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이성모 기자] 전세계 210개국에서 시청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 콘텐츠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가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출범 25주년을 맞이했다.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이 ‘GOAL 특별기획’ 연재를 통해 현재의 EPL을 더 풍부하게 즐기는데 도움이 될만한 지난 25년 EPL의 중요한 흐름과 사건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어린이들로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You can’t win anything with kids)
리버풀 레전드 수비수 앨런 한슨이 1995/96시즌 맨유가 첫 경기였던 아스톤 빌라 원정 경기에서 1-3으로 패한 것에 대해 BBC의 축구 전문 프로그램 ‘매치오브더데이’에서 남긴, 오늘날까지 하나의 ‘전설’로 남게 된 코멘트다.
그의 말은 그럴 듯 했다. 맨유는 이 시즌을 앞두고 오랫동안 맨유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마크 휴즈, 폴 인스, 안드레이 칸첼스키스 등을 내보내고 이렇다할 대형 영입 없이 새 시즌을 시작했다. 그렇게 맞이한 새 시즌 첫 경기에서 1-3 패배를 당했으니, 한슨의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당연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맨유의 ‘어린이들’은 한 때 뉴캐슬에 승점 12점 차이로 뒤처졌던 차이를 극복하고 대역전 우승 드라마를 완성해낸다. 비로소 EPL에 유명한 ‘퍼기의 아이들’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1. ‘퍼기의 아이들’ 탄생하다
1차전 아스톤 빌라 전 패배에 이은 핸슨의 예상은 시즌 초반부터 보기 좋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리그 2차전 웨스트햄 전에서 스콜스의 선제골로 앞서간 맨유가 승리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이 시즌 맨유의 첫 골은 데이비드 베컴이 기록했다) 5연승을 달린 후 11월 4일 아스널에 패할 때까지 8승 2무를 달리며 리그 2위에 오른 것이다.
이 기간 특히 긱스, 스콜스, 킨, 베컴으로 이어지는 맨유의 미드필더들은 환상적인 팀플레이에 이은 골을 연달아 터뜨리며(한번은 스콜스가, 한번은 긱스가, 또 한번은 킨이) 영국 언론으로부터 ‘아름다운 축구’라는 찬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2. ‘킹’ 칸토나의 귀환
그러나, 이 시즌 초반 ‘퍼기의 아이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더라도 리그 1위를 달린 팀은 맨유가 아니라 뉴캐슬이었다. 그렇게 뉴캐슬과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던 10월, 맨유의 ‘킹’ 칸토나가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 중 팬에게 ‘쿵푸킥’을 날려 당했던 출전정기 기간이 종료된 것이다.
칸토나의 맨유 복귀전은 10월 1일, 상대팀은 다름 아닌 맨유의 ‘천적’ 리버풀이었다. 이 경기에서 칸토나는 전반 2분 만에 니키 버트의 골을 어시스트하고 후반 26분에는 팀의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팀의 2-2 무승부에 두 골을 모두 책임졌다. 마치 장기간의 결장이 언제 있었냐는 듯한 칸토나의 모습이었다.
3. 케빈 키건의 뉴캐슬에 거둔 대역전 리그 우승
돌아온 칸토나가 이끌고 ‘퍼기의 아이들’이 분전한 맨유는 이후 12월을 전후로 5경기에서 3무 2패를 당하는 부진을 겪으며 한 때 1위 뉴캐슬에 승점 12점 차까지 뒤처졌다.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1월 말경. 맨유는 칸토나의 결승골로 웨스트햄전 1-0 승리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5연승을 달린 후 리그 선두 뉴캐슬 원정을 떠나 또 다시 칸토나의 결승골로 6연승을 완성 뉴캐슬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리고 3월 20일 아스널을 상대로 한 홈경기에서 또 한 번 칸토나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며(이 시즌 맨유에는 마치 ‘복붙’을 하듯 중요한 순간마다 칸토나의 결승골과 1-0 승리가 있었다) 이 시즌 200일 이상 리그 1위를 지키고 있던 뉴캐슬을 끌어내리고 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맨유가 리그 선두로 올라선 후, 케빈 키건 감독은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흥분한 모습으로“우리가 맨유를 꺾고 우승을 한다면 아주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며 끝까지 우승 경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였지만(이 발언은 프리미어리그 팬들에게 아주 유명한 발언 중 하나로, 이미 맨유의 우승이 확정적인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 혹은 퍼거슨 감독의 심리전 등에 영향을 받아서 키건 감독이 평정심을 잃은 순간이며 이로 인해 뉴캐슬이 정말로 리그 우승을 놓쳤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일단 리그 선두를 가져간 맨유는 끝까지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블랙번에 리그 우승을 내준 한 시즌 만에 다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4. ‘칸토나 골, 슈마이켈 선방’ 맨유의 승리공식과 FA컵 우승
앞서 설명했던 대로, 10월 징계를 마치고 돌아온 칸토나는 이 시즌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골을 터뜨리고 팀의 1-0 승리를 이끌며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것은 리그에서만의 ‘승리 공식’이 아니었다. 맨유는 FA컵 결승전에서도 칸토나의 결승골로 리버풀에 1-0 승리를 거두며 리그와 FA컵 우승 ‘더블’을 달성했다.
이 시즌 맨유의 ‘더블’에 대해 ‘퍼기의 아이들’, 칸토나에 더해 결코 언급하지 않을 수 있는 한 선수가 더 있다면 그것은 수문장 피터 슈마이켈이었다. 슈마이켈은 이 시즌 내내 환상적인 선방을 보여주며 팀의 수많은 1-0 승리를 지켜냈고 총 18경기에서 클린시트를 기록하며 이 시즌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이 시즌 맨유에 밀려 아쉬운 2위로 시즌을 마감한 뉴캐슬의 테리 맥더못 수석코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시즌 맨유는 두 사람의 힘에 의해 우승을 차지했다. 에릭 칸토나, 그리고 피터 슈마이켈이다.”


1995/96시즌, 우승 팀 외 주요 선수들
이 시즌, 블랙번은 지난 시즌의 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먼 리그 7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앨런 시어러는 여전한 화력을 뽐냈다. 그의 31골 기록은 현재까지도 프리미어리그가 20개 팀으로 줄어든 이후 나온 최다골 기록으로 남아있다.(호날두, 수아레즈와 공동 1위)
리버풀의 ‘신’ 로비 파울러는 28골을 터뜨리며 팀을 리그 3위로 이끌었고, 득점랭킹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이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 역시 리버풀의 스티브 맥마나만(15어시스트)였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 시즌 득점랭킹 4, 5위에 오른 드와이트 요크(아스톤 빌라)와 테디 셰링엄(토트넘)이다. 국내 팬들도 널리 기억하는 대로 두 선수는 머지 않아 맨유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랭킹에는 없으나 또 한 명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들은 아스널에 입단한 데니스 베르캄프와 미들스브로가 영입한 브라질 출신의 미드필더 주니뉴였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전임자인 브루스 리오치 감독이 영입한 베르캄프는 시즌 최종전에서 중요한 골을 터뜨리며 아스널의 리그 5위를 확보시키며 아스널이 그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고, 브라질 출신의 스타로 많은 클럽의 관심을 받았던 주니뉴는 입단 직후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그는 특히 그 다음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였으며 이에 대해서는 해당 시즌에 소개할 예정이다)
1995/96시즌, 프리미어리그 외 주요 사항
1. 22개 팀 -> 20개 팀
22개 팀으로 출범했던 프리미어리그가 이 시즌부터 20개팀으로 조정됐다.
이 결정을 내린 가장 큰 두 가지 이유는 우선,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경쟁력의 상승(선수들의 경기수가 너무 많은 것이 국가대표팀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판이 항상 있었으며 실제로 2015년에도 잉글랜드 언론에서 20개 팀을 18개로 줄이는 안에 대한 논의가 오고간 바 있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잉글랜드 클럽의 경쟁력 고려 등이었다.
2. 아스톤 빌라의 리그컵 우승
이 시즌 리그, FA컵이 맨유의 ‘더블’로 돌아간 가운데 남은 한 개의 자국대회인 리그컵 우승은 아스톤 빌라에 돌아갔다. 아스톤 빌라는 준결승전에서 아스널을 꺾고 결승전에 올라와 리즈 유나이티드에 3-0 완승을 거뒀다. 이 세 골 중 마지막 골의 주인공은 드와이트 요크였다.
참고문헌 및 영상 자료
Complete History of British Football 150 years of season by season action (The Telegraph)
The Mixer, The Story of Premier League Tactics from Route One to False Nines (Michael Cox)
오피셜 프리미어리그 1995/96시즌 리뷰 비디오
오피셜 맨유 1995/96시즌 리뷰 비디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역사 섹션
맨유 공식 홈페이지 역사 섹션
그래픽=골닷컴 박성재 디자이너
글=골닷컴 이성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