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Getty Images

[GOAL 인터뷰] 이재성, “중동 침대축구? 저희도 답답한 마음이죠” ②

[골닷컴] 이명수 기자 = 벤투호가 험난한 월드컵 최종예선 조편성 결과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이재성은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고, 선수가 경험한 침대축구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지난 7일, 독일 출국을 앞둔 이재성과 만났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골닷컴 사무실을 찾은 이재성은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에 살고 계신 이모 댁으로 넘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마인츠 이적을 확정 지은 가운데 이재성은 오는 9월부터 진행되는 월드컵 최종예선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GOAL :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조추첨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란, UAE,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까지... 걸프컵에 한국이 초대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조 추첨을 할 때부터 기대가 됐어요. 누구와 붙을지 궁금했는데 사실 조 편성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상대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감독님께서 요구하는 플레이를 저희가 최종예선 때 잘 해낼 수 있는지 그것이 더 중요해요. 팀 안에서 선수들이 응집돼서 원하는 플레이를 팬분들에게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GOAL : 이란과의 악연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지난번 최종예선 때 아자디 원정을 경험했어요. 직접 경험해보니 어떻던가요?

이란 가기 전부터 이란 원정에 대한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었어요. 가보니 들었던 것 이상으로 험악한 분위기였고, 압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비록 제가 경기에는 뛰지 못했었는데 우리가 지고 있을 때 뛰고 싶은 마음이 강했습니다. 이번에는 경기에 뛸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하고, 이번만큼은 꼭 이겼으면 합니다.

GOAL : 아자디 원정도 그렇고 2차예선 때 평양 원정도 다녀왔어요. 축구 선수가 아니었다면 쉽게 가볼 수 없는 곳들을 원정경기 가고 있는데 어떤 기분인가요?

누구나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순간인 것이 사실인 것 같아요. 축구선수가 아닌 사람으로서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어서 감사하기도 합니다. 최종예선에서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같은 국가를 상대로 돌발 변수도 많을 것 같아요. 이전 북한, 이란 원정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공부하게 된 소중한 경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GOAL : 벤투 감독님도 외국인으로서 쉽지 않은 경험을 참 많이 하신다는 생각입니다. 선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시나요?

감독님께서 대표팀 선수들이 외부 압박을 많이 받는다는 인상을 받으신 것 같아요. 부임 초기부터 강조하셨던 것들이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자고 말씀하십니다. 그런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GOAL : 벤투 감독이 ‘침대축구’를 비판하면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거든요. 최근 있었던 레바논전에서 대표팀이 침대축구에 고전했었는데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느끼는 침대축구는 어떤가요?

팬분들과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답답한 심정이죠. 축구를 즐기는 팬들에게도 안 좋은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그런 장면이 안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선제 득점이 중요하고 특히 선제 실점하면 안 됩니다. 상대가 지연 플레이를 많이 하다 보면 우리의 템포가 끊어질 수 있고 우리의 템포를 유지하지 못하면 안 좋은 플레이가 나오거든요. 특히 영권이 형이 수비라인에서 고참으로서 그런 말을 많이 해줍니다.

상대에 따라 전술이 변하겠지만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 많은 공격수가 필요합니다. 상대 역습도 조심해야 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GOAL : 이번 A매치 3연전에서 대표팀 뉴페이스들의 활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봤고, 또 이 선수들이 유럽 진출에 대해 묻지 않던가요?

워낙 좋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대표팀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앞으로 대표팀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어요. 소속팀에서 보여줬던 좋은 플레이들을 대표팀에서도 잘할 수 있도록 주변 선수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유럽에 대해 특별히 물어본 선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제가 말을 많이 해줬어요. 이 선수들이 큰 꿈을 가지고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GOAL : 코로나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파주에 모여서 훈련을 했었죠. 국내 A매치도 오랜만이었고요.

한국 자체를 오랜만에 와서 좋은 시간이었어요. 국내에서 선수들과 그리고 팬분들 앞에서 경기를 뛰어서 기쁘고 좋았습니다.

GOAL : 이번 소집 때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이 이재성 선수의 긴 머리였습니다. 팬들이 ‘재성 언니’라는 별명도 붙여줬더라고요. 그리고 머리를 풀고 찍은 프로필 사진도 보셨나요?

저희가 팀 미팅 할 때 선발 명단을 띄우는데 그때 제가 너무 튀어 보이게 긴머리 사진이 있어서 보는 저도 낯설었어요. 하지만 많은 팬들이 좋아해 주셔서 독일 가기 전에 머리를 자를까 마음먹었는데 자르지 말라는 팬들도 많아서 고민하고 있습니다.(결국 이재성은 긴 머리 스타일을 유지한 채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GOAL : 특히 화제를 모았던 프로필 사진의 경우, 머리를 묶지 않고 풀고 찍은 이유가 있나요?

묶으면 머리 긴 게 별로 티가 안 나잖아요. 사진 찍어주는 형님이랑 이야기를 해서 머리를 풀고 찍었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자르라고 말하더라고요. 팬들은 귀엽고 재밌게 봐주시고 계신데 이번 소집에서 축구 외적으로 저의 헤어스타일이 부각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축구 실력이 더 부각 되도록 노력해야죠.

GOAL : 머리를 길러보니 장단점이 무엇인가요? 손흥민 선수가 대한축구협회가 진행한 ‘팬문선답’에서 이재성 선수의 긴 머리에 대해 많은 썰을 풀기도 했습니다.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불편하고 샴푸를 쓰는 양이 두 배가 됐습니다. 샤워 시간도 두 배로 늘었죠. 샤워를 가장 먼저 시작해도 가장 늦게 끝난다. 머리를 감고 말리는 시간이 있어서 흥민이가 아직도 샤워실에 있냐고 그랬습니다. 생활할 때나 축구할 때 신경 쓸 게 많아요. 하지만 좋은 점은 팬들의 관심,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GOAL : 다시 월드컵 이야기로 넘어오겠습니다. 만약 최종예선을 통과한다면 카타르 월드컵은

이재성 선수에게 두 번째 월드컵이 될 것 같아요. 선수 생활 전성기에 맞이하는 월드컵이기도 하죠. 어떤 월드컵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월드컵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첫 번째 월드컵과 똑같이 대하고 싶어요. 최종예선이 남았지만 만약 월드컵에 가게 된다면 원정 16강을 목표로 하고 싶어요. 첫 번째 월드컵을 통해 사실 제가 생각한 목표는 다 이뤘거든요. 한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멕시코전에서 흥민이가 넣었고, 1승은 독일을 상대로 했죠. 비록 16강은 가지 못했지만 많은 것을 이룬 월드컵이었어요. 다음 월드컵은 대표팀의 16강과 저의 득점을 원하고 있습니다.

GOAL : 러시아 월드컵 때 독일을 이길 거라곤 상상도 못 했잖아요. 독일을 이기고 선수들끼리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독일전 때 느꼈던 감정과 의욕들이 카타르까지 이어진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사실 그때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안 나요. 대신 그 기간 동안 선수들이 고생했고 힘들었는데 그때 모든 선수들이 울면서 터져 나왔던 것 같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죠.

우리가 앞서 두 경기(스웨덴, 멕시코전)를 최선을 다해 준비했었지만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것 같아요. 독일을 이겼는데 말이죠. 이런 아쉬움들이 다음 월드컵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다음 월드컵은 첫 경기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GOAL : 최종예선 첫 경기까지 두 달 정도 남았습니다. 특히 이번 최종예선은 한 경기 한 경기 결과가 소중할 것 같은데 어떤 의지로 임할 계획인가요?

우선 최종예선 전까지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서 소속팀에서 최대한 경기를 많이 뛰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컨디션 관리나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이렇게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를 마치면 감독님께서 원하는 플레이를 우리 선수들이 보여줘야 감독님도 저희에게 신뢰를 주실겁니다. 선수들이 이런 부분을 생각하고 노력해야죠.

광고

ENJOYED THIS STORY?

Add GOAL.com as a preferred source on Google to see more of our reportin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