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이하 WBA)이 대런 무어 감독 부임 후 강팀들을 연달아 잡는 이변을 연출하며 3승 2무 무패와 함께 끈질긴 생존 본능을 드러내고 있다.
WBA가 더 호손스 홈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17/18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37라운드 경기에서 인저리 타임에 터져나온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WBA는 벼랑 끝에서 잔류의 희망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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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A는 32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3승 11무 18패 승점 20점으로 최하위를 달리고 있었다. EPL 개막하고 첫 2경기에서 승리한 이후 2018년 1월 13일 승격팀 브라이턴 호브 알비온과의 홈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둔 걸 제외하면 단 1승도 없었다. 이미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이었던 18라운드에 강등권으로 추락했고, 25라운드부터 줄곧 최하위를 이어오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토니 풀리스와 게리 멕슨, 앨런 파듀가 차례대로 경질 수순을 밟았다.
32라운드 기준 WBA는 잔류 마지노선인 17위 크리스탄 팰리스와 승점 10점 차의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19위 스토크 시티와의 승점 차도 7점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은 6경기에서 WBA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버풀, 토트넘으로 이어지는 강호들과의 일전을 남겨놓고 있었다. 사실상 잔류 가능성이 사라진 WBA였다. 이에 WBA는 새 감독 선임을 포기한 채 유스팀 코치 대런 무어 임시 감독 체제에서 잔여 시즌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일찌감치 강등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무어의 감독 데뷔전이었던 스완지 시티와의 33라운드 홈경기에서 WBA는 아쉽게 1-1 무승부에 그쳤다. 제이 로드리게스의 선제골로 앞섰으나 경기 종료 15분을 남기고 스완지 공격수 타미 아브라함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파상공세에 나섰으나 우카시 파비안스키 골키퍼의 선방쇼에 막혀 다잡은 승리를 놓친 것. 이 때만 하더라도 전형적인 WBA의 무승 패턴이 이어지는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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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맨유와의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WBA의 기적이 발생했다. 73분경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에이스 로드리게스가 몸을 날리는 헤딩 슈팅으로 천금 같은 결승골을 넣으며 1-0으로 승리한 것. 맨유는 이 경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EPL 5연승을 달리고 있었고, 특히 홈에선 8경기 무패 행진(6승 2무)을 이어오고 있었다. 기적을 쓴 WBA이었다.
이어진 리버풀과의 홈경기에서 WBA는 먼저 2실점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었으나 79분경 제이크 리버모어의 골로 추격에 나선 데 이어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간판 공격수 살로몬 론돈이 천금같은 동점골을 넣으며 2-2 무승부를 거두었다.
뉴캐슬 원정도 혼전의 연속이었다. 29분경 매트 필립스의 선제골로 앞서나간 WBA는 이후 육탄방어를 펼치며서 뉴캐슬의 파상공세를 저지해냈다. 33분경엔 뉴캐슬 측면 미드필더 케네디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가는 행운도 따랐다. 결국 WBA는 뉴캐슬 원정에서도 1-0 승리를 거두며 4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오는 데 성공했다.
이번 토트넘전도 유사했다. 경기 내용 면에선 토트넘에게 시종일관 밀린 WBA였다. 실제 점유율에선 26대74로 큰 열세를 보였고, 슈팅 숫자에서도 9대18로 절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탄탄한 수비로 토트넘의 공세를 저지한 WBA는 인저리 타임에 터져나온 리버모어의 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Getty Images이제 WBA와 잔류 마지노선인 17위 사우샘프턴의 승점 차는 단 2점. 물론 17위 사우샘프턴과 18위 스완지 시티가 주중 경기를 펼치기에 이 맞대결에서 어느 한 팀이 승리한다면 WBA의 강등이 확정된다. 즉 여전히 WBA의 잔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사우샘프턴과 스완지의 맞대결이 무승부로 끝난다면 최종전 결과에 따라 극적인 뒤집기가 가능하다. 애당초 지금 시점까지 WBA가 잔류 가능성을 이어온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32라운드 당시만 하더라도 WBA보다 승점 7점이 앞섰던 스토크는 일찌감치 강등되고 말았다.
그러면 무어의 WBA가 기적과도 같은 생존 본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크게 3가지를 뽑을 수 있다.
첫째, 무어 부임 후 WBA는 5경기 모두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바탕으로 동일한 포메이션(4-4-1-1)을 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직력을 극대화하고 있는 WBA이다. 4명의 수비수와 4명의 미드필더가 최대한 간격을 좁히면서 촘촘한 두줄 수비를 가동해 실점을 최소화하고 있다. 실제 무어 부임 이전만 WBA는 32경기에서 무려 51실점을 상대에게 헌납했으나 무어 부임 후 5경기에서 단 3실점 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마저도 리버풀만 2골을 넣었을 뿐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축구 매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MOTD)' 역시 WBA의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의 촘촘한 간격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BBC MOTD
BBC MOTD둘째, 세트피스 집중력을 꼽을 수 있다. WBA가 5경기에서 기록한 6골 중 5골이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이는 이들이 세트피스 훈련이 매우 잘 되어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토트넘전에서 WBA가 기록한 9회의 슈팅 중 6회의 슈팅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무어 부임 후 세트피스에서 가장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 WBA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빼놓을 수 없다. WBA가 5경기에서 기록한 6골 중 5골이 후반전에 나온 골이었다. 특히 3골은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터져나온 것이었다. 리버풀전에선 0-2로 패색이 짙었음에도 막판 2골로 무승부를 이끌어냈고, 토트넘전도 인저리 타임 골로 승리했다. 게다가 WBA의 6골 중 4골이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만들어낸 골이라는 점은 이들이 끝까지 골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방증한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WBA가 자력으로 잔류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없다. 당장 5월 9일 새벽(한국 시간)에 있을 사우샘프턴과 스완지의 맞대결에서 어느 한 팀이 승리한다면 WBA는 일찌감치 강등이 확정된다. 그럼에도 무어 감독 체제에서 WBA가 보여주는 저력은 축구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이다. 이들이 역대급 기적 드라마를 쓸 수 있을 지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시즌 막판 EPL을 즐기는 관전 포인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