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단독] 대표팀, 손흥민, 이승우. 이영표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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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골닷컴 인터뷰)
대표팀, 손흥민, 이승우. 그리고 본인의 미래 커리어 등에 대한 이영표 인터뷰 전문.

[골닷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이성모 기자 = “자동차는 한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그 부속품만 바꾸면 됩니다. 그러나 축구는 자동차가 아닙니다. 어느 한 포지션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선수만 바꾼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70여일 앞두고 많은 팬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최근 북아일랜드, 폴란드를 상대로 가진 두차례의 평가전 이후에도 많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는 긍정적인 의견도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한 가지 큰 공통점은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이 수비 불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붙박이 수비수로 127경기를 출전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이자 PSV, 토트넘, 도르트문트 등 유럽 빅클럽에서 뛴 경험을 가진 이영표만큼 대표팀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KBS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영표 위원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따로 만나 대한민국 대표팀에 대한 그의 생각, 그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미래 커리어, 그리고 지금까지도 늘 회자되는 그의 ‘손흥민 예언’과 이승우에게 보냈던 조언 등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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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와 가진 '골닷컴' 단독 인터뷰 전문이다. 

1. 이영표 “대표팀 수비 문제? 축구는 ‘자동차’가 아니다”

골닷컴 : 안녕하세요 이영표 위원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영표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골닷컴 : 우선 이번에 벨파스트전 앞두고 대표팀 공개 트레이닝 때 김진수 선수와 잠깐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봤습니다. 김진수 선수는 이 위원님의 포지션 후배이기도 한데요. 혹시 포지션과 관련해서 나누신 이야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영표 : 이번에는 그냥 인사만 했습니다. 

골닷컴 : 사실 한동안 대표팀의 풀백 혹은 윙백 포지션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오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위원님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고요. 또 측면 수비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수비가 불안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입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영표 : 팬들은 어떤 포지션에 어떤 선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현재 대표팀의 윙백이 특별히 약하다 혹은 취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수비가 약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만약 수비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것은 수비 전체의 문제이지 특정 포지션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윙백이라고 하면 윙백을 강하게 만드는 건 앞의 윙포워드, 옆에 미드필더 와 중앙수비수, 그리고 골키퍼까지 모두 영향이 있죠. 어떤 한 부분이 약하다는 것은 그 주변에 문제가 있다는 뜻 입니다. 

만약 약한 부분이 미드필더라면 그 주변, 중앙 수비라면 그 주변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주변 조직이 약하기 때문에 그 조직의 중심에 있는 선수가 약해보이는 것 입니다. 물론 형편없는 선수가 있을수는 있지만 한국대표팀에 그런 형편없는 선수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수비라인에서 윙백 이라는 포지션은 상대공격의 타겟 입니다. 현대 축구에서 대부분의 골은 양쪽 사이드가 무너질때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상대의 윙백을 노리고 상대도 우리의 측면을 노리죠. 이것이 바로 수비가 약할때 윙백이 불평을 듣는 이유입니다.

대표팀 수비에 대한 올바른 비평은 수비조직이여야지 특정 선수나 포지션 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원인과 현상 이 두가지를 같이 봐야지 하나만 보면 안 됩니다. 

골닷컴 : 사실 최근 대표팀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각을 보면 윙백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특정 포지션에서 누군가가 문제를 보이면 그 선수를 다른 선수로 바꾸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원님 말씀은 그게 아니라 전체가 수비 조직으로서 보완해야 한다, 그런 말씀인 것 같습니다. 

이영표 : 당연히 그렇습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다고 이 선수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선수를 바꾸면 이전 선수 때문에 감추워져 있던 또 다른 문제가 새로운 선수로 인해 생겨나기도 합니다. 자동차는 부속품에 문제가 생기면 부속품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축구는 자동차가 아니거든요. 어디 한 곳에 문제가 생겨서 그 선수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그 주변에 그 문제를 야기한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누가 그 자리에 들어와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축구를 봤으면 합니다. 

골닷컴 : 공격수들이야 개인기량으로 골을 넣는다고 하지만 수비는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이영표 : 수비가 공격보다 더 어려운 이유는 패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무리 상대를 잘 마크하고 있어도 수동적일수 밖에 없는 수비는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공격수보다 반 박자 늦을수밖에 없습니다. 공격수의 선제적인 움직임에 좋은 패스가 들어오면 수비는 속수무책입니다. 수비수들은 끝없이 공격수들과 패스하는 선수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죠.

특히 실점 장면에서는 수비가 잘못해서 실점을 했는지 아니면 공격이 잘해서 득점을 했는지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에 모든 실점에서 수비의 잘못을 찾으려 한다면 그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골닷컴 : 지금의 당면과제는 남은 기간에 수비 조직력을 최대화 하는 것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이영표 : 수비는 몇가지 중요한 것들이 있는데, 그 중 중요한 한가지는 상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누구를 잡아야 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상대 공격수 즉 ‘창’의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건 상대의 ‘관’을 막는 겁니다. 

그 ‘관’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누구냐? 윙백이죠. 즉 상대의 양쪽 윙백을 아예 막아버리면 축구는 쉬워 집니다. 그 역할은 물론 우리의 윙포워드가 하죠. 상대의 윙백이 좋은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되면 상대의 공은 가운데로 밖에 올 수 없고요. 그렇게 되면 중앙에는 숫자가 많으니까 우리가 유리하죠. 중앙은 항상 복잡하니까요. 또 한가지 상대가 볼을 중앙으로 넣었을 때 우리가 뺏으면 역습이 되는데, 상대의 공을 측면에서 뺏으면 역습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팀이 측면 공격을 할때 반대쪽은 항상 안쪽으로 들어와서 수비커버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이 중앙에 있으면 양쪽 윙백은 넓게 벌리게 되고 갑자기 공을 빼앗겼을때 수비에 가담할수 없게 되죠.

우리가 상대 윙백을 철저하게 막으면 상대가 할 수 있는 건 우리 뒷공간을 노리거나, 즉 뻥축구죠? 공이 일단 공중에 뜨면 확률은 50대 50이에요. 즉, 우리가 볼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아니면 중앙으로 올수밖에 없는데 중앙은 이미 우리 쪽 숫자가 많기 때문에 상대에게 공간이 없습니다. 공간은 공격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인데 말이죠.

즉, 공간이 없으면 상대가 공격하기가 어렵죠? 거꾸로 말해서 상대를 어렵게 만들면 우리에게 쉬운거죠. 그러니까 상대팀 윙백을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골닷컴 : 요즘 자주 쓰는 말로 하면 상대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못하게 막아라 그런 거군요. 

이영표 : 그렇죠. 수비시 빌드업에 숨어있는 핵심은 상대의 윙백입니다. 그러니까 상대팀 윙백이 볼을 받고 편하게 볼을 찔러주게 놔두면 그건 끝난 겁니다. 이건 제가 PSV, 토트넘, 도르트문트, 대표팀 모든 팀에서 다 경험한 거에요. 상대 선수들이 제가 볼을 못 잡게 압박을 해서 막아버리면 저한테 볼이 안 옵니다.

그러면 우리의 공격은 점점 중앙으로 몰리게 되고 저는 상대의 역습에 놀라 허겁지겁 수비에 가담하느라 체력이 고갈됩니다. 반대로 윙백인 나에게 공간이 많고 패스가 살아나면 그 경기는 거의 우리팀이 이기는 경기를 합니다.

골닷컴 : 상대 윙백을 막아야 되는 부분에 더해서, 우리 수비진 전체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영표 : 수비 조직력은 무조건 반복 훈련밖에 없어요. 모든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볼이 어디에 있을 때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볼이 중앙에 있으면 윙백은 어디에 있어야 되고. 미드필더는 어디에 있어야 되고, 등등. 그게 바로 수비 조직이고 간격이죠. 

근데 이건 선수들이 반복적인 훈련을 하고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조직이 깨져요. 왜냐면 상대가 계속 움직이거든요. 그래서 그 움직임을 따라갈 건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되는데 상대가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좌우로 움직일 때 우리 수비조직도 계속 깨진단 말이죠. 상대가 움직일때 마다 생긴 공간을 수비수들이 빠르게 눈치채고 막습니다. 그렇게 상대가 움직일 때 우리 공간이 열렸다 닫혔다 해요. 그게 열릴 때 상대 선수가 들어오고 볼이 들어오는 거죠.

그래서 그 열렸다 닫혔다 하는 공간을 수비수들이 얼마나 빠르게 메꿔주느냐가 바로 수비조직력입니다. 그런데 그 수비조직력은 반복훈련을 통해서만 나타난다는 거죠. 끊임없는 반복훈련. 훈련하고 비디오 분석하고 또 훈련하고 분석하고. 영상 보면서 교정하고 또 교정하고. 위치를 재교정하는 거죠.

그렇게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는 수비조직력 훈련이 필수적이죠. 거기에 포백라인, 미드필더 라인, 포워드라인까지 다 같이 그걸 익힐 수 있으면 그 때 이제 수비조직력이 갖춰지는 거죠. 

골닷컴 :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는 더 이상 실험할 때가 아니다’라는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이영표 : 수비수 한명 정도를 바꾸는 건 괜찮겠지만, 4백 중에 3명이 바뀐다 이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되는 거죠. 지금은 수비수들을 많이 바꾸면 안 될 때입니다. 3월의 경기력은 6월과 맞닿아 있어요. 지금의 경기력은 본선에 묻어나는 경기력입니다. 전술, 선수구성, 팀분위기, 경기력, 컨디션 등등. 아무리 바꿔도 묻어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제는 선수를 너무 바꾸기 보다는 조직력을 다질 때입니다.
 

골닷컴 : 조금 지난 이슈이긴 하지만 신태용 감독님의 대표팀 감독 부임 직후에 히딩크 감독님 이야기가 오가며 큰 이슈를 불러일으킨 바 있고 월드컵을 눈앞에 둔 지금도 일부 팬들 중에는 신태용 감독님을 못 미더워하는 분들도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신태용 감독님은 폴란드 전 전후로 기자회견에서 특정 선수에 대한 비판보다는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하시기도 했고, 이영표 위원님 역시 중계 중에 지금은 대표팀을 지지할 때라는 발언을 하시기도 했는데요.

이런 신 감독님, 또 대표팀을 믿고 지지하는 부분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요?

이영표 :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사람들의 생각도 모두 다양합니다. 어떤 사건에 대하여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으며 그 생각은 기본적으로 존중 받아야 합니다. 축구팬들도 축구경기가 끝나고 나면 당연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경기 결과를 칭찬하거나 비판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그 권리가 한 사람의 인격까지 공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제가 국가대표팀에 있을 때는 경기에서 지면 죄책감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마치 범죄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구요. 이제 후배들은 반성하고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되 죄책감 까지는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축구선수가 축구를 못한다고 해서 그것 자체가 범죄는 아니니까요.

또 최근에는 특정 선수에 대한 비난이 많습니다. 많은 축구팬들이 왜 그 선수를 출전 시키느냐는 비판을 감독에게 하는데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감독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결과입니다. 쉽게 말해 이기면 좋은 감독이 되고, 지면 나쁜 감독이 되죠. 이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감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축구 감독들은 좋은 감독이 되기 위해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이 선택은 바로 감독 자신을 위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단지 어떤 선수를 편애하기위해 자신이 좋은 감독이 되는 길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선수보다 감독이 먼저 비판을 받는 이유이며 경기에 뛰지도 않는 감독이 경기 결과에 책임을 지는 이유입니다. 감독은 '선수선발권'이라는 특별한 권한을 부여 받았습니다. 팬들이 그 '선수선발권' 이라는 권한에 침범하는 순간 감독을 비판할 수 있는 축구팬으로서의 고유권한도 빼앗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골닷컴 : 그럼 신태용 감독에 대한 비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영표 :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비난받지 않았다는 축구감독을 만났다거나 들었다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감독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팬들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독에게 물을 수 있습니다. 만약 비판 받는 것에 기분이 나쁜 감독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직 감독이 될 준비가 안된 사람입니다. 제가 아는 신태용 감독은 비판과 마주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된 감독입니다. 

축구팬들이 감독을 비난하는 것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은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단 지금 이 시점에서 대표팀에 힘이 되는 말은 뭘까를 모두가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잘했어도 비평이 필요할 때가 있고, 못해도 ‘괜찮다’라고 말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일관적이여야 하지만 말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필요가 있는데 지금의 상황은 비판이 약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이 될까 우려스럽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의 기분, 팬들의 기분이 어떤지 혹은 해설하는 저의 기분이 어떤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까. 그게 중요한 것이니까요.

골닷컴 : 전반적으로 이제는 모두가 팀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될 때다, 그런 말씀인 것 같습니다.

이영표 : 우리가 ‘한 팀’이라고 말할 때 그 한 팀은 감독과 선수만이 아니라 협회에서 서포트하는 모든 직원, 언론, 그리고 팬들까지 모두가 한마음이 됐을 때 한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배 = 분노와 비판'이라는 공식으로만 답하다가 승리의 순간에만 슬그머니 껴들어 함께 즐기려는 사람들은 자신이 진짜 대한민국 축구팬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골닷컴 : 대표팀에 대한 질문을 마감하기 전에 이영표 위원님께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이영표 : 비난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함' 이고 충고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결함이나 잘못을 진심으로 타이름'입니다.

충고와 권면은 사람을 살리지만 비판과 비난은 사람을 오히려 죽입니다. 그러면 똑같은 말을 하고도 어떤 것이 어떤 것이 충고이며 어떤 것이 비난이고 비판인가 그 기준은 그 안에 ‘사랑’이 있는가 없는가입니다. 사랑의 특징은 자신의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을 먼저 배려합니다. 우리는 축구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축구팬이라고 말하지 않으니까요.

골닷컴 : 아마 위원님도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손흥민 선수가 좋은 활약을 할 때마다 위원님이 2년 전에 하셨던 말씀이 계속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2~3년 안에 손흥민이 유럽 최고가 될거다” 그 말씀인데 팬들 사이에서는 “이영표의 예언이 현실이 됐다” 이렇게 회자가 되고 있거든요.

이영표 : 예언은 무슨…(웃음)

골닷컴 : 팬들이 실제로 그렇게 이야기합니다.(웃음) 어떠세요? 처음 그 이야기를 하셨을 때 어떤 뜻으로 하셨던 것인지요. 

이영표 : 그때는 손흥민 선수가 영국에서 첫해 적응하는 기간 이었어요.

골닷컴 : 첫번째 시즌 말씀이죠. 

이영표 : 그렇죠. 그런 상황에서 태국에 갔다가 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물론 축구팬들이 재미삼아 예언이야기를 한다는건 알고있습니다. 사실은 실제로 뭔가 말해서 제대로 적중한 적도 없는데 말이죠. 손흥민이 원래부터 갖고 있던 자기 실력이 발휘됐던 것 뿐이죠. 

모두다 아시는 것처럼 축구에서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는데 손흥민 선수가 갖고 있는 속도, 슈팅, 움직임같은 장점들이 프리미어리그와 잘 맞습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 두 리그는 흡사한 부분이 많죠. 다만 속도 면에서 프리미어리그가 한 템포 더 빠릅니다. 이미 손흥민 선수가 갖고 있는 빠른 속도와 좋은 움직임, 그리고 마무리 능력은 이미 분데스리가 레벨을 넘어 프리미어리그 수준이었던 선수기 때문에 원래 지금의 모습이 자기의 레벨이었고 그 레벨을 하고 있는 거죠.

골닷컴 : 위원님이 토트넘 시절 저메인 제나스와 함께 뛰셨죠? 

이영표 : 제나스는 같이 뛰기도 했지만 친하게 지냈던 선숩니다.

골닷컴 : 이전에 제나스도 저와 인터뷰에서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성공할 줄 알았다” 이런 발언이었고요.

이영표 : 제나스는 미리 알았는지 모르지만 저는 사실 매년 20골을 넣는 선수가 될 것 까지는 몰랐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와 분데스리가의 차이는 일단 경기 속도에서 차이가 납니다. 속도 면에서 프리미어리그가 훨씬 더 빠르죠. 아까 수비 조직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수비 조직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부분을 이야기했었잖아요.(인터뷰 1편 참고) 축구에서는 수비 조직에 균열이 생길 때 수비수들은 그 공간을 인지하고 공간을 메우는 일을 경기중에 반복합니다. 그 균열은 상대 공격수들이 경기중에 상,하,좌,우 로 움직일때 마다 생겨나는 수비조직의 균열이죠.

프리미어리그는 그렇게 수비조직에 두 번 정도 균열이 생기면 그 중에 한번은 반드시 스루패스가 들어오거나 상대가 파고듭니다. 그런데 분데스리가는 세 번 중 한 번이 들어옵니다. 그러니까 프리미어리그가 수준이 더 높다는 거죠. 속도, 공이 들어오는 타이밍, 선수들이 움직이는 레벨 등이 프리미어리그가 한 수 더 높습니다.

그러나 손흥민은 잠시 경기속도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미 프리미어리그에 필요한 자질은 모두 갖고 있었던 것이죠.

골닷컴 : 손흥민 선수가 또 마침 위원님이 뛰었던 토트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이영표 : 당연히 너무 좋죠.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토트넘에서 저를 초대한 적이 있었지만 제 일정이 맞지않아 초대에 응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제가 뛰었던 모든 클럽을 다 마음에 담고 있어요. 어디를 가든 항상 경기 결과를 보고. PSV, 도르트문트, 알힐랄, 토트넘, 밴쿠버도 그렇고. 제가 뛰었던 팀들이 잘할 때마다 참 기분이 좋죠. 

골닷컴 : 손흥민 선수에 대해 하나만 더 질문을 드리자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잖아요. '월드클래스'다, '더 빅클럽으로 갈 수도 있지 않나' 이런 말도 나오고. 왜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교체로 쓰냐 그런 말도 있고요.

선배로서 보기에 손흥민 선수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영표 : 유럽의 3대 빅리그에서 매년 20골씩 넣는 선수가 있다면 우리는 그 선수를 톱클래스 선수라고 부릅니다. 손흥민은 톱클래스 선수입니다. 

이미 잘하는 선수에게 더 잘하라고 말하면 조금 이상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굳이 한가지를 더 말하라면 손흥민의 장점인 속도와 움직임과 맞닿아 있는 것은 공간입니다. 손흥민은 공간이 있으면 누구도 막기 힘들죠. 그걸 반대로 뒤집으면? 그럼 공간이 없을 때는 손흥민이 어떻게 되냐 그것이 고민이 될 수는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왜 손흥민이 토트넘하고 대표팀하고 다르냐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토트넘에는 공간이 많이 있고 대표팀에는 공간이 많이 없다는 점이 다릅니다. 손흥민을 위한 공간이요. 손흥민의 장점이 공간과 연관성이 있는데 대표팀에는 공간이 많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약팀하고 한다고 하면 약팀에게 손흥민은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입니다. 상대는 손흥민에게 만큼은 공간을 주지 않으려 할것이고 이것이 손흥민이 약한 팀하고 해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기가 쉽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이 충분한 상태에서는 누구도 손흥민을 막기 어렵다는것이 확인 됐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공간이 없는 상태에서도 좋은 경기를 하는것. 이것이 굳이 말하라면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인 것 같습니다.

골닷컴 : 손흥민 선수에 대해 이야기한 김에 여쭤보자면 이번에 평가전에서 황희찬 선수가 손흥민 선수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영표 : 또 한 명 제가 진짜 칭찬하고 싶은 선수가 황희찬 선수입니다. 황희찬 선수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마음에 듭니다. 공격수로서 공격적인 면. 공격수로서 갖고 있는 수비적인 면 모든 면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공격수가 골을 못 넣는 건 이해를 해요. 기회를 놓칠 순 있어요. 그러나 공격수가 공격수로서 해야 되는 수비의 1차적인 임무를 하지 않는 걸 보면 힘들어요. 견디지 못할 정도로.(웃음) 물론 이 감정은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입니다. 그런데 황희찬은 그런 부분이 되어있어요.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되어 있는 거죠. 

축구에는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있고,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잘하는 선수가 다 꼭 팀에 필요하냐 그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황희찬이라는 선수는 팀에 꼭 필요한 선수에요. 소속팀이든 대표팀이든 이런 선수가 팀에 있다는 건 선물 같은 겁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 지성이가(박지성) 플레이가 화려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제가 옆에서 뛰면서 감동을 받을 정도로 헌신이 생활화된 선수였거든요. 밖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동료들이 다 느낄 정도로. 그런 선수와 함께 뛴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그런데 황희찬이 바로 그런 선수에요. 이런 선수를 볼 때 저는 행복감을 느껴요.(웃음) 박지성, 황희찬 같은 선수들.

골닷컴 : 손흥민, 황희찬. 대표팀 공격수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른 공격수에 대해서도 질문을 드리자면 최근에 석현준 선수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리긴 했으나 월드컵 진출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워낙 석현준 선수가 ‘도전의 아이콘’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가 월드컵에 못 가는 게 아쉽다는 팬들의 의견도 꽤 많은 상황이고요. 

이영표 : 석현준 선수가 굉장히 좋은 선수인 것은 분명합니다. 놀랍게도 계속해서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은 참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현재 스쿼드로 봤을 때 신태용 감독의 플랜에 그가 들어있을까 고만해보면 아직은 그런 증거가 많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석현준의 경우는 지난 1월에 한창 좋았을 때 그 때 참 운이 없었던 것 같아요. 골도 넣고 한창 경기력이 좋았을 때 그 때 대표팀에 들어왔으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는데. 그 때 1월 소집에 부상으로 못 들어온 것이 그것이 석현준 선수에겐 참 불운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력으로서는 충분히 좋은 실력을 갖고 있는 선수인데 말이죠.
 

골닷컴 : 앞서 손흥민 선수에 대해 남기셨던 팬들이 말하는 ‘예언’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위원님의 손흥민 선수에 대한 발언 외에 또 한가지 팬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일화 중 하나가 이승우 선수에게 남기셨던 글과, 그에 대한 이승우 선수의 반응인데요.

그 때를 돌아보면 어떠신가요? 일부 팬들의 의견처럼 어쩌면 이승우 선수의 반응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이영표 :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우선 제가 그 글을 썼던 이유는, 사실 그 글은 이승우에게 썼던 글이 아니었어요. 이승우를 비판하는 글도 아니고. 언론과 팬들에게 ‘어린 선수 망치지 말라고’ 쓴 글이었어요.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을 걱정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던 거죠. 

선수들은 항상 언론과 팬들에 의해서 너무 높은 평가를 받거나 너무 낮은 평가를 받아요. 조금 잘하면 엄청나게 잘한다고 하고 조금 못하면 선수도 아니라고 말하죠. 그게 언론과 여론의 특성입니다. 그런데 어린 나이부터 너무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어린 선수들을 자신도 모르게 죽이는 길이거든요. 

모든 선수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난과 시련의 과정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데 선수가 어린 나이부터 너무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면 미래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환경을 이겨내는 인내심의 결핍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집니다. 상실감과 박탈감에 견디질 못해요. 그게 바로 어린 선수들을 너무 높게 평가하면 안 되는 이유에요. 

제가 그 글을 썼던 건 재능 있는 한 선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있는 언론과 팬들에게 보내는 경고였고 지금의 상황을 우려해서 썼던 글이지 이승우를 비판하려고 쓴 글이 아니었어요. 물론 이승우 선수가 그렇게 받아들였던 것 같지만.(웃음)

골닷컴 : 네 조금 그런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영표 : 많은 팬들이 이승우 선수를 비판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저는 이승우에게 ‘지금 잘하고 있다’라고 격려의 말을 하고 싶습니다. 현재 이승우는 벤치에 앉거나, 어떨 때는 벤치에 못 앉기도 하는데 지금 이승우에게 이 상황은 최선입니다. 우리가 딱 요구해야 될 위치에 정확하게 와 있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승우가 지금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이 만들어 놓은, 팬들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기준을 가지고 이승우의 지금 모습에 적용해버리니까 이 선수가 실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거나 못한다고 생각을 하는 거에요. 그게 아니에요. 이승우는 실제로 지금 조금씩 조금씩 계속 발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승우 선수를 과거에 엄청나게 극찬했던 것도 잘못된 판단이고 지금 비판하는 것도 잘못된 판단입니다. 

이승우는 지금 잘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를 비판하는 대신 우리가 응원해줄 때입니다. 

골닷컴 : 네. 이승우 선수가 요즘 결장이 길어지면서 걱정하는 팬들이 많은데 큰 힘이 될 말씀인 것 같습니다. 

이영표 : 저는 이승우 선수가 나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심성도 착하고 순수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어린 선수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죠. 참 저한테 정확히 뭐라고 했다고요?(웃음) 

골닷컴 : 한 인터뷰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접 오셔서, 만나서 이야길 하셨다면 더 와 닿았을 것 같다” 그 발언을 한 것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었습니다.

이영표 : 저는 그런 말도 순수하니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만 더 이야기하자면, 선수는 여론을 즐기면 안 돼요. 언론이나 팬들의 칭찬이 크면 클수록 똑같은 양의 비난과 비판이 뒤에 숨어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여론은 팬들이 즐기는 거지 선수가 즐기는 것이 아닙니다. 선수가 여론을 팬들과 같이 즐기는 순간 그 선수는 위험해져요. 무엇보다 칭찬을 즐기는 순간부터 비난이라는 올무에 스스로 빠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골닷컴 : 이승우 선수에 대해서 질문을 마치기 전에 조금 현실적인 질문을 드리자면 베로나에서 못 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뛸 수 있는 팀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런 우려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영표 : 현실적인 의견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해주고 싶은 말은 빅리그 라는 네임벨류에 얽매이지 말고 어떤 리그가 아니라 어떤 팀에서 뛰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이야기는 해주고 싶어요.

예를 들어서 스위스의 바젤, 네덜란드 PSV, 아약스, 페예노르트, 우크라이나 샤흐타르, 벨기에의 브루게 안더레흐트, 겡크, 스코틀랜드의 셀틱 이나 레인져스 같은 팀들은 정말 좋은 팀들입니다. 외형적인 것을 생각하지 말고 실속있는 좋은 팀이면서 여유가 있어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팀으로 가면 좋겠습니다.

골닷컴 : 많은 팬들이 지적하는 이승우 선수의 피지컬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승우 선수의 아버지는 저와의 인터뷰에서 ‘피지컬이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히신 바 있습니다. 

이영표 : 이승우 선수에게 피지컬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피지컬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면 힘으로 제압하려고 하지 말고 요령을 터득하면 되니까요. 

제가 토트넘에서 뛸 때의 경험인데, 상대 선수보다 앞서 있었는데 뒤에서 손이 들어오더니 저를 밀고 자기가 앞서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때 깨달았어요. 아 내가 힘으로 상대하면 안 되겠구나. 그래서 그 후로 저는 토트넘에서 몸싸움을 안 했습니다. 몸싸움을 최소화하고 이길수 있는 몸싸움만 했습니다. 그게 제가 왜소한 피지컬로 토트넘에서 3년동안 모든 공식 대회를 통틀어서 100경기를 넘게 뛸 수 있었던 이유였어요. 

아구에로도 피지컬이 좋아서가 아니라 요령을 잘 알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합니다. 이승우 선수는 힘에 의한 몸싸움이 아니라 요령으로 하는 몸싸움이 다르다는 걸 알고 기술적인 몸싸움을 하는 방법을 알 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을 잘 다루는 기술만이 기술이 아니고 몸싸움을 잘하는 것도 기술이고 축구 센스죠. 

골닷컴 : 마지막으로 이승우 선수에게 할 말이 있다면요?

이영표 : 급하게 마음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미 또래 선수들보다는 많이 앞서 있어요. 더 앞서 있는 선수들을 보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충분히 그 나이에 비해 잘 하고 있고 칭찬을 받을 만한 실력을 가졌어요.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자신의 축구에만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골닷컴 : 마지막 질문을 드리기 전에 한가지 다른 주제에 대해 간단히 질문 드리겠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중계자들을 보면, 유난히 풀백 출신이 많습니다. 게리 네빌(맨유 : 스카이스포츠), 제이미 캐러거(리버풀 : 스카이스포츠)을 시작으로 그레엄 르 소(첼시 : NBC), 리 딕슨(아스널 : NBC) 등 EPL의 레전드 풀백들이 모두 현재 해설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영표 위원님도 물론 마찬가지고요.

혹시 이런 현상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영표 : 글쎄요. 특별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굳이 이유를 찾으라고 한다면 풀백들은 경기를 할 때 경기장 전체를 대각선으로 바라보며 경기를 합니다. 경기에 적극적으로 관여 하면서 동시에 경기장 전체를 지켜보면서 경기를 하죠. 경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경기가 수세에 몰리면 정신없이 수비를 하지만 동시에 당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공격하면 수비가 어려워 지는구나를 느끼게 되죠. 또 상대를 제압하는 여유 있는 경기에선 좋은 경기를 하기위해선 어떻게 경기를 풀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골닷컴 : 한국 축구팬들 사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반응 중에 “언젠가는 이영표가 감독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견도 존재합니다. 그런 반응에 대한 위원님의 생각, 또 위원님이 바라는 미래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이영표 : 저는 축구를 안다는 것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합니다. 

첫번째, 축구를 직접 해봐야합니다. 축구를 해보지 않고 축구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어요. 둘째, 축구를 누군가에게 배워봐야 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축구를 가르쳐 봐야해요. 저는 그 첫 번째 두 번째는 해봤지만 세 번째는 아직 해보지 못했습니다. 이건 저의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제가 축구를 하면서 전술적인 부분이나 심리적인 부분은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작은 지식은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런 것을 안다는 것과 감독이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감독은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이고 사람을 다루는 기술과 정직함 그리고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제 후배들 중에 초등학교 감독이 있는데 저의 코칭 능력과 제 후배의 지도력을 비교해보면 후배가 훨씬 나아요. 후배는 저에게 축구에 관해 많은 것들을 물어봅니다. 하지만 팀을 지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후배에게 물어보죠. 그만큼 축구를 많이 아는 것과 감독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지도자라는 직업은 대단히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제가 지도자를 안 하겠다고 한 이유가 몇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한가지는 저 스스로 생각했을 때 저는 좋은 지도자가 되기 어렵다는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골닷컴 : 지금도 그러신가요?

이영표 : 지금도 그래요.

골닷컴 : 그렇다면 지도자가 아니라고 하면 행정가로서의 길은 열어 두고 계신지요?

이영표 : 네 저는 행정가로서의 길에는 관심이 있습니다.

좋은 선수보다 더 중요한 건 좋은 지도자에요. 좋은 선수는 10년 15년 정도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지만 은퇴를 하면 거기서 끝이죠. 하지만 좋은 지도자는 수십 년 동안 좋은 선수를 수십 명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한국에 정말 필요한 건 좋은 선수보다 좋은 지도자입니다.

그러나 제가 유럽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축구를 잘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축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시스템’ 말입니다

한국 선수들이 축구를 잘 하는 편이에요. 이 환경과 이 분위기에서 이렇게 유럽에서 성공한 선수들이 여러 명 나온다는 건 특별하게 축구를 잘한다 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런 기술적인 면에 비해서 시스템이나 행정력은 여전히 뒤쳐서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결국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결국에는 한국 축구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갖고있고 그것이 제가 MLS를 택하고 캐나다에서 여러가지를 배우는 이유입니다.

골닷컴 : 지금 밴쿠버에서 앰버서더를 하시거나, 행정적인 부분을 배우고 있는 것이 그런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죠?

이영표 : 네 맞습니다.

은퇴 후 밴쿠버에 있는 몇년동안 몇몇의 K리그 팀에게 단장직을 비롯한 다양한 제안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때가 되면 제가 느끼고 배운 것 들을 현실에 적용해볼 생각입니다.

골닷컴 : 잘 알겠습니다 위원님. 장시간,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인터뷰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감하면서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의 축구팬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영표 : 축구는 선수들이 하지만 축구를 존재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축구팬입니다. 언론도 선수도 축구경기도 협회도 관중이 없다면 존재의 의미가 없습니다. 이렇듯 오늘날의 축구팬은 모든 축구문화와 산업의 중심입니다.

만약 축구팬 여러분들이 어떤 상황에 대해 일시적이거나 즉흥적인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조금 더 침착하게 반응해 준다면, 그래서 축구팬들이 먼저 올바른 것과 잘못된 것에 대한 바른 기준을 가지고 언론에게, 선수들에게, 협회에게 정당한 요구를 한다면, 한국축구는 더 빠르고 바르게 성장하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대다수 팬들의 바르고 정당한 외침들이 소수의 그렇지 않은 팬들 때문에 매도 되거나 무시되지 않는, 그래서 축구팬들이 진짜 축구의 중심에 서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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