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y v Spain - UEFA Euro 2020: Semi-final  Jorginho, Lorenzo for SpinazzolaGetty

'9년 만의 결승' 이탈리아, 스피나촐라 공백은 컸다[김현민의푸스발리베로]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이탈리아가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이탈리아는 8강전에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의 공백을 드러내며 왼쪽 측면 공격이 상대적으로 죽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탈리아가 영국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UEFA 유로 2020 준결승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정규 시간을 넘어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으나 승부차기 스코어에서 4-3으로 승리하며 어렵게 결승에 진출했다.

이 경기에서 이탈리아는 평소 즐겨 쓰던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치로 임모빌레가 최전방 원톱에 위치한 가운데 로렌초 인시녜와 페데리코 키에사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톱을 형성했다. 조르지뉴를 중심으로 마르코 베라티와 니콜로 바렐라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에메르송과 조반니 디 로렌초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골문은 잔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가 지켰다. 

스페인전 이탈리아 공격 포메이션

8강전 선발 라인업과 비교하면 아킬레스 파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스피나촐라 대신 에메르송이 선발 출전한 걸 제외하면 동일한 선수들로 스페인전에 나선 이탈리아였다. 최근 13연승 포함 32경기 무패(27승 5무)을 달리며 파죽지세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특별한 변화 없이 잘하던 선수들로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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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전 경기들과 달리 이탈리아는 스페인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점유율에선 3대7로 크게 열세를 보였고, 슈팅 숫자에서도 7대16으로 스페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 심지어 이탈리아는 전반 종료 직전에서야 첫 슈팅을 기록했을 정도로 스페인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양새였다.

일단 이탈리아는 중원 싸움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바렐라는 이 경기에서 패스 성공률이 66.7%에 그칠 정도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이로 인해 페드리와 세르히 부스케츠, 코케로 구성된 스페인 허리 라인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크게 밀리는 문제를 노출한 이탈리아 중원이었다. 게다가 최전방 공격수 임모빌레는 부진에 빠지면서 공격에 크게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다만 중원의 경우 해당 포지션만 놓고 보면 스페인이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기에 이탈리아가 해당 지역에서 밀리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임모빌레 역시 부진이 16강전부터 이어져오고 있었다. 애당초 이탈리아의 최대 약점은 바로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 있었다. 즉 임모빌레의 부진도 상수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전 경기들과의 차이점은 바로 왼쪽 측면 공격에 있었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 내내 비대칭 포백을 구축하고 있었다. 공격 시 디 로렌초가 사실상 센터백처럼 오버래핑을 자제한 채 수비적으로 움직이면서 사실상 스리백을 형성하면 스피나촐라가 측면 공격수처럼 적극적으로 올라가서 공격을 전개했다. 자연스럽게 이탈리아는 왼쪽 측면 공격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 당장 지난 벨기에와의 8강전만 하더라도 왼쪽 공격 비율이 무려 50.5%에 달했던 이탈리아였다(오른쪽 공격 비율은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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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피나촐라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이탈리아의 왼쪽 측면 공격이 침체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애당초 에메르송에게 스피나촐라만한 공격력을 기대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었다. 더 큰 문제는 에메르송이 오버래핑을 감행하더라도 인시녜가 외면했다는 데에 있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는 전반 내내 왼쪽 측면 공격 비율이 30.2%에 그쳤다. 반면 오른쪽 측면 공격 비율은 45.8%에 달했다(하단 그래프 참조).

다행히 이탈리아는 후반 14분경, 돈나룸마의 빠른 패스에서 비롯된 역습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돈나룸마의 패스를 받은 베라티가 왼쪽 측면로 길게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인시녜가 임모빌레를 향해 장거리 스루 패스를 찔러준 걸 스페인 수비수 아이메릭 라포르트가 걷어냈으나 이를 잡은 키에세가 수비 한 명을 앞에 둔 상태에서 강력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을 기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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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사의 골이 터져나오자 이탈리아는 부진했던 임모빌레를 빼고 측면 공격수 도메니코 베라르디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측면 공격수 3명의 빠른 스피드를 살린 효과적인 역습으로 스페인을 괴롭혔다(키에사가 최전방에 서면서 가짜 9번처럼 움직였다). 실제 후반 14분부터 후반 29분까지 15분 사이에 이 경기 이탈리아가 기록한 전체 슈팅(7회)의 절반이 넘는 4회의 슈팅을 시도했다.

로베르토 만치니 이탈리아 감독은 후반 29분경, 베라티와 에메르송을 빼고 미드필더 마테오 페시나와 중앙 수비수가 원래 포지션인 하파엘 톨로이를 교체 출전시키며 잠그기에 나섰다. 이와 함께 톨로이가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위치하면서 디 로렌초가 왼쪽 측면 수비수로 이동했다.

스페인전 이탈리아 공격 포메이션

결과적으로 이는 악수로 작용했다. 디 로렌초가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사실상 이탈리아의 왼쪽 측면 공격은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나마 오른쪽 측면 공격은 키에사와 베라르디가 이끌 뿐, 톨로이 역시 측면 공격에 있어 별 도움이 안 된 건 매한가지였다. 게다가 그나마 중원에서 조르지뉴와 함께 선전했던 베라티가 빠지면서 경기는 일방적인 스페인의 우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결국 후반 35분경 스페인의 동점골이 터져나왔다. 스페인 최전방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가 볼을 몰고 가다가 패스를 내주었고, 측면 공격수 다니 올모의 리턴 패스를 받아 정교한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이 과정에서 바렐라는 모라타의 드리블 돌파를 저지하지 못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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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이탈리아는 정규 시간 종료 5분을 남기고 부진했더 바렐라와 인시녜를 빼고 미드필더 마누엘 로카텔리와 최전방 공격수 안드레아 벨로티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다시 정상적인 4-3-3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미 에메르송마저 빠져버린 왼쪽 측면 수비에는 더이상 투입할 수 있는 정통파 왼쪽 측면 수비수가 전무했다.

스페인전 이탈리아 공격 포메이션

이탈리아는 연장 내내 스페인의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단순 연장전만 놓고 보면 점유율에서 23대77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고, 슈팅 숫자에서도 1대4로 밀린 이탈리아였다. 

여기에는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 지원 부족이 크게 작용했다. 이탈리아는 연장 전반전 공격 비율이 100% 모두 오른쪽 측면에서만 이루어졌다. 왼쪽 측면은 물론 중앙 공격마저 전무햇던 이탈리아였다(하단 그래프 참조). 그나마 이탈리아는 연장 후반전 들어 왼쪽 측면 공격 비율을 29.4%까지 끌어올리긴 했으나 여전히 단순한 오른쪽 측면 공격에 의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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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탈리아는 육탄 방어로 스페인의 공세를 저지하며 실점을 최소화했고, 승부차기 스코어에서 4-3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비록 13연승엔 제동이 걸렸으나 33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오면서 유로 2012 이후 9년 만에 메이저 대회 결승에 진출한 이탈리아이다. 

다만 이탈리아가 1968년 이후  유로에서 우승하기 위해선 결승전에서 왼쪽 측면 공격이 살아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에메르송의 분발은 물론 왼쪽 측면 공격수 인시녜의 지원도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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