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리즈 유나이티드가 전포지션 맨투맨 수비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최근 5경기 연속 3실점 이상과 함께 20실점을 허용하면서 무너지고 있다.
리즈가 앨런 로드 홈에서 열린 토트넘 핫스퍼와의 2021/22 시즌 PL 27라운드에서 0-4 대패를 당했다. 이와 함께 리즈는 5승 8무 13패 승점 23점으로 16위까지 추락했다. 이제 강등권인 18위 번리와의 승점 차가 단 2점 밖에 나지 않고 있는 리즈이다.
더 큰 문제는 리즈의 수비가 완벽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리즈는 2월 한 달 동안 5경기에서 연달아 3실점 이상을 허용하면서 무려 20실점을 기록 중에 있다. 이는 경기당 4실점에 해당하는 수치다. 게다가 PL 역대 한 달 기준 최다 실점이다. PL 시대 이전으로 놓고 보더라도 1986년 4월,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21실점 이후 36년 만의 한 달 기준 최다 실점에 해당한다. 말 그대로 최악의 한 달을 보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OptaJoe리즈는 애스턴 빌라와의 24라운드에서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에 그쳤다. 이어서 에버튼과의 25라운드에서 0-3으로 완패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장미 전쟁(Rose Derby)'에선 2-4로 패했고, 주중 리버풀전에선 0-6 치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리즈가 이번 시즌 전체를 돌이켜봤을 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줄부상에 기인하고 있다. 이로 인해 리즈는 이번 시즌 무려 8명의 만 19세 이하 선수들이 데뷔전을 치르면서 PL 역대 최다 기록을 수립했다. 현 시점에서도 간판 공격수 패트릭 뱀포드와 중원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핵심 선수 켈빈 필립스, 그리고 주전 수비수 리엄 쿠퍼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Match of the Day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더 큰 고민거리는 바로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전포지션 맨투맨 수비와 전방 압박에 입각한 높은 수비 라인의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비엘사는 강한 압박과 속공에 더해 공격부터 수비까지 전포지션에 걸쳐 맨투맨 수비를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통해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면서 2019/20 시즌 챔피언십(2부 리그) 우승에 이어 지난 시즌 승격팀 돌풍을 일으키며 PL 9위라는 호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PL 팀들도 비엘사 축구를 간파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파훼법도 나오고 있다.
리즈는 기본적으로 4-1-4-1 포메이션을 가동한다. 여기서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나오고 있는 다니엘 제임스는 상대 중앙 수비수 두 명을 커버해야 한다. 대신 리즈는 수비 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에 맨유와 리버풀은 리즈 상대로 중앙 수비수 한 명을 공격적으로 전진시키면서 공략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맨유는 전반 종료 직전 수비 진영에서부터 측면 공격수 제이든 산초와의 이대일 패스를 통해 상대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치고 들어온 중앙 수비수 빅토르 린델뢰프가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산초가 크로스로 올린 걸 공격형 미드필더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리버풀의 경우 수비 진영에서 볼을 끌고 공격 진영까지 넘어온 중앙 수비수 조엘 마팁이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에게 패스를 내주었고, 곧바로 페널티 박스 안까지 들어가 살라의 리턴 패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골을 성공시켰다. 두 골 모두 중앙 수비수를 공격적으로 활용한 양 팀 감독의 승부수가 적중한 장면이었다.
Empire of the Kop토트넘은 맨유-리버풀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3-4-3 포메이션을 가동하는 토트넘은 좌우 측면 공격수 손흥민과 데얀 쿨루셉스키를 중앙으로 좁히면서 리즈 좌우 측면 수비수들을 유인했다. 이와 함께 발생한 측면을 좌우 윙백 라이언 세세뇽과 맷 도허티가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토트넘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9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가 볼을 끌고 가자 손흥민이 중앙으로 이동했고, 자연스럽게 리즈 오른쪽 측면 수비수 루크 에일링이 손흥민을 쫓아갔다. 이에 윙크스가 측면으로 패스를 찔러주었고, 이를 세세뇽이 지체없이 땅볼 크로스로 연결한 걸 먼포스트에서 쇄도해 들어오던 도허티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윙백과 윙백이 합작한 골이었다.
Javier Parra Peña이어서 후반 13분경엔 토트넘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이 측면으로 패스를 내준 걸 도허티가 땅볼 크로스로 길게 넘겨준 걸 먼포스트에서 쇄도해 들어오던 세세뇽이 슬라이딩 슈팅으로 가져가려 했으나 스쳐 지나가면서 아쉽게 골이 되지 않았다.
후반 15분경에도 케인이 찔러준 패스를 도허티가 받아서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슈팅을 시도했으나 선방에 막혔다. 이 장면에서도 리즈 왼쪽 측면 수비수 주니오르 피르포가 쿨루셉스키와 위치를 바꾼 손흥민을 따라 중앙으로 좁히다가 도허티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 같은 패턴의 공격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리즈였다.
게다가 리즈는 지나치게 라인을 높게 올리면서 전방 압박을 감행하다 보니 토트넘의 역습에 뒷공간을 허용하면서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리즈는 전반전 27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의 롱패스를 케인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팀의 3번째 골을 넣었고, 경기 종료 5분을 남긴 시점엔 케인의 롱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골을 추가하면서 4-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에 영국 공영방송 'BBC'의 PL 경기 리뷰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Match of the Day)'에 패널로 출연한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앨런 시어러 역시 비엘사식 맨투맨 수비에서 파생된 측면 수비 공백과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10명의 선수들이 모두 공격 진영으로 넘어온 높은 수비 라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하단 사진 참조).
BBC MOTD
BBC MOTD이렇듯 비엘사는 본인의 축구 철학을 고집하면서 무너지고 있다. 정상적인 선수단이 아닐 시엔 수비적으로 잠그는 축구를 할 수도 있으나 비엘사의 자존심이 이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함께 리즈가 최근 4연패 포함 6경기에서 1무 4패의 부진을 보이자 감독 경질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비엘사의 후임으로는 레드 불 잘츠부르크와 RB 라이프치히 감독 직을 수행했던 황희찬의 은사로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친숙한 조시 마쉬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리즈는 한 달 동안 5경기에서 20실점을 허용하면서 이번 시즌 PL 26경기 60실점으로 최다 실점 팀에 오르는 수모를 겪고 있는 중이다. 이는 경기당 2.3실점이고, 시즌 전체(38경기)로 환산하면 87실점에 달한다. 이는 2008/09 시즌 무려 89실점을 허용하면서 PL 역대 최다 실점 신기록을 수립했던 더비 카운티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실점에 해당한다.
리즈가 치열한 잔류 전쟁(리즈와 강등권 18위 번리의 승점 차는 2점 밖에 나지 않고 있고, 최하위인 노리치 시티와의 승점 차도 6점이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다소 급진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뛰어난 축구 철학자 비엘사의 시대도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Squawka Foot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