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한만성 기자 =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의 축구 저변을 관리하는 축구협회(FA) 이사진이 계획대로 개혁의 칼을 꺼내 들었다.
FA는 22일 밤(한국시각) 10인으로 구성된 협회의 산하 조직 '프로페셔널 게임(PG)' 이사진 구성원으로 인도계 영국인 여성 변호사 루핀더 배인스를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배인스는 비경기인 출신으로 축구 산업에 몸을 담은 경력이 없는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까지 잉글랜드 런던에 본사를 둔 로펌 '핀더 로 앤드 어소시어츠(Pinder Reaux & Associates)'의 상무이사(managing director)직을 맡으며 명예 훼손, 언론, 이혼 관련 소송을 담당한 법조인이다. 그러나 FA는 PG 이사진 구성원은 자국 내 프로 구단, 혹은 리그 연맹 직원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바꾸면서 배인스를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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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FA는 올 초부터 이사진의 여성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 이유는 FA가 구태의연한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발전을 꾀하려면, 내부에서 더 다양한 시선과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FA는 4월 공식 발표를 통해 당시 12명으로 구성됐던 PG 이사진을 인원을 10명으로 줄이는 대신 이 중 세 명을 여성 이사로 두겠다고 밝혔다.
FA가 이 방침을 세운 지난 4월 당시 12인 이사진의 구성원 중 여성은 헤더 라바츠 단 한 명뿐이었다. 라바츠는 FA 이사로 부임하기 전 수년간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밀월의 수석이사로 활동하며 축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평가받지만, 지난 7월 "소수계 인종 축구 지도자를 늘린다는 FA의 계획 이행이 지지부진해 화가 난다"며 사임을 선언했다. 이후 FA는 여성 이사를 늘리겠다는 약속은 허울뿐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최근 한 달 사이에 여성 사업가 케이트 틴슬리를 라바츠의 후임으로 영입한 데 이어 배인스를 추가로 선임하며 PG 이사진 보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PG 이사진은 경기 규칙을 비롯해 프리미어 리그부터 챔피언십(2부 리그), 리그 원(3부), 리그 투(4부)의 각종 규정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업무를 하는 데는 축구 경기 규정을 손 보는 일 외에도 법률, 재정적 노하우의 필요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FA는 비즈니스,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비경기인 출신 '커리어 우먼'을 구성원으로 포함해 다양성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FA는 조만간 PG 이사진에 여성 이사를 추가로 한 명 더 선임해 올 초 공약으로 내건 총 이사 10명 중 3명을 여성으로 구성한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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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의 이러한 개혁은 지난 2010년부터 영국에서 시작된 '30% 클럽' 캠페인과도 맥이 닿는 부분이 있다. 이때부터 영국에서는 적극적 차별 시정 조처(affirmative action)를 일환으로 조직별로 여성 임원을 최소 30%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 또한 국가를 대표하는 각종 스포츠 단체의 이사진도 최소 30%는 여성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규정을 세웠다.
그러나 FA가 개혁의 칼을 꺼내든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사건이 터지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마크 샘슨 잉글랜드 여자 대표팀 감독이 공격수 에니올라 알루코(30)에게 인종차별적 폭언을 하며 논란이 발생한 게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 때문에 샘슨 감독은 결국 자진 사퇴했지만,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알루코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무려 1년 6개월이 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