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릉] 김형중 기자 = 강원FC의 베테랑 풀백 홍철(35) 팀을 패배 직전에서 구해냈다. 후반 추가시간 장기인 왼발 한 방으로 국가대표 넘버원 수문장 울산 HD의 골망을 흔들었다. '에라 모르겠다'며 찬 것이 운 좋게 들어갔다고 겸손함을 보였지만 팀에 귀중한 승점 1점을 선사한 골이었다.
강원은 27일 오후 7시 강릉하이원아레나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4라운드 울산과 홈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 22분 투입된 '괴물' 말컹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강원은 후반 초반 김대원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다시 한번 말컹에게 실점하며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7분 프리킥 찬스를 얻었고 '왼발의 달인' 홍철의 그림 같은 직접 슈팅으로 극장골을 뽑아내며 무승부를 거뒀다.
강원의 홈 두 경기 연속 추가시간 동점골이었다. 지난 주말 대전하나시티즌과 홈 경기에서 2-0으로 뒤지던 강원은 후반 추가시간에만 2골을 따라붙어 경기를 마친 바 있다. 이날도 홍철의 발끝에서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자 경기장을 찾은 9천 여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승리 같은 무승부를 거둔 강원은 승점 30점으로 한 단계 뛰어오른 8위를 마크했다.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 홍철이 나섰다. 그는 "주중에 전북 원정 가서 2-0으로 지고 왔다. 오늘 경기는 휴식기 전에 중요한 경기로 인지하고 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2-2로 따라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열심히 뛴 후배들에게도 감사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종료 직전 프리킥 찬스를 얻으며, 경기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맞이했지만 홍철은 키커로 나서기 주저했다. 그는 "사실 코너킥도 그렇고 크로스도 잘 안 맞아서 (송)준석이한테 차라고 했는데 듣는 척도 안 했다. (김)대원이 보고 차라니깐 각이 안 나와서 형이 차라고 하더라. 에라 모르겠다 하고 찬 게 운이 좋게 들어가서 기쁘다"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홍철의 임무는 정확한 크로스였다. 가브리엘과 김건희, 그리고 후반 막판에는 2미터에 가까운 박호영 등 장신 선수들이 박스 안에 포진했다. 정확한 크로스만 전달된다면 이들의 머리를 활용한 득점 찬스가 날 수 있었다. 하지만 홍철의 발끝을 떠난 크로스가 자꾸 빗나갔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크로스 위치였는데 터무니없이 밖으로 나가 감독님 눈치가 보였다. 크로스 하라고 내보냈는데 자꾸 밖에 차니깐… 그래도 마지막에 좋은 기회를 살려서 승점 1점 가지고 온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득점 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조)현우가 따라가길래 막혔다고 생각했다. 근데 맞는 순간 잘 맞는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현우 손에 맞고 골대 맞고 들어갔다. 운이 좋은 하루였다"라며 웃었다.
이어 "골을 넣어야 이 자리에 앉는 것 같다. 이 자리에 앉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됐다"며 "전 사실 골 보다 도움 했을 때 더 기쁘다. 골 넣은 것도 기쁘지만 팀이 필요로 할 때 제 왼발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올 시즌 강원 유니폼을 입은 홍철은 리그 14경기에 출전했다. 주로 후반 중반 이후 투입되고,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조기 교체되기도 했다. 국가대표 출신에 월드컵 무대까지 밟은 선수로서 자존심 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홍철은 팀을 우선시했다.
"전 젊었을 때 항상 경기장에 있었고 일주일에 3경기를 항상 뛰었던 선수다. 조기 축구도 모든 선수가 선발로 나가고 싶어 한다"는 홍철은 "못 뛰어도 회의실에 감독님이 적어 놓으신 문구를 본다. '간절함, 절실함, 절박함'.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 항상 적혀 있다. 저도 뛰고 싶지만 감독님 마음에 들어야 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 팀 젊은 선수들이 저보다 많이 뛰고 잘하기 때문에 전 조금씩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최고참으로서 느끼고 있다. 못 뛴다 해서 기분 나쁜 일도 없다. 준비를 잘하면 오늘처럼 기회가 왔을 때 감독님께 어필할 수 있다. 저희 팀 (박)청효나 (윤)일록이 같은 고참들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저도 최고참이지만 그 선수들도 못 뛸 때 후배들 격려하고 뒤에서 묵묵히 팀을 위해서 희생한다. 저도 배우고 있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라며 베테랑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