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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AL 특별기획] (14) 2004/05 ‘스페셜원’의 등장과 첼시의 최다승점 우승

[골닷컴] 이성모 기자 = 전세계 210개국에서 시청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 콘텐츠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가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출범 25주년을 맞이했다.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이 ‘GOAL 특별기획’ 연재를 통해 현재의 EPL을 더 풍부하게 즐기는데 도움이 될만한 지난 25년 EPL의 중요한 흐름과 사건을 소개한다. 매주 수요일 연재. (편집자 주)

아스널이 100년 이상 잉글랜드에서 재현된 적 없는 무패우승을 달성하며 ‘아스널 시대’를 열 것처럼 보였던 바로 직후의 시즌이었던 2004/05시즌. 잉글랜드의 챔피언은 같은 런던을 연고로 하는 다른 구단, 첼시였다. 

아스널이 무패우승을 달성했던 바로 그 시즌,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천문학적 투자 속에 리그 2위를 차지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로 그 아스널을 탈락시킨 주인공이었던 첼시는 팀을 2위로 이끈 라니에리 감독을 경질하고, 그들을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으로 이끌어줄 주인공을 찾아나선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이제 막 포르투를 이끌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젊은 감독 만큼 안성맞춤인 감독도 없었다. 그 감독은 첼시 감독 부임 기자회견에서 스스로를 ‘스페셜원’이라고 불렀고, 바로 그 시즌 실제로 첼시를 이끌고 ‘스페셜’한 업적을 만들어낸다.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최다승점(95점) 우승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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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EPL에 맨유 독주 시대와 맨유 대 아스널의 양강체제가 무너지고 첼시 리버풀 맨유 아스널이 격돌하는 ‘빅4’의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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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페셜원’ 무리뉴 감독의 등장과 맨유와의 첫 경기  

FC 포르투를 이끌고 2002/03 시즌 UEFA컵 우승, 2003/04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무리뉴 감독은 눈부신 속도로 정상을 향해 가고 있었고, 첼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둘의 만남은 절묘했고 결과적으로도 성공적이었다. 

묘하게도, 무리뉴의 첼시가 2004/05시즌 처음으로 상대했던 팀은 다름 아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유였다. 직전 시즌 챔피언은 아스널이었지만, 당시의 맨유는 여전히 프리미어리그의 최다우승팀이었다. 무리뉴 감독으로서는 EPL에 상륙한 첫 경기부터 최강의 상대를 만난 셈이었다.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무리뉴 감독은 이 시즌에 직접 영입한 디디에 드록바를 기용했고 드록바는 전반 14분 만에 구드욘센에게 완벽한 어시스트를 내줬다. 첼시 1 – 0 맨유. 이 경기에서의 승리는 무리뉴의 첼시가 진지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후보라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탄이었다. 

2. ‘4-4-2’ -> ‘4-3-3’으로의 변화 

한편, 이 시즌 프리미어리그 전체적으로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무리뉴 감독이 들고온 4-3-3 전술의 영향이었다. 이전까지 우승팀들의 경우(이 시리즈의 독자들은 모두 지켜봤듯이) 그들이 대표적으로 사용한 전술은 모두 ‘4-4-2’였다. 

유럽 축구 전술전문가로 불리는 마이클 콕스(전술 분석 웹사이트 ‘조널 마킹’ 운영자 겸 저자)는 이 시즌의 첼시 전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리뉴의 4-3-3 시스템은 당시 잉글랜드 대부분의 팀들이 전형적인 4-4-2 전술을 쓰던 상황에서 아주 절묘하게 작동했다.”

무리뉴 감독 본인 역시 이 전술의 성공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다. 무리뉴 감독 본인의 말이다.

“내가 4-3-3 포메이션을 기용하고 상대가 4-4-2를 쓸 경우 나의 미드필더들은(3명) 항상 상대의 중앙 미드필더(2명)보다 숫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 마케렐레에게 아무도 접근하지 않을 경우 그는 자유롭게 플레이를 할 수 있고, 한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그를 압박할 경우, 우리의 다른 미드필더가 압박에서 자유로워진다.”

이렇게 무리뉴의 4-3-3이 EPL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소 10년 이상 거의 모든 팀들이 사용하는 대세를 이뤘던 4-4-2 시스템이 저물고 EPL에서 서서히 전술의 격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 시작점이 됐던 것이 다름아닌 2004/05시즌 무리뉴의 첼시였다. 

3. 최다승점 우승의 의미와 통한의 ‘1패’ 

무리뉴라는 젊고 새로운 생각을 가진 리더, 체흐 존 테리 마케렐레 램파드 드록바(구드욘센)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수단(측면의 로번, 조 콜, 더프 등도 마찬가지)을 보유한 첼시는 마치 한계를 모르는 듯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이 시즌 첼시의 최종성적은 29승 8무 1패. 72골, 15실점, 승점 95점. 이는 2위를 차지한 아스널보다 무려 12점이 앞선 승점이었고 직전 시즌 아스널의 무패우승 때보다도 5점이 더 높은 승점이었다.

종종 2004/05시즌 첼시의 성공은 그에 앞서 기반을 닦아둔 많은 감독들(특히 직전 감독이었던 라니에리)의 공이 컸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이 시즌은 물론 이후로도 첼시 레전드로 자리잡는 많은 선수들(존 테리, 람파드 등)은 무리뉴 감독 이전부터 첼시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며 무리뉴 감독 아래서 데뷔한 체흐와 로번은 라니에리 감독 시절 이미 첼시에 입단하기로 합의가 됐던 선수들이었다.

또한, 이 시즌 첼시가 우승을 차지한 것에 대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투자로 클럽이 급변했다고 말하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첼시는 이미 글렌 호들, 루드 굴리트, 비알리, 라니에리 감독을 거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이미 꾸준히 리그 상위권을 차지하고 각종 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던 팀었으며 그렇기 때무에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첼시를 선택한 것이다.  

그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의 세계에서 2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것과 1위가 되는 것은 천지차이다. 이 시즌 첼시 우승 최고의 기여자는 물론 무리뉴 감독이며 그가 가진 특유의 카리스마와 리더십 아래 첼시는 이후 프리미어리그의 또 다른 최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한편, 이 시즌 첼시의 ‘무패우승’을 저지한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은 다름 아닌 ‘맨시티’였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의 결승골을 기록한 선수는 과거 아스널에서의 활약으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고 이후에 첼시 유니폼을 입게 되는 니콜라스 아넬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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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시즌, 우승 팀 외 주요 선수들

이 시즌 팀은 2위로 내려앉았으나 아스널의 티에리 앙리는 또 한 번 득점왕을 차지했다. 로베르 피레스 역시 14골로 3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크리스탈 팰리스 소속으로 득점 2위에 오른 앤디 존슨, 토트넘의 저메인 데포 등이 좋은 활약을 했고 라니에리 감독 시절 첼시의 주포였던 하셀바잉크는 미들스브로로 이적한 직후에도 득점순위 4위에 오르며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다. 

야쿠부, 크라우치 등 이 시기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스트라이커들의 맹활약도 눈에 띈다. 

2004/05시즌, 프리미어리그 외 주요 사항

1. 베니테즈 감독의 리버풀 입성과 ‘이스탄불의 기적’ 

무리뉴 감독의 첼시 입성에 비해 다소 주목을 못 받은 감이 있지만, 그와 비슷한 리버풀 역시 라파 베니테즈 감독을 새 감독으로 임명하며 새 시대를 열기 시작한다. 

베니테즈 감독의 첫 시즌, 리버풀은 리그에서는 5위에 머물렀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AC 밀란에 전반전 0-3으로 뒤지다가 3-3동점을 이룬 후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하는 ‘이스탄불의 기적’을 완성한다.  

2. 재정난의 본격화와 하락세에 접어드는 아스널 

2004/05시즌 아스널의 무패우승은 축구 역사에 남을 대업적이었지만, 그 절정의 기량을 뽐냈던 팀이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는 아쉬움 역시 남겼다.

아스널로서는 그 시기가 내부적으로는 자기 자신들의 재정난이 본격화되는 시점이었다는 점, 외부적으로는 첼시라는 새로운 강자가 탄생했다는 점이 겹치며 그 시즌 이후 리그에서 맨유/첼시에 밀려 고전을 이어가게 된다.  

3. 글레이저 가문의 맨유 인수

한편, 첼시와 아스널이 1, 2위를 기록한 이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우승팀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많은 맨유 팬들이 맨유에 빚을 안기는 이 인수 과정에 대해 불신을 드러냈고 심지어는 일부 팬들이 중심이 되어 FC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의 새로운 팀을 발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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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및 영상 자료 

Complete History of British Football 150 years of season by season action (The Telegraph) 

The Mixer, The Story of Premier League Tactics from Route One to False Nines (Michael Cox) 

아르센 벵거 아스널 인사이드 스토리(존 크로스) 

오피셜 프리미어리그 2004/05시즌 리뷰 비디오 

오피셜 첼시 2004/05시즌 리뷰 비디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역사 섹션

첼시 공식 홈페이지 역사 섹션 

그래픽=골닷컴 박성재 디자이너

글=골닷컴 이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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