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전주] 강동훈 기자 = K리그 최다 우승(9회)을 자랑하는 ‘전통 명가’ 전북 현대가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올 시즌 거듭된 부진 속에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전북은 창단 이래 처음 승강 플레이오프(PO)로 떨어졌지만, 승강 PO에서만 2골을 뽑아낸 티아고(브라질)의 활약 속 다행히 강등을 면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은행 K리그 2024 승강 플레이오프 PO 2차전 홈경기에서 서울 이랜드FC를 2-1로 이겨 1·2차전 합계 스코어 4-2로 웃었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되는 승강 PO는 1·2차전 승리 수, 합산 득실 차로 승부를 가린다. 이로써 전북은 1부 잔류에 성공하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반면 창단 10년 만에 처음 찾아온 기회를 놓친 서울 이랜드의 1부 승격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1995년 창단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2부로 떨어진 적이 없는 전북은 올 시즌 초반부터 부진이 거듭됐다. 지난 5월 말 단 페트레스쿠(루마니아) 전 감독이 사임하고 김두현 감독이 선임된 후로도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10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처음으로 승강 PO로 떨어졌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전북은 앞서 1차전에서 2-1로 승리하며 잠시나마 한숨을 돌렸다.
전북은 그러나 안심할 수 없었다. 2차전이 안방에서 치러지긴 하나 변수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올 시즌 홈에서 성적도 좋지 않았다. 19경기에서 고작 6승(8무5패)에 그쳤다. 물론 전북은 2차전을 비기기만 해도 잔류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하지만 “주위에선 저희가 유리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독이 될 수가 있다고 본다”고 걱정하면서 “선수들한테 스코어는 생각하지 말고 정신 무장을 잘하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이날 ‘외국인 듀오’ 몬타뇨(콜롬비아)와 브루노 실바(브라질)를 동시에 선발 투입한 서울 이랜드가 선제골을 만들었다. 전반 추가시간 1분 몬타뇨가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문전 앞으로 쇄도하던 브루노 실바가 헤더슛으로 골망을 출렁였다. 브루노 실바의 득점이 터지는 순간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 애칭)은 침묵에 빠졌다.
하지만 하프타임 때 전열을 가다듬은 전북은 반격에 나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4분 김진규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티아고가 문전 앞으로 달려들어 머리로 방향을 돌려 골네트를 갈랐다. 다시 합계 스코어에서 앞서가자 김 감독은 두 팔 벌려 환호했고, 홈팬들 역시도 일제히 ‘오오렐레’를 외쳤다. 이후 전북은 서울 이랜드의 추격을 번번이 뿌리치더니 후반 추가시간 7분 역습 찬스를 맞아 문선민이 골문 앞에서 왼발로 슛 해 잔류를 확정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