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이정빈 기자 = 다니엘 레비(63·잉글랜드) 회장이 토트넘을 떠난다. 그가 토트넘과 25년 동행을 마치는 이유에는 전 구단주인 조 루이스(88·잉글랜드)의 자녀들이 배후에 있는 거로 드러났다.
토트넘은 5일(한국 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레비 회장이 25년간 맡아온 회장직을 내려둔다. 구단은 승계를 위해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고위 임원을 임명했다. 비나이 벤카테샴이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남녀팀 감독도 선임했다”라며 “피터 차링턴이 이사회에 합류해 새로 신설된 비상임 회장직을 맡을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레비 회장은 지난 25년 동안 토트넘 회장을 맡으면서 명과 암이 극명하게 갈린 인물이다. 우선 그는 특유의 비즈니스적 사고방식으로 구단 가치를 끌어올렸다.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 건립, 스타 선수를 내세운 마케팅, 선수 매각 수완 등 상업적인 부분에서 그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올해 1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토트넘은 2024년에 9번째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축구단이다. 총 6억 1,500만 유로(약 8,573억 원)를 손에 넣었다.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 개장으로 티켓 수익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꾸준한 시설 개선과 프리시즌을 활용한 글로벌 마케팅으로 구단 가치를 높였다.
다만 ‘짠돌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이적시장에서 소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이적료 몇 푼 차이로 잭 그릴리쉬(29·에버튼), 브루누 페르난데스(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후벵 디아스(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베레치 에제(27·아스널) 등을 눈앞에서 놓쳤다.
잦은 감독 경질 역시 팬들을 지치게 했다. 레비 회장은 지난 25년 동안 16명의 감독을 선임했다. 마틴 욜(69·네덜란드), 해리 레드넵(78·잉글랜드), 안드레 빌라스보아스(47·포르투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53·아르헨티나), 주제 무리뉴(62·포르투갈), 안토니오 콘테(56·이탈리아), 엔지 포스테코글루(60·호주) 감독 등이 지휘봉을 잡았다. 현재는 토마스 프랑크(51·덴마크)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
토트넘 팬들은 2010년대 이후로 레비 회장을 암적 존재로 여겼다. 경기장 안팎으로 시위하면서 레비 회장이 토트넘을 떠나길 바랐다. 그리고 염원이 마침내 이뤄졌다. 토트넘 팬들은 레비 회장이 떠난다는 소식에 환호하면서도 그동안 미운 정이 들었는지 그의 앞길을 응원했다.
여기까지 보면 레비 회장은 팬들의 비판 속에서 스스로 자리를 내려둔 거로 보인다. 그런데 레비 회장이 사실상 해고된 거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레비 회장 본인이 온전히 결정을 내린 게 아닌, 내부에서 압박이 들어왔다. 영국 투자 회사이자 토트넘의 모기업인 ENIC 그룹을 소유한 루이스 가문에서 레비 회장을 쫓아낸 셈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5일 “루이스 가족들로부터 레비 회장 재위 기간 경기장에서 꾸준히 성공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레비 회장은 지난 25년간 두 번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라며 “루이스 전 구단주는 레비 회장이 물러나는 데 간접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자녀들이 레비 회장 사임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지난 몇 달 동안 토트넘 내부에서 진행된 변화가 레비 회장 사임으로 연결됐다. 토트넘은 이사회 구조를 현대화하기 위해서 전무이사 역할을 제거할 예정이다”라며 “레비 회장은 구단 주주로 남겠지만, 직접적인 관련은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레비 회장에게 압력을 가한 주요 인물로 비비안 루이스가 뽑힌다. 루이스 전 구단주의 딸인 비비안은 축구단 운영에 관심이 큰 거로 알려졌다. 토트넘 경기장에서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구단 운영에 무관심했던 아버지와는 다른 느낌을 줬다. ENIC 그룹이 최근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데는 비비안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도 있다.
비비안을 중심으로 루이스 가문이 토트넘에 적극적 투자를 감행할 가능성이 떠올랐다. ‘BBC’는 “루이스 가족은 토트넘 운영에 철저한 외부 검토를 시작했고, 지난 몇 달 동안 상당한 투자도 했다. 이는 토트넘이 이적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