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13편

[GOAL 특별기획] (13) 2003/04 아스널의 역사적인 ‘무패우승’

[골닷컴] 이성모 기자 = 전세계 210개국에서 시청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 콘텐츠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가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출범 25주년을 맞이했다.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이 ‘GOAL 특별기획’ 연재를 통해 현재의 EPL을 더 풍부하게 즐기는데 도움이 될만한 지난 25년 EPL의 중요한 흐름과 사건을 소개한다. 매주 수요일 연재. (편집자 주)

38전 26승 12무 0패. 73골(리그 1위), 26실점(리그 1위), 승점 90점(2위 첼시와 11점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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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시즌, 잉글랜드 축구계는 1888/89시즌 이후 100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실현된 적 없는, 한 팀이 한 시즌 전체를 단 한 경기도 지지 않으며 마감하는 무패우승이라는 역사적인 업적을 달성하는 팀의 탄생을 지켜봤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아스널이 그 주인공이었다.

아스널의 무패우승은 한편으로는 무승부가 많았다(12무)는 면도 있었으나 이 시즌 아스널이 최다득점팀인 동시에 최소실점팀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리그 최종전이었던 레스터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2-1로 승부를 뒤집은 것을 포함해서 수차례 무패행진이 끝날 위기를 넘기며 완성됐다는 점 등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잉글랜드는 물론 유럽 축구사에 영원히 남을 대단한 성과였다. 

또, 1888/89시즌 프레스턴의 무패우승은 경기수가 22경기 뿐이었고 이제 막 풋볼리그가 창설된 직후였기에 팀들간의 전력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에 반해(18승 4무) 아스널은 38경기를 치르면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강자인 맨유, 그리고 바로 이 시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면서 급부상한 첼시 등을 상대로 이뤄냈다는 점에 있어서도 의미가 각별하다.

특별기획 13편

1. ‘리그 30골’ 앙리, 절정의 기량으로 공격 이끌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누구보다도 공격을 중요시 여기고 강조하는 감독이다. 그는 아스널 재임 시절 팀이 수비수를 보강해야 할 포지션이라는 지적을 받을 때에도 공격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모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벵거 감독은 한 명의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히 골 수라거나 한 명의 선수 이상이라는 것을 잘 아는 감독이었다. 

그런 벵거 감독의 전체 감독 커리어를 통틀어서 그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공격수의 활약이 나온 것이 바로 2003/04시즌 아스널의 무패우승 시기였다. 유벤투스 시절 윙어로 뛰던 앙리를 영입해서 중앙공격수로 기용한 그는 곧 그를 EPL은 물론 유럽 최정상의 공격수로 만들어냈다. 

앙리는, 2000년대 초반 명실상부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였지만 그의 선수시절을 통틀어도 그가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시즌이 바로 이 시즌이었다. 그는 이 시즌 리그에서만 30골, 모든 대회를 통틀어 39골을 기록했는데 이는 리그를 기준으로도 모든 대회를 기준으로도 그의 커리어 최고 기록이었다. 

필요할 때 언제나 골을 만들어주는 앙리라는 공격수가 있었기 때문에, 또 그가 자신의 인생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아스널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한 시즌 전체를 이어갈 수 있었다. 

2. ‘벵거표’ 최고의 센터백 조합이었던 투레 + 캠벨

이 시즌 아스널의 수비진을 책임진 두 명의 센터백 콜로 투레와 솔 캠벨 역시 완벽한 벵거의 작품이었다. 캠벨은 이미 토트넘 시절 수비수로서의 기량을 인정 받은 선수였다고 하더라도, 투레는 잉글랜드에서 거의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벵거의 부임 이전부터 아스널을 취재했던 데일리미러의 존 크로스 기자가 쓴 [아르센 벵거 – 아스널 인사이드스토리]에서는 투레가 아스널에서 트라이얼을 하던 일화를 공개했는데, 이에 의하면 투레는 트라이얼 도중 벵거 감독을 포함해 팀 동료 두 명에게 살인 태클(훈련중에)을 범하며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벵거 감독은 그런 그에게서 보석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에게 믿음을 보여주며 결국 투레 + 캠벨이라는 최고의 센터백 조합을 만들어냈다. 

빠른 발을 가진 투레와, 리그 내 최강의 피지컬을 가진 수비수였던 캠벨. 두 수비수가 이끄는 아스널의 수비진은 골키퍼 레만, 좌우측면의 애슐리 콜, 로랑과 함께 이 시즌 아스널의 최소실점을 이끈다.

3. 무패우승의 마침표를 찍은 두 명의 ‘메이드 바이 벵거’ 

끝날 때까진 끝난 것이 아니다. 이 시즌 아스널의 무패우승은 아스널의 리그 최종전이었던 38라운드 경기에서 무산될 뻔 했다. 아스널이 하이버리에서 열린 레스터와의 홈경기에서 선제골을 허용하며 47분까지 0-1로 끌려간 것이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아스널의 동점골, 역전골을 기록하며 무패우승이라는 대업의 마침표를 찍은 두 선수는 상징적이게도 벵거로 인해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두 선수 앙리와 비에이라였다. 아스널에 오기 전 두 선수는 각각 유벤투스와 AC 밀란에서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던 상태의 ‘미완의 대기’였다.

아르센 벵거 감독 본인으로서도 이 시즌 달성한 무패우승은 그가 아스널에 온 후 두 차례 차지했던 ‘더블’에 이어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외국인 감독으로 본인의 이름을 새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새 구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겪은 재정난으로 이 시즌의 슈퍼스타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무패우승팀이 해체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현재까지 그만큼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벵거 감독이지만, 그가 언제 어느 시점에 어떻게 아스널을 떠나든 이 시즌 그의 무패우승(혹은 그 이전까지의 업적들)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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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시즌, 우승 팀 외 주요 선수들

이 시즌, 맨유에 입단한 루이스 사하가 반 니스텔루이와 같은 20골을 기록하며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래 활약하게 되는 공격수 야쿠부가 아넬카, 오웬과 더불어 득점순위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3/04시즌, 프리미어리그 외 주요 사항

1.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등장과 라니에리의 첼시

2003/04시즌은 아스널의 무패우승으로 널리 기억되는 시즌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바로 다음 시즌에 결과물이 드러나는, 잉글랜드 축구계의 지형을 바꾸는 또 다른 큰 사건이 벌어진 시즌이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첼시를 인수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며 5~10년 간 꾸준히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을 유지했던 첼시를 단숨에 우승후보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후 이어지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잔인한’ 감독 경질 행진의 첫 희생자가 된 것은 다름아닌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이전부터 첼시를 이끌고 있었던 라니에리 감독은 이 시즌 리그에서 2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야망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라니에리 감독은 첼시의 리빌딩을 이끌면서 이후 무리뉴 감독이 단숨에 리그 정상에 오르는 바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특히 2003/04시즌에는 무패우승의 주인공이었던 아스널을 챔피언스리그에서 타락시킨 주인공 역시 다름 아닌 라니에리 감독의 첼시였다. 아스널의 탈락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골을 성공시킨 첼시 선수는 웨인 브릿지였다. 

2. 미들스브로, 128년 만의 첫 우승. 

이 시즌, 1876년에 창단한 유수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들스브로가 구단 역사상 128년 만에 처음으로 드디어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2월 29일 열린 볼튼 과의 칼링컵(리그컵) 결승전에서 2-1로 승리한 것. 

양팀의 결승전에서는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들의 골이 이어졌는데 볼튼의 골을 기록한 선수는 케빈 데이비스, 미들스브로의 결승골을 기록한 선수는 젠덴이었다. 그리고 이 경기 최고의 활약을 하며 미들스브로의 영웅이 된 선수는 이미 1995~97년에 미들스브로에서 활약하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주니뉴(리옹의 주니뉴와는 동명이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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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및 영상 자료 

Complete History of British Football 150 years of season by season action (The Telegraph) 

The Mixer, The Story of Premier League Tactics from Route One to False Nines (Michael Cox) 

아르센 벵거 아스널 인사이드 스토리(존 크로스) 

오피셜 프리미어리그 2003/04시즌 리뷰 비디오 

오피셜 아스널 2003/04시즌 리뷰 비디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역사 섹션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역사 섹션 

그래픽=골닷컴 박성재 디자이너

글=골닷컴 이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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