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챔스 결승 기록OPTA

[GOAL 네트워크] '지천명' 과르디올라, 챔스 영광 재현할 수 있나

펩 과르디올라는 감독으로서 30개의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무대에서 평균 24경기마다 한 번의 우승을 차지한 셈이다. 무엇보다도 과르디올라가 특별한 시각으로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르디올라의 지도 아래에서 현대 축구에 어울리는 최고의 선수들이 다수 배출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리오넬 메시를 필두로 바이에른 뮌헨의 마누엘 노이어, 필립 람,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 이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다비드 실바, 케빈 데 브라이너, 세르히오 아구에로까지 과르디올라의 지도를 받으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한 선수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르디올라를 향한 비판도 존재한다. 선수들의 이름값 대비 충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비판은 특히나 챔피언스 리그에서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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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 감독 최고 승률OPTA

챔피언스 리그(이하 챔스) 성적은 과르디올라의 오랜 비판 거리였다. 그러나 사실 챔스 역사상 최고 승률(62%) 기록을 보유한 감독이 바로 과르디올라다. 문제는 챔스에서는 모든 경기의 중요도가 똑같지 않다는 데에 있다. 조별 라운드에서 샤흐타르 도네츠크를 백 번 꺾는 것과 8강에서 한 번 패해 탈락하는 것의 무게는 전혀 다르다.

챔스 토너먼트 성적만을 놓고 보면 과르디올라의 승률은 51%로 역대 1위에서 5위로 순위가 낮아진다. 물론 5위도 충분히 훌륭한 기록이긴 하다. 위르겐 클롭(48%), 알렉스 퍼거슨(47%), 주제 무리뉴(45%) 같은 감독들도 과르디올라보다 승률이 낮다. 어쩌면 초기 바르사에서 거둔 성공이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인 것은 아닐까?

챔스 감독 토너먼트 최고 승률OPTA

과르디올라는 바르사 부임 첫 시즌(2008/09)부터 챔스 정상에 올랐다. 토너먼트에서 바이에른 뮌헨, 첼시(이전 시즌 준우승),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차례대로 꺾고 우승읗 차지했다.

결승전 당시 맨유의 우승을 점치는 여론이 약간 우세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3연속 우승을 이뤄낸 맨유는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로 결승에 임했다. 박지성을 활용해 미드필드에서 우위를 점하는 동시에 야야 투레를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바르사 수비진을 압박하려고 했으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최전방에 기용해 득점력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맨유의 계획은 탄탄했지만, 전반 10분 만에 바르사 공격수 사무엘 에투에게 전반 10분 만에 실점을 허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경기는 바르사의 주도로 흘러갔고, 후반에 리오넬 메시가 추가 골을 터트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009년 챔스 결승 기록OPTA

훌륭한 경기를 펼친 바르사는 유로피언컵 결승에서 맨유를 꺾은 사상 첫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2011년에 맨유를 또다시 결승에서 만나 3-1 완승을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1년 결승전에는 카를레스 푸욜만이 빠졌을 뿐, 과르디올라 시대 바르사의 드림팀과 같은 라인업이 완성됐다. 빅토르 발데스, 다니 알베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제라르 피케, 에릭 아비달, 세르히오 부스케츠,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페드로 로드리게스, 리오넬 메시, 다비드 비야.

맨유는 2009년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이번엔 초반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면서 경기 시작하고 3분 만에 첫 슈팅을 시도했다.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하비에르 '치차리토' 에르난데스가 태클로 부스케츠에게서 공을 빼앗아 마이클 캐릭과 패스를 주고받은 뒤 빠르게 슈팅을 했다. 하지만 이 슈팅 이후 양 팀이 기록한 21번의 슈팅 중 20번이 바르사의 차지였다. 경기 전체 슈팅 숫자에선 바르사가 22대4로 맨유를 압도했다.

2011년 챔스 결승 기록OPTA

선제골은 전반 30분 경에 나왔다. 캐릭과 라이언 긱스 뒤쪽의 넓은 공간을 발견한 차비가 패스를 넣었고, 이를 받은 페드로가 오른발 아웃프런트 킥으로 가까운 쪽 골대를 향해 슈팅을 날려 득점했다.

맨유가 6분 만(36분)에 동점을 만든 건 놀라운 일이었다. 웨인 루니가 캐릭과 빠르게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뒤 긱스와도 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 지역 안까지 들어깄고, 곧바로 자신 있는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맨유는 동점을 만든 이후 후반 26분까지 단 하나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 그때는 이미 메시와 비야의 골로 승부가 기울어진 시점이었다. 바르사가 맨유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그야말로 빛이 났다. 그만한 전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이 평범한 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맨유 정도 수준의 상대를 챔스 결승에서 압도한 것은 굉장한 일이었다.

선수들의 평균 포지션 맵을 보면 바르사가 맨유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알 수 있다. 바르사의 대형은 예상할 수 있는 그대로인 반면에 맨유는 전진하지 못하고 불을 끌기 급급했다는 게 그대로 드러난다.

2011년 챔스 결승 바르사-맨유 평균 위치OPTA

맨유 팀 전체가 286회의 패스만을 연결한 반면에 바르사는 차비, 이니에스타, 메시 세 선수만 합해도 340회의 패스를 연결했다. 이렇게 완벽한 결승전을 만들어낸 과르디올라가 이 경기 이후 10년이나 챔스 우승은 고사하고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 뮌헨을 지휘한 세 시즌 모두 챔스 준결승에서 탈락했는데, 세 번 모두 1차전에서 득점에 실패했다. 맨시티에서는 더 퇴보했다. 부임 첫 시즌에 16강에서 탈락한 이후 세 시즌 연속 8강에서 탈락했다.

Pep Guardiola Champions League exits GFXGetty/Goal

상대 전력을 고려하면 이러한 부진은 더욱 걱정스럽다. 대부분 과르디올라의 맨시티가 확실히 우세한 전력이었음에도 탈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올랭피크 리옹에 1-3으로 패해 탈락한 8강전이 과르디올라의 최근 챔스 여정을 압축해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과르디올라는 최근 들어 큰 경기에서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리옹전 패배도 마찬가지였다. 맨시티는 2019/20 시즌 공식 대회에서 59경기를 치렀는데 4백을 구사하지 않은 경기는 단 다섯 번이고, 이 중 한 번이 바로 리옹전 패배였다. 리옹전은 맨시티가 8개월 만에 처음으로 3백을 가동한 경기였다. 게다가 8개월 전 3백을 가동했던 경기는 리그컵 맨유전 홈경기로 당시에도 맨시티는 0-1 패배를 당했다.

물론 과르디올라에게도 변명거리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유난히 리옹전에 형편없는 슈팅들이 꽤 많이 나오면서 득점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기대득점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이 경기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총 4번 나왔는데 이 중 3번이 맨시티의 슈팅이었다. 문제는 이 3번의 슈팅이 모두 유효슈팅조차 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라힘 스털링은 전반 추가 시간에 기대득점 0.42골에 해당하는 기회를 날렸다. 그 골을 넣었다면 승부는 원점이 됐을 텐데, 스털링이 이를 놓치면서 과르디올라는 후반 들어 페르난지뉴를 빼고 리야드 마레즈를 넣고 로드리 대신 다비드 실바를 투입하는 등 위험 부담이 있는 교체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후반전에 놓친 두 번의 기회는 더욱 속이 쓰리다. 가브리엘 제수스는 후반 32분에 기대득점 0.55골에 해당하는 기회를 놓쳤고, 그로부터 71초 뒤에 리옹이 무사 뎀벨레의 골로 2-1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후반 41분에는 스털링이 경기 최고의 기회를 놓쳤다. 아마 모두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바로 그 장면, 골대 바로 앞에서 허공으로 차버린 슈팅은 기대득점 0.62골에 해당하는 기회였다. 스털링이 골을 터트렸다면 2-2 동점이 돼서 막판 역전을 노릴 수 있었을 텐데, 그로부터 50초 뒤에 또다시 뎀벨레가 골을 터트려 리옹이 3-1로 승부를 끝냈다. 아주 작은 차이가 운명을 뒤바꾼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아주 잘 아는 감독이다. 자신을 향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챔스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어야 한다. 그것이 2023년까지 미래를 약속한 맨시티에서든, 과르디올라의 귀환을 바라고 있는 바르사에서든 말이다.

2019/20 맨시티-리옹 챔스 8강 기대득점OPTA

번역: 이용훈(스태츠퍼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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