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경기 절실하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늦게 핀 꽃’ 주민규(35·대전 하나시티즌)는 7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중국과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선발 출전해 추가골을 뽑아내면서 한국의 3-0 승리에 기여했다. ‘전승 우승’을 목표로 한 한국은 승리와 함께 순조롭게 출발한 가운데 역대 중국과 상대 전적이 24승13무2패가 되면서 격차를 더 벌렸다. 특히 최근 6연승 포함 7경기 무패를 이어갔다.
주민규는 이동경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전반 21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이태석의 크로스를 문전 앞에서 높게 뛰어오르면서 이마에 정확하게 공을 갖다 댔다. 주민규의 이마를 떠난 공은 골문 왼쪽 하단 구석에 꽂혔다. 골키퍼 얀 준링이 몸을 날렸지만 반응이 늦어 이미 공은 골라인을 넘어갔다. 주민규의 A매치 3호골. 이날 그는 득점뿐 아니라 탄탄한 피지컬을 앞세워 전방에서 끊임없이 경합을 펼치고 동료들과 연계에 집중하며 제 역할을 다했다.
주민규는 “오랜만에 왔는데도 선수들과 합을 맞추는 게 편했다. K리그에서 많이 마주치고 서로 어떤 장점이 있는지 잘 알아서 굉장히 편하게 경기했다”고 소감을 밝힌 후 “사실 공격수라면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득점하겠다고 임하면서 들어간다. 오늘 득점이 월드컵에 가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 많이 득점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단히 득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2013년 프로에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그토록 바라던 태극마크를 단 주민규는 이후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런 그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그러나 앞서 지난달 이라크와 쿠웨이트로 이어지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10차전 소집 명단에선 경쟁에서 밀려 제외됐다.
사실 주민규는 이번 동아시안컵에도 처음 발표된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오세훈과 이호재 두 명의 공격수만 발탁했다. 자연스레 태극마크와 다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뒤늦게 동아시안컵을 주최하는 EAFF가 엔트리를 기존 23명에서 26명으로 확대함에 따라 주민규는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홍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주민규는 “전혀 서운함은 없었다. 감독님께서 선택하신 부분에 있어서 존중한다. 그리고 당연히 발탁되어야 하는 선수들이 발탁됐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뽑히지 못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경쟁할 수 있게 꾸준히 노력하고, 또 성장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북중미 월드컵까지 이제 1년도 안 남은 가운데 그는 “저는 당장 앞에 있는 것부터 해결하려고 하는 성격이다. 월드컵은 아직 먼 미래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한 경기 한 경기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뛴다.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고 또 선수다. 매 경기 절실하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