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서호정 기자 = 개막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가 러시아에게 무기력한 0-5 패배를 당할 때만 해도 아시아 팀들은 또 한번 악몽의 월드컵을 맞는 듯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막바지에 오면서 아시아 축구는 차례로 승전보를 전하고 있다. 아직 16강 진출 팀은 나오지 않았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이번 월드컵에는 아시아 대륙으로 편입된 호주를 포함해 한국,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일본 5개 팀이 참가 중이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는 사우디를 제외한 4개 팀이 그대로 출전했던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3무 9패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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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완패로 이번 월드컵을 시작하자 또 한번 조롱이 시작됐다. 유럽의 유명 축구인들과 평론가들은 월드컵에 아시아 수준의 팀이 나오는 것을 비꼬았다.
이란이 그 평가를 바꾸기 시작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모로코에 1-0으로 승리하며 8년 만에 아시아 대륙에 승전보를 선사했다. 그 다음 차례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1명이 퇴장당한 콜롬비아를 상대로 2-1 승리를 챙겼다.
조별리그 2차전부터는 전반적인 내용도 좋아졌다. 0-1로 패했지만 사우디는 우루과이와 접전을 펼쳤다. 이란은 수비 축구로 스페인을 괴롭히다 선제골을 허용하자 경기를 주도하며 상대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0-1로 패했지만 이란의 축구는 다시 주목 받았다. 1차전에서 프랑스와 호각세의 경기 끝에 1-2로 패했던 호주는 2차전에서는 덴마크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일본은 세네갈과 2-2로 비기며 16강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3차전으로 접어든 첫 날 아시아의 세번째 승리가 배달됐다. 사우디는 이집트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을 넣으며 1-2 역전승을 거뒀다. 이미 조별리그 탈락은 확정된 상태였지만 포기하지 않는 경기력으로 24년 만의 월드컵 승리를 신고했다.
이번 대회 가장 강렬한 축구를 선보이는 이란은 또 한번 모두를 놀라게 했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명승부를 펼치며 1-1로 경기를 마쳤다. 종료 직전 찬스에서 골이 들어갔거나, 같은 시간 열린 경기에서 스페인이 아스파스의 극적인 동점골 없이 모로코에 패했다면 이란이 16강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란의 플레이에 혼 난 포르투갈은 추가시간에 아드리엔 실바를 게데스로 교체할 때 시간을 끌기도 했다. 침대축구라는 비판을 받던 이란이 월드컵 막바지에 와서는 상대가 시간을 끌어야 하는 강팀으로 변모한 것이다.
A조의 사우디와 B조의 이란 모두 3위로 마쳐 16강행은 좌절됐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호주, 일본은 16강 가능성이 남아 있다. C조의 호주는 페루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고, 덴마크가 프랑스에 패하면 16강에 간다. H조 1위인 일본은 폴란드를 상대로 비기기만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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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팀 중 유일하게 승점을 챙기지 못한 건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이다. F조에서 스웨덴에 0-1 패배, 멕시코에 1-2 패배를 기록했다. 최종전에서는 독일과 맞붙는다. 한국은 독일전 승리의 동기부여가 충분하다. 독일을 2골 차로 꺾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꺾어주면 승점 3점으로도 16강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앞선 두 차례 경기보다 더 어려운 도전인 게 사실이다. 기성용과 박주호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다.
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도전한다는 대표팀의 의지는 살아 있다. 여기에 아시아 팀 중 유일하게 승점을 챙기지 못하고 돌아갈 수 없는 동기부여도 더해져야 한다. 사우디, 이란이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보여준 경기력과 정신력을 한국도 독일을 상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