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이명수 기자 = 부천FC 공격수 한지호가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선제골을 터트린데 이어 후반 막판 골키퍼의 퇴장으로 짧은 시간 동안 골문을 지켰다.
경기 막판 한지호는 상대의 헤더를 펀칭해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4-3으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부천은 한지호의 경기 막판 선방에 힘입어 안산을 꺾고 7경기 만에 승리를 신고했다. 한지호와 9일 전화인터뷰를 진행해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부천 소속으로 첫 골을 터트렸습니다. 절묘한 프리킥 궤적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노리고 찬 것인가요?
사이드 프리킥 연습할 때 골키퍼가 어디에 서 있는지 항상 체크합니다. 찰 수 있는 각도가 열려있어서 올릴까 때릴까 고민하다가 자신 있게 한번 때려보자고 생각했어요. 자신 있게 때렸던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가 와서 그라운드에 물기가 많은 상황이었는데 깔아서 때리면 물기 때문에 공이 빨라지거든요. 그런 것도 생각했습니다.
Q. 골 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는데요. 득점 후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제 각도에서 봤을 때 골대를 살짝 맞고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골대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많다 보니 살짝 맞고 들어간 것 같아서 그것에 안도했습니다. 동료 선수들이 와서 안아줄 때 저는 머릿속으로 VAR 볼게 있나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그런데 VAR 볼 만한 상황이 없었던 것 같아서 안도했습니다.
Q. 골 뿐만 아니라 골키퍼 장갑을 낀 것도 잊을 수 없는 하루였을 것 같습니다. 골키퍼를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나요?
사실 감독님께서 저를 골키퍼 시키실까봐 감독님 계시는 반대편 터치라인에 가서 물 마시고 있었습니다. 감독님 눈도 안 마주쳤어요. 그런데 멀리서 감독님이 저의 이름을 부르시더라고요. 설마 했는데 장갑 주시면서 ‘골키퍼 보라’고... 그래서 장갑을 끼게 되었죠. 전혀 예상 못 했어요.
훈련 때 장난식으로 몇 번 해봤는데 실전에서는 기회가 없었어요. 골키퍼 할 일도 없고, 할 상황도 없었죠. 우리가 수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전방 공격수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셨는지 저를 선택하신 것 같습니다.
Q. 골키퍼 해보니 어떻던가요? 그리고 펀칭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골키퍼 들어갈 때 마음은 제가 골키퍼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 갖지 말고 하자고 생각 했는데 자꾸 공이 저희 쪽으로 넘어올 때마다 긴장됐어요. 상대가 헤더 할 때 그 짧은 순간에 이걸 잡아야 하나 쳐내야 하나 많이 생각했죠. 순간적으로 공이 물기가 많다 보니 안전하게 쳐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펀칭했죠. 끝나고 생각해봤는데 조금 더 공이 구석으로 가서 제가 멋진 다이빙을 떠서 막았으면 더 큰 이슈가 됐을텐데 그런 생각도 드네요(웃음).
짧은 시간이긴 했는데 확실히 판단력이 중요한 것 같았습니다. 크로스나 프리킥이 떴을 때 필드 플레이어 입장에선 골키퍼가 잡아주면 편하거든요. 그런 판단력들이 중요하고, 사이드에서 공 올라올 때마다 가만히 있어야 하나 쳐내야 하나 계속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Q. 부천이 정말 오랜만에 승리를 거뒀습니다. 안산과 치열한 난타전도 펼쳤는데요. 필드 플레이어가 한 골을 막아준 게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요새 승리가 없다 보니 우리가 리드하고 있는 경기에서 ‘이 경기는 무조건 잡고 간다’ 이런 마음이 있었어요. 대신 실점하다 보니 저도 조급해지더라고요.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이고 쉽게 이길 수 있었는데 자꾸 골을 먹다 보니 저도 모르게 조급해졌어요. 몸을 날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조마조마하더라고요.
Q. 부산을 떠나 부천에 와서 이영민 감독님이 많이 믿어주고 계신 것 같습니다. 골이 안 나와서 답답한 기분이 들었을텐데 어제 경기로 해소가 됐나요?
감독님께 너무 죄송했습니다. 코칭스테프들 모두 ‘부담 갖지 말라’고, ‘모든 것을 지고 가지 말라’고 특히 감독님이 말씀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믿어주시는데 해결해주지 못하니까 답답했는데 득점포가 터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감독님이나 코칭스테프 분들이나 구단 구성원 모두 정말 저에게 모두 감사한 분들이죠.
Q. 한지호 선수는 부산 원클럽맨 이미지가 강했는데요. 이제 부천에 적응이 좀 되셨나요?
부천의 어린 선수들도 제 말을 잘 따라주고 모두 착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라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 선수들이 모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부산을 떠나 이사올 때 아들(한승원 군)이 부산 친구들이랑 돈독해진 상황이어서 많이 슬퍼했어요. 저와 가족 모두 부산에 좋은 추억이 많았고, 함께 뛰던 선수들과 집에 모여서 밥 먹고 그랬던 과거 이야기도 많이 하곤 합니다.
Q. 부산 원정경기 갔을 때 많은 팬들이 한지호 선수를 환영해주던데요.
그런 부분은 부산 팬들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제가 겉으로 표현을 많이 못 했지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어제도 골 넣고 부산 서포터 분들께 메시지도 많이 왔습니다. 축하한다고 응원 많이 받으니까 기분 좋았고 감사했습니다. 부산 원정 갈 때 부산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다는 설렘이 있어요.
Q. 한지호 선수의 득점 소식에 가족들 반응이 어땠나요? 특히 아들의 반응은요?
아들이 7살인데 눈치가 생긴 것 같아요. 직설적으로 ‘아빠 왜 골 못 넣어?’ 이렇게 말하는게 아니라 제가 경기 끝나고 집에 오면 ‘아빠, 창준 삼촌은 6골이고, 정호 삼촌은 2골인데 왜 아빠는...?’ 이렇게 말끝을 흐려요. 그럼 저도 대답할 때 머릿속에 고민이 많아지죠.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하나.
처음에는 귀여웠는데 자꾸 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실 스트레스를 안 받은 건 아니에요. 아들한테 골 넣는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잘 안 되다 보니 신경이 쓰였어요. 하지만 이제 아들의 마음도 알겠고, 아빠가 골을 넣었으니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Q. 아빠가 골 넣을 때 중계를 지켜보던 아들의 반응은 어땠다고 하나요? 경기장에서 봤으면 좋았을 텐데 무관중 경기라서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와이프랑 아들이랑 같이 중계 봤다는데 정말 좋아했다고 하더라고요. 경기 끝나고 밤늦게 집에 들어왔는데 아들은 자고 있었고, 스케치북에 그림이 하나 그려져 있었어요. 제가 골 넣는 장면이랑 골키퍼 보고있는 장면. 상대가 헤더 하는 것을 제가 쳐내는 그림을 그렸더라고요.
그런데 와이프가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저번 주 휴식일 날 아들과 함께 공을 찼는데 제가 슈팅하는 것을 아들이 막고, 아들이 차는 걸 제가 막는 놀이를 했어요. 아들이 와이프한테 ‘엄마, 아빠가 골 넣고 펀칭 한 거 전부 나랑 축구 연습해서 그런거야’라고 이야기를 해줬다고 하네요(웃음).
아들이 요새 K리그1, K리그2 다 챙겨볼 정도로 축구를 되게 좋아해요. 팀에 어떤 선수가 있는지 그런 것도 다 알고 있고, 승점까지 꿰고 있어요. 누구랑 누가 몇 골 넣고 그런 기록들이 머릿속에 있더라고요. 그림도 보면 김천이 2위로 내려오고 부천이 1위로 올라가는 의미래요.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같이 축구를 해보면 좀 빠른 것 같기도 하고 본인이 좋다고만 하면 축구 시킬 의향은 충분히 있어요.
Q. 부천에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베테랑이잖아요.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성적만 더 좋다면 선수들이 더 잘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고참으로서 미안한 생각이 들어요.
저는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해요. 훈련할 때도, 시합할 때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고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그때 더 열심히 할걸’ 이런 끝나고 후회를 하기 싫어서 하루하루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머릿속에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열심히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나 팀에 좋은 결과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