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 골닷컴 이성모 기자] 게리 리네커(Gary Lineker).
한국의 축구팬들, 특히 유럽 축구 팬들에겐 아주 익숙한 이름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BBC의 간판 축구 프로그램 매치오브더데이(Match of the Day)의 진행자로 우리에게 익숙한 그는 BBC외에도 영국 내 챔피언스리그 독점 중계사인 BT 스포츠의 챔피언스리그 방송 진행자로도 활동하며 매주, 매라운드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의 거의 모든 경기를 축구팬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현재 영국 최고의 축구전문가다.
그는 또 방송인이기 이전에 현역시절 레스터, 에버튼, 토트넘, 바르셀로나 등에서 뛰었고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역대 최다득점자 랭킹 3위의 골 기록(48골/80경기)을 보유하고 있는 레전드 공격수이기도 하다. 또, 현역시절 단 한 번의 옐로우카드도 받지 않았다는 데서 '그라운드의 신사'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이기도 하다.
그렇듯 영국 축구계의 레전드이자 현재 가장 활발하게 축구 방송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리네커를 30일 런던에서 직접 만났다. 그와 따로 가질 수 있는 단독 인터뷰 시간이 제한적이었기에 그가 현역시절 뛰었거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팀들인 레스터, 토트넘, 잉글랜드 대표팀과 EPL에 대한 질문 위주로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게리 리네커와 가진 인터뷰의 1편으로 레스터, 토트넘, EPL의 부진 등에 대한 그의 의견이다.
이성모 : 만나서 반갑다. 시즌 초에 지난 시즌 했던 공약대로 바지만 입은 채 매치오브더데이(MOTD)를 진행한 모습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 공약을 했던 순간에, 혹시라도 레스터가 우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가?
리네커 : 반갑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사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고 강하게 부정하기도 했다. 레스터가 리그 우승을 한다는 것은 마치 지금 우리가 "다음 시즌에 크리스탈 팰리스가 우승할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다. 그건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다.
이성모 : 그래서 실제로 매치오브더데이에서 바지만 입고 진행하는 기분은 어땠나?(웃음)
리네커 : 초현실적인 기분이었다. 아주 이상했고 마치 내가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웃음)
이성모 : 레스터의 이번 시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본인은 레스터 선수 출신인만큼, 레스터의 이번 시즌에 대해 많은 실망을 했던게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느낄 수가 있었는데.
리네커 :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다. 그들의 시즌을 돌아보면, 갑자기 평소에 하지 않던 일들을 했다. 갑자기 바르셀로나,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프리시즌 투어를 하기도 하고 새 시즌이 되기 전에 계속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즌이 안 좋게 시작됐다. 지난 시즌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레스터가 지난 시즌 마지막 20경기를 마치 컵 대회 결승전처럼 치렀다는 것을 알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은 마치 새 시즌 초반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임했다.
그 대목에서, 나는 그들의 부진이 심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노력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다보니 점점 상황이 악화됐고 감독이 변화를 시도해봤지만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 부진이 계속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는 법이다. 그래서 결국 감독이 경질되자 모든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선수들에게 쏠렸고 선수들은 갑자기 다시 전력을 다해서 지난 시즌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그것은 어느정도 예견되어 있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나는 그것이 심리적인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성모 :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에 대해서, 선수들이 태업을 했다거나 감독의 경질에 선수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도 있었다. 본인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리네커 : 그 부분은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누가 알겠나? 그건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이성모 : 그럼 이번에는 본인이 뛰었던 또 다른 한 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토트넘은 정말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포체티노의 토트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리네커 : 우선 나는 포체티노가 정말 뛰어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끄는 토트넘은 그들이 뭘 하는지 제대로 알고 플레이를 하고 있다. 또 그들은 아주 어린 팀으로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음 시즌에 웸블리에서 홈경기를 해야한다는 문제는 있겠지만, 나는 그들이 곧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토트넘에게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정체성을 결정할 아주 중요한 이적시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스타 선수들을 지키는 일이다.
이성모 : 토트넘은 지난 시즌 3위를, 이번 시즌에는 2위를 차지했다. 그들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리네커 : 그 부분도 마찬가지로 여름 이적시장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스타 선수들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또 몇몇 포지션에는 선수들의 보강이 필요하기도 하다. 지난 여름 이적 시장의 토트넘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시즌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적시장을 잘 활용해야하고 또 웸블리에서 잘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성모 : 본인은 매치오브더데이 진행자로서 모든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지켜보고 있고, 동시에 BT 스포츠를 통해 챔피언스리그 중계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최근 EPL팀들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한 것은 어떤 이유라고 생각하나?
리네커 : 우선 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프리미어리그의 클럽들이 일종의 전환기(transitional period)를 거쳤다고 생각한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은퇴하고 최고의 레전드들이 은퇴하면서 맨유가 침체기를 겪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이제야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팀들도 비슷하다. 아스널은 유럽에서의 경쟁력에 있어 늘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첼시는 몇년전까지 성공적이었지만 잠시 혼란을 겪었다가 이제 또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나는 유럽 축구계에는 일종의 사이클(Cycle)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년 사이에는 스페인 클럽들이 유럽 축구계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과거에는 이탈리아가 그럴 때가 있었고 잉글랜드가 그럴 때도 있었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현재 스페인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조만간에 다른 나라의 팀들이 보여줄 수도 있다. 그것이 잉글랜드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2편에서 리네커가 말하는 잉글랜드 대표팀, 해리 케인, 손흥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