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전주] 강동훈 기자 = 잔류를 확정 지었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어두웠다. 서포터즈석 한편에선 ‘김두현 나가’ 비판 걸개도 걸렸다. ‘전통 명가’ 전북 현대가 시즌 내내 부진을 거듭하다가 강등 위기까지 내몰리더니 승강 플레이오프(PO)를 거쳐 가까스로 살아남자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홈팬들은 비판·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김두현 감독은 간접적으로 지휘봉을 계속 잡길 원한다는 뜻을 전하면서 다음 시즌 확실하게 팀을 바꾸겠다고 호소했다.
2013년 승강제 도입 이래 처음 승강 PO로 떨어진 전북이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1부 잔류에 성공,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K리그 2024 승강 PO 2차전 홈경기에서 티아고(브라질)와 문선민의 연속골을 앞세워 서울 이랜드FC를 2-1로 꺾고 1·2차전 합계 스코어 4-2로 웃었다.
하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지난해 10년 만의 무관으로 시즌을 마친 전북은 올 시즌도 부침을 겪더니 파이널B 추락도 모자라 사상 처음으로 승강 PO로 떨어지면서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상황이었다.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든든한 지원 속 초호화 군단을 꾸리면서 국내 프로축구 최강자로 군림했던 전북으로선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들여 굴욕을 떠안았다.
성난 팬심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선 승강 PO에서 압도적인 경기력과 결과를 가져와야 했다. 그러나 전북은 그러지 못했다. 1차전에서 약 3천300여명 원정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도 2-1로 간신히 승리를 챙겼다. 당연히 경기력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날 2차전도 안방에서 수많은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고도 선제 실점을 헌납하며 끌려가다가 연속골을 뽑아내면서 겨우 승리했다.
결국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홈팬들은 격려와 응원보단 야유와 원성을 퍼부으며 그동안 참았던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김 감독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서포터즈석 한편에 ‘김두현 나가’ 비판 걸개가 걸렸다. ‘철근 빠진 부실 프런트’ 등 프런트를 비판하는 걸개도 있었다. 전북은 전광판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다음 시즌 더 나은 모습을 약속했지만, 홈팬들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그러나 팬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향후 거취를 묻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지금 여기서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만약 기회가 주어지면) 분명한 건 올해와 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간접적으로 다음 시즌도 팀을 이끌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어 “전북을 다시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