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전주] 강동훈 기자 = 김두현 전북 현대 감독이 1부 잔류를 확정 짓고도 웃지 못했다. K리그 최다 우승(9회)을 자랑하는 ‘전통 명가’ 전북이 창단 이래 처음으로 승강 플레이오프(PO)에 갔다는 것만으로도 굴욕이었는데, 힘겹게 잔류를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다만 어두운 표정 속에서도 “내년에는 달라지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전북이 1부 잔류에 성공했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4 승강 PO 2차전 홈경기에서 서울 이랜드FC를 2-1로 이겨 1·2차전 합계 스코어 4-2로 웃었다. 전북은 앞서 지난 1일 목동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김 감독은 “2차전이 저희한테 독이 될 수 있고, 또 반대로 유리하게 운영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 선제 실점했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 갖고 임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내용적인 면보다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였다. 그걸로 말을 대신하겠다”고 총평했다.
올 한해 돌아본 김 감독은 “팀이 힘든 상황에서 부임했는데 그 안에서 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힘들었지만, 많이 배우기도 했다”며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과 팀을 생각하는 마음, 또 팀을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이 많다는 걸 깨닫고 힘을 냈다. 올 시즌 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또 이전에 표현에 있어서 미숙했던 점은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서포터즈석엔 ‘김두현 나가’라는 비판 걸개가 걸렸다. 일부 팬들은 경기 종료 후 김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 또 야유도 퍼부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향후 거취에 대해 묻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지금 여기서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부임 이후 재정비가 됐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엔 “내부적으로 정리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김 감독은 “선수단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내부 시스템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고 했다. 이어 다음 시즌 지휘봉을 계속 잡으면 확실하게 팀을 바꿀 수 있는지 질문엔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하면서 “분명한 건 올해와 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계속해서 김 감독은 “전북은 다시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 올해 성적 부진을 다각도로 검토하면서 달라져야 한다. 특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고, 또 팀으로 싸워서 이기는 힘을 다시 길러야 한다. 팬분들이 원하는 공격적인 축구도 다시 보여줘야 한다”며 “이런 것들은 어느 한 사람에 의해서 바뀌는 게 아니다. 모두가 다같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