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춘천] 김형중 기자 = 강원FC의 대졸 신인 이지호가 날아올랐다. 강원은 이지호의 멀티골에 힘입어 포항스틸러스에 역전승을 거뒀다. 정경호 감독의 부임 첫 승이었다.
강원은 23일 오후 4시 30분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라운드 포항과의 홈 경기에서 2-1로 승리를 거뒀다. 강원은 전반전 이호재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신인 이지호는 후반 막판 멀티골을 터트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 참석한 이지호는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첫 경기에서 준비한 게 나오지 않고 결과도 따라오지 않아 속상했다. 하지만 우린 강원FC이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이겼다. 앞으로도 응원 많이 부탁 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주위 형들이 너무 잘 뛰어주고 좋은 말씀 많이 해준다.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골은 제가 넣었지만 11명, 엔트리, 전체 40명 선수단이 다같이 한 거다"라고 전했다.
지난 경기는 왼쪽 측면에서 뛰었지만 오늘은 오른쪽에서 활약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왼쪽을 많이 봐서 선호하긴 한데 감독님께서 원하는 위치, 팀의 전술로서 다른 쪽을 봐야 할 수 있다. 굳이 정하자면 왼쪽이 좋지만 어디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며 웃었다.
이지호는 대학 4년을 온전히 보내고 프로에 입단했다. 최근 트렌드와는 다른 경우였다. 하지만 대학 기간 내내 프로의 꿈을 놔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 항상 준비됐다고 생각하고 무대만 있다면 빛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만의 기준점이 있고 남들과 다른 시작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활약으로 희망을 보는 친구들이 있을텐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지호는 역전골을 넣고 세레머니를 하다 미끄러졌다. 멋진 세레머니를 보여주려다 실수를 한 것이다. "오히려 더 화제가 될 것 같다"라고 긍정적으로 말한 이지호는 "인생은 원하는 대로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팬들께 웃음 드린 것 같다. 다음엔 더 멋진 세레머니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지난 라운드에서 도움을 기록하고 이날 경기 두 골이나 넣었지만 아직은 팬들에게 잘 알려진 선수가 아니다. 셀프 어필을 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경기를 보시면 제 플레이가 어떤지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외모와는 다르게 제 플레이는 과감하다. 반전 매력이다. 외모처럼 축구도 센스 있게 잘 하겠다"라고 소개했다.
2025 목표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지호는 "원래 제가 일기를 쓰는데 올해 목표가 개막전 엔트리 들기, 데뷔하기, 공격포인트 10개 이상, 리그 20경기 출전이었다. 두 개는 벌써 이뤘다. 그런데 목표에 도달하지 않아도 과정이 중요하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나아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경호 감독은 이지호의 프로 무대 적응을 돕겠다고 공표했다. 그만큼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이지호는 정경호 감독에 대해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다. 되게 거칠어 보이기도 하고 무서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선수들을 정말 생각하신다. 전반에 활약하지 못했지만 후반까지 저를 써주시는 거 보면 츤데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22세가 지난 나이로 입단했는데 1군에서 기회를 주셨다. 그래서 제 나이를 착각하고 계시나 생각했다"라며 웃었다.
또 "어제 면담을 했는데 '너 지금 잘 하고 있고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하고 그럼 팀이 잘 돌아갈 거다'라고 말씀하셨다. 어제 미팅이 유익했다. 감독님이 신뢰하신다는 게 너무 느껴졌다. 보여드리고 싶었다. 2골 넣었지만 혼날 것 같다. 꼼꼼하시고 더 높은 곳을 향하는 분이다. 저도 안주하지 않고 강원FC와 함께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개막전부터 활약으로 지난 시즌 강원을 강타한 양민혁과 비교가 되기도 한다. 그는 "양민혁 선수는 저보다 나이도 많이 어리고 저는 대학을 거치면서 성인 무대를 경험했다. 근데 너무 뛰어난 활약을 했다. 그래서 제가 더 주목 받는 것 같다"라며 "친분은 없지만 배울 것이 많다. QPR에서 잘하면 좋겠고 이 길을 잘 닦아줘서 고맙다"라고 했다.
이어 "양현준과는 초등학교 친구였다. 현준이가 잘 얘기해 달라고 했다. 이지호가 양현준에게 고마워 한다고 꼭 써주시면 좋겠다"라며 취재진에게 주문했다. 또 양현준과 양민혁은 유럽에 진출했는데 그 다음을 이을 것이냐는 질문에 "사람 일은 모른다. 꿈도 더 넓은 곳으로 가는 것이다. 내일 훈련부터 열심히 하겠다. 내일 훈련이 있을진 모르겠다"라며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