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알라이얀(카타르)] 강동훈 기자 = 64년 만의 아시아 최정상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가 8강 문턱을 넘었다. 조별리그에서 거듭된 ‘졸전’으로 체면을 제대로 구겼던 클린스만호는 16강에서 사우디를 만나 자칫 탈락할 수 있을 거란 전망과는 달리,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8강에 올랐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4-2로 승리했다.
승리한 클린스만호는 8강에 오르면서 우승을 향한 여정을 계속 이어나간다. 대한민국은 이 대회 9회 연속 8강에 올랐다. 클린스만호는 이틀 동안 재정비 시간을 가진 이후 내달 3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앞서 인도네시아를 4-0으로 완파하고 먼저 8강에 안착한 호주와 4강 진출을 두고 격돌한다.
클린스만호는 당초 사우디와 맞대결에서 패하면서 여정을 마칠 것으로 점쳐졌다. 초호화 스쿼드를 자랑하고도 조별리그에서 1승(2무)밖에 거두지 못하는 등 연이은 ‘졸전’으로 부진했던 탓이다. 특히 6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수비에서 불안한 요소가 끊이질 않으면서 많은 이들이 8강에 오르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다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이 부족한 것도 클린스만호가 16강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실제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의 개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는 이른바 ‘해줘 축구’로 비판받아 왔다.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개인 역량과 잠재성 등을 더 끌어낼 수 있다면서 비판을 반박했지만, 외부에선 선수들의 개인 역량만 믿고 세부적인 전술을 구사할 능력이 없다고 봤다.
클린스만 감독은 특히 ‘세계적인 명장’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는 로베르토 만치니(이탈리아) 사우디 축구대표팀 감독과 대조되면서 ‘지략 대결’에서 밀렸다. 만치니 감독은 지난해 9월 사우디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단기간에 단단한 팀으로 바꿨다. 실제 사우디는 이 경기 전까지 최근 8경기에서 1실점만 허용하더니 무패행진(6승2무)을 내달렸다.
여기다 사우디는 일방적인 응원까지 받았다. 사우디는 카타르와 국경이 맞닿아 있어 3만 명 이상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관측됐고, 예상대로 이날 관중석은 ‘녹색 물결’로 가득 들어찼다. 클린스만호 입장에선 사실상 원정경기나 다름없는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던 만큼 큰 부담감이 따랐다. 만약 분위기에 짓눌린다면 집중력을 잃고, 또 멘탈이 크게 흔들리면서 와르르 무너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클린스만호는 사우디를 꺾을 수 있다는 자신 하나만큼은 최고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두렵진 않다”며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물론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사우디를 꺾고 반드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겠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클린스만호는 그러나 자신감과는 다르게 선제 실점하면서 끌려갔다. 후반 1분 모함메드 알브레이크가 롱패스를 찔러주자 살렘 알다우사리(이상 알힐랄)가 원터치로 방향을 돌려놨고, 문전 앞으로 쇄도하던 압둘라 라디프(알샤바브)가 오른쪽 골문 구석을 겨냥해 왼발로 밀어 넣었다. 골키퍼 조현우(울산HD)가 몸을 날리면서 팔을 뻗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후 클린스만호는 반격에 나섰지만, 번번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그대로 여정을 마치는 듯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내내 침묵을 지키면서 부진하던 조규성(미트윌란)이 추가시간 9분에 극적인 헤더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클린스만호는 결국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조현우(울산HD)의 연이은 선방쇼로 4-2 승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