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미터 골’ 알렉스, "행운도 축구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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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며 기다린 알렉스에게 축구 인생에서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행운이 찾아왔다.

[골닷컴] 서호정 기자 = 제주 유나이티드의 호주 수비수 알렉스(풀네임 알렉산더 요바노비치)에게 2017년 9월 20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수원 삼성과의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 9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제주 진영 깊숙한 곳에서 그가 길게 찬 공이 수원 수비라인을 넘어 크게 튀며 상대 페널티박스로 날아갔다. 진성욱의 침투를 이용하려 했지만 알렉스의 롱패스는 길었다. 하지만 수원 골키퍼 신화용의 판단미스가 실패할 수 있었던 패스를 경이로운 골로 만들었다. 

공을 막기 위해 달려 나온 신화용이 페널티박스 밖에서 낙하지점을 잡고 헤딩으로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공은 그의 키를 넘어 그대로 굴러가 골망을 흔들었다. 멀리서 지켜 보던 알렉스의 뜻밖의 득점에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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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측정 거리는 82미터였다. K리그 역대 두번째로 먼 거리에서 넣은 골이다. 2013년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의 골키퍼 권정혁이 제주를 상대로 넣은 85미터 골 다음으로 긴 거리다. 필드 플레이어만 놓고 보면 1위다. 종전에 필드 플레이어로는 가장 멀리서 넣은 김현의 67미터 골보다 18미터나 더 길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알렉스는 활짝 웃었다. 그는 정말 기분이 좋아 보였다. 득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득점을 시작으로 제주는 진성욱, 윤빛가람이 수원 수비를 부수고 골을 넣으며 3-2로 승리했다. 

알렉스는 “내가 골을 넣은 것보다는 항상 힘든 경기를 했던 수원을 상대로 승리한 게 더 기쁘다. 팀원 모두 좋아해서 나 역시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제주는 수원전 5연패를 끊고 승리했다. 원정에서는 2015년 10월 이후 근 2년 만의 승리다. 이날 승리로 제주는 선두 전북 현대를 승점 3점 차로 맹추격하게 됐다. 

경기 후 자신의 골이 82미터 거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알렉스 탄성과 웃음을 함께 내질렀다. “와오”라고 소리를 지른 그는 “굉장히 멀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런 거리에서 골을 넣을 거라고 상상한 적도 없다”라며 놀랍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공격 가담 능력이 좋은 수비수지만 스스로가 “항상 골대 앞 5미터 안에서 넣었다”라며 코너킥 같은 세트피스 상황 때나 득점이 가능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의 의도보다는 상대 실수에 의한 행운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사실 말이 안 되는 기록이다. 진성욱을 노리고 패스했는데 그렇게 됐다. 전적으로 행운이 만든 골이다. 골키퍼의 실수가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골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행운도 축구의 일부가 아닌가? 기쁘게 받아들이겠다”라며 자신의 역사로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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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태생의 세르비아계 선수인 그는 호주와 유럽(세르비아, 크로아티아)을 오가며 선수 생활을 했다. 2013년 수원FC 소속으로 K리그에 입성해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그를 제주가 2014년 아시아쿼터로 영입했다. 2시즌 동안 196cm의 장신을 이용한 단단한 수비로 K리그 클래식에서도 인정 받았다. 2016년 중국 슈퍼리그의 텐진 테다로 가서도 무난한 활약을 펼친 그는 외국인 선수 교체 과정에서 밀리자 올해 초 전소속팀 제주로 복귀했다.

중국에서 돌아온 뒤에는 출전 기회를 꾸준히 받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2월 중순에 제주 이적을 확정한데다 김원일, 조용형까지 영입한 수비라인이 워낙 탄탄해 외국인 선수임에도 벤치에서 기다리는 일이 많다. 그러나 알렉스는 차분하게 기다렸다. 김원일이 경고누적으로 쉬어야 하는 타이밍에 조성환 감독은 비장의 카드로 알렉스를 선발 투입했고 공격과 수비에서 톡톡히 제 몫을 했다.

“우리 팀에 좋은 수비수가 많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한 알렉스는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힘들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팀이다. 내가 팀 합류가 늦어 출발이 뒤쳐졌다. 훈련을 통해 믿음을 얻으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서는 “항상 준비하고 있고, 기회가 오면 잡고 싶다. 오늘 만족스러운 경기를 해 기쁘다”라며 팀 상승세에 큰 역할을 한 데 자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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