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세비야와의 2017/18 시즌 코파 델 레이(국왕컵) 결승전에서 5-0 대승을 거두며 스페인 구단 역사상 3번째로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무엇보다도 코파 델 레이 4연패는 85년 만의 대기록이었기에 한층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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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사, 국왕컵 결승전 역사 새로 쓰다
바르사가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구장)에서 열린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시종일관 세비야를 압도하며 5-0으로 완파했다. 이는 코파 델 레이 결승전 역사상 특정팀이 가장 일방적인 경기력 속에서 대승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5골 차 승리는 코파 델 레이 결승전 역사상 최다 점수 차 승리 공동 1위에 해당한다. 먼저 1914/15 시즌 아틀레틱 빌바오가 에스파뇰 상대로 5-0 대승을 거두었다. 이어서 1979/80 시즌엔 레알 마드리드 1군과 2군(카스티야)가 결승전에서 만나는 이색 장면을 연출했고, 1군이 2군에게 6-1로 승리했다. 이번이 코파 델 레이 결승전 역대 3번째 5골 차 승리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연신 위협적인 공격을 감행한 바르사는 13분경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세비야 수비 뒷공간을 향하는 야스퍼 실리센 골키퍼의 정교한 택배 롱패스를 받은 필리페 쿠티뉴가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이타적으로 횡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먼 포스트로 쇄도해 들어온 바르사 간판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빈 골대에 가볍게 밀어넣었다.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한 세비야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 헤수스 나바스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로 응수에 나섰다. 반면 바르사는 이를 역으로 활용해 세비야의 수비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파고 들었다.
28분경 베테랑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 상단을 강타하면서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3분 뒤, 이니에스타와의 원투 패스를 통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간 바르사 왼쪽 측면 수비수 조르디 알바가 영리하게 백힐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에이스 리오넬 메시가 강력한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꽂아넣으며 스코어를 더 벌리는 데 성공했다.
바르사는 전반 종료 5분을 남기고 메시와 환상적인 원투 패스를 주고 받은 수아레스가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 골을 넣으며 전반전을 3-0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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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음에도 바르사의 기세는 후반전에도 그칠 줄을 몰랐다. 후반 7분경 메시의 전진 패스를 받은 이니에스타가 골키퍼까지 제치고선 각도가 다소 없었음에도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바르사는 후반 24분경 수아레스와 원투 패스를 주고 받은 쿠티뉴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골을 넣었으나 심판은 수아레스 패스 과정에서 세비야 수비수 클레멘트 렝글레의 핸드볼 반칙을 불면서 페널티 킥을 선언했다. 이에 쿠티뉴가 직접 페널티 킥을 골로 연결하며 5-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비단 5골이 전부가 아니다. 세비야 골키퍼 다비드 소리아의 선방쇼가 없었더라면 바르사는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실제 소리아는 전반 8분경 메시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왼발 프리킥을 선방했고, 후반 10분경에도 메시의 간접 프리킥에 이은 수아레스의 헤딩 슈팅을 선방한 데 이어 빠른 2차 동작으로 골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바르사 수비수 사무엘 움티티의 리바운드 슈팅까지 선방하며 추가 실점을 저지했다.
바르사는 이번 우승과 함께 코파 델 레이 통산 30회 우승을 달성했다. 당연히 대회 역대 최다 우승으로 2위 아틀레틱 빌바오(23회)와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리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바르사는 2014/15 시즌을 시작으로 이번 시즌까지 코파 델 레이 4연패를 달성하며 1933년 빌바오(1930, 1931, 1932, 1933)에 이어 85년 만에 4연패를 기록했다. 스페인 구단 역사상 코파 델 레이 4연패를 달성한 건 이번이 3번째 일이다(빌바오 이전 레알 마드리드가 1905년부터 1908년까지 최초의 4연패를 이룩한 바 있다).
# 바르사, 로테이션 효과가 대승으로 이어지다
바르사가 세비야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자랑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로테이션에 있었다. 주중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 리가) 33라운드에서 주전 선수들을 대거 빼고 백업으로 셀타 비고 원정 경기를 치른 바르사는 코파 델 레이 전담 골키퍼 실리센이 선발 출전한 걸 제외하면 최정예로 결승전에 임했다. 쿠티뉴 홀로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을 뿐이다.
그마저도 쿠티뉴는 챔피언스 리그 타이 규정(이미 전반기에 리버풀 소속으로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했다)으로 인해 라 리가와 코파 델 레이 경기만 소화했기에 다른 바르사 선수들보다 체력적인 면에서 여유가 있는 선수였다.
http://lineupbuilder.com/new.php바르사는 평균 연령 27.4세로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8강에 진출한 팀들 중 유벤투스(만 29세)에 이어 두 번째로 평균 연령이 많은 팀이었다. 16강까지 포함하더라도 베식타스(만 29.5세)와 첼시(만 27.9세), 유벤투스 3팀이 전부였다.
하지만 발베르데 감독은 3개 대회 우승을 모두 노리고 있었던 데다가 라 리가 무패 우승까지 걸려있었기에 로테이션을 가동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주축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는 결국 챔피언스 리그 8강 탈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1차전에서 로마에게 4-1 대승을 거두고도 2차전 원정에서 졸전 끝에 0-3으로 패하며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거해 탈락한 것.
특히 바르사는 베테랑들의 혹사가 심했다. 실제 바르사 선수들 중 주전 골키퍼 마크-안드레 테어 슈테겐을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최다 출전 1위부터 6위까지가 모두 30대에 접어든 선수들이었다.
로테이션 효과는 베테랑들의 경기력에서 즉각적으로 효과를 발했다. 최근 다소 움직임이 무거워진 모습을 노출했던 수아레스는 예전의 활기를 되찾고선 세비야의 수비 라인을 파괴해나갔다. 홀로 2골을 넣었고, 페널티 킥도 유도하면서 3골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이와 함께 수아레스는 바르사에서 모든 대회 결승전(챔피언스 리그, UEFA 슈퍼 컵, FIFA 클럽 월드컵, 수페르코파, 코파 델 레이)에서 골을 넣은 선수로 등극했다.
마찬가지로 요즘 들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이니에스타 역시 팀의 4번째 골을 넣었고, 94.5%에 달하는 경이적인 패스 성공률을 자랑하며 마지막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니에스타는 이번 시즌이 끝나고 바르사를 떠날 예정이다. 그러하기에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이니에스타를 데니스 수아레스로 교체했고, 구장을 가득 메운 바르사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내주었다. 이에 이니에스타는 벤치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바르사에서만 무려 31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이니에스타이다.
에이스 메시는 근육 부상 이후 예전만한 화려한 돌파를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효과적인 움직임과 정교한 킥을 바탕으로 1골 2도움을 올렸다. 이와 함께 메시는 빌바오의 전설적인 공격수 텔모 사라에 이어 두 번째로 코파 델 레이 대회 역사상 5번의 각기 다른 결승전에서 골을 넣은 선수로 등극했고, 21세기 들어 치러진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최초로 개인 통산 5도움을 달성했다.
그 외 이반 라키티치와 세르히 부스케츠, 헤라르드 피케, 알바 같은 선수들도 예전처럼 활력있는 움직음을 보이며 5-0 대승에 기여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발베르데 감독은 이번 승리를 통해 로테이션의 효과를 그 누구보다도 피부로 체감했을 것이 분명하다.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이 후반기 들어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중요 경기를 앞두고 휴식을 주면서 재미를 보고 있는 걸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 2017/18 시즌 바르사 필드 플레이어 출전 시간 TOP 5
1위 리오넬 메시: 4175분
2위 루이스 수아레스: 4058분
3위 이반 라키티치: 3884분
4위 세르히 부스케츠: 3739분
5위 헤라르드 피케: 3736분
# 코파 델 레이 결승 최다 점수 차 승리
1914/15 빌바오 5-0 에스파뇰
1979/80 레알 6-1 카스티야
2017/18 바르사 5-0 세비야
# 코파 델 레이 최다 우승 TOP 5
1위 바르셀로나: 30회
2위 아틀레틱 빌바오: 23회
3위 레알 마드리드: 19회
4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10회
5위 발렌시아: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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