 ‘신’으로 추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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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97시즌, 우승 팀 외 주요 선수들

이 시즌, 득점랭킹 10위 오른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주니뉴는 팀(미들스브로)의 강등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어리그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춘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그는 팀이 FA컵, 리그컵 결승까지 진출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선수였지만, 미들스브로는 그 두 결승전에서 모두 패하며 무관에 그친 데 이어 강등까지 당하고 말았다. 

주니뉴는 팀의 강등이 확정된 순간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팀에서 두 시즌을 보냈을 뿐이었지만, 미들스브로에 강한 애정을 갖고 있던 그는 이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다가 다시 미들스브로로 돌아와 활약하게 된다.

1996/97시즌, 프리미어리그 외 주요 사항

1. 첼시의 FA컵 우승과 리그 상위권 도약  

이 시즌 칸토나의 은퇴와 벵거의 등장 외에 가장 중요한 또 다른 이슈는, 루드 굴리트 감독이 선수 겸 감독으로 팀을 이끈 첼시가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이 시기를 기점으로 잉글랜드 축구계 상위권 팀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굴리트를 영입했던 글렌 호들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팀을 떠난 후, 굴리트는 그의 명성에 걸맞는 스타들을 대거영입하며 새 시즌을 맞이한다. 이 시즌 첼시에 입단하는 선수들이 첼시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레전드인 지안프랑코 졸라, 로베르토 디 마테오, 지안루카 비알리 등이다.

이 시즌 리그를 6위로 마감한 첼시는, FA컵에서 웨스트 브롬, 리버풀, 레스터, 포츠머스, 윔블던, 미들스브로를 차례로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미들스브로와의 결승전에서는 디 마테오가 경기 시작 1분 만에 하프라인부터 직접 치고 들어가다가 30m 거리에서 시도한 중거리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키며 사실상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한편, 이 시즌 중 첼시의 부회장이었던 매튜 하딩이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비극이 발생했다. 첼시는 그를 기념해서 경기장의 한 쪽 스탠드를 ‘매튜 하딩 스탠드’로 명명했고 현재도 스탬포드 브릿지에는 매튜 하딩 스탠드가 존재한다.   

2. 레전드 골키퍼 피터 실튼, 1000번째 리그 출장 대기록 달성

1966년 레스터에서 리그 데뷔한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레전드 골키퍼 피터 실튼이 이 시즌 중 1000번째 리그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자신이 처음 리그 경기에 나선지 무려 30년이 지난 1996/97시즌 중 레이튼 오리엔트에서 달성한 기록이었다. 

그는 결국 1005경기 출전 기록을 남긴 후 은퇴했다.(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125경기 출전)  

참고문헌 및 영상 자료 

Complete History of British Football 150 years of season by season action (The Telegraph) 

The Mixer, The Story of Premier League Tactics from Route One to False Nines (Michael Cox) 

요한 크루이프 자서전 'My Turn'(요한 크루이프) 

아르센 벵거 – 아스널 인사이드 스토리(존 크로스)  

오피셜 프리미어리그 1996/97시즌 리뷰 비디오 

오피셜 맨유 1996/97시즌 리뷰 비디오

오피셜 아스널 1996/97시즌 리뷰 비디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역사 섹션

맨유,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역사 섹션 

그래픽=골닷컴 박성재 디자이너

글=골닷컴 이성모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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