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대한축구협회

‘3백 가동’ 홍명보 감독, ‘긍정적’ 평가 내렸지만…日 상대로 무색무취→북중미 WC서 실용성 의문

“확실한 플랜 A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경기에서 가동한 3백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중국, 홍콩을 연달아 격파하며 6년 만에 동아시안컵 제패를 기대했으나, ‘숙적’ 일본에 패하면서 왕좌 탈환에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대회 색다른 전술을 들고나왔다. 기존에 사용하던 4-2-3-1 전형을 놔두고 3-4-2-1 전형을 택했다. 월드컵을 1년여 남겨두고 다양한 전술 실험하기로 한 홍명보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적기라고 판단했다. 유럽파와 중동파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 K리그와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만 우선 실험했다.

첫 두 경기 결과는 괜찮았다. 중국을 3-0으로 완파했고, 홍콩도 2-0으로 잡았다. 기대한 만큼 큰 점수 차는 아니었지만, 결과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김주성(FC서울), 강상윤(전북현대), 이호재(포항스틸러스) 등이 국가대표 데뷔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3백으로 나름의 재미를 본 홍명보 감독은 일본전에서도 같은 전술을 꺼냈다. 전력 차가 확실한 중국, 홍콩과 다르게 일본전은 본격적인 시험 무대였다. 경기 전부터 어려운 경기가 될 거로 예상됐는데, 우려가 그대로 적중했다. 조직력과 개인 기량을 보유한 일본을 만난 홍명보 감독의 3백은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3백이 보유한 가장 큰 약점인 측면 공간이 열리면서 실점을 내줬다. 김문환이 올라간 틈을 소마 유키(마치다 젤비아)가 놓치지 않았고, 소마가 올린 크로스를 저메인 료(산프레체 히로시마)가 결정지었다. 센터백 3명이 모두 수비 진영에 있었지만, 일본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박스 안 숫자를 늘려 한국 수비수들에게 혼란을 줬다.

3백이 익숙하지 않은 한국 선수들은 불안정한 호흡을 드러냈다. 서로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서 애매한 공 처리가 많았다. 일본은 전반전 내내 상당한 압박으로 한국 수비진의 실수를 이끌었다. 후방에서 공이 제대로 흐르지 않자, 윗선에 있는 공격수들은 자연스럽게 고립됐다. 나상호(마치다 젤비아)가 전반 초반 골대를 강타한 장면 외에 유의미한 공격을 만들지 못했다.

후반전 한국이 공세를 높이자, 모리야스 하지메(일본) 감독은 라인을 내려 수비적으로 운영했다. 일본의 라인이 내려가면서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답답한 흐름은 계속됐다, 일본 수비 숫자가 많아지면서 선수들이 쉽게 침투나, 패스를 가져갈 수 없었다. 모리야스 감독이 의도한 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결국 일본 골망을 흔들지 못하고 한일전이 끝났다. 득점 없이 패배하자, 팬들은 홍명보 감독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야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아주 잘했다. 결과와 실정 장면은 아쉬워도 그 외적인 부분으로는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라고 만족했다.

그러면서 홍명보 감독은 “두 팀을 놓고 봤을 때, 우리가 더 잘했다. 일본이 보유한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라며 “점유율과 슈팅 수에서 우리가 크게 앞섰다. 일본은 우리 수비수들을 전혀 괴롭히지 못했다”라고 경기를 돌아봤다. 경기에서 패했음에도 준비한 3백 전술이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홍명보 감독뿐 아니라 선수들도 3백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경기 후 믹스토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진섭은 “감독님이 원하는 부분을 수행하려고 노력했다. 3백을 경험함으로써 제가 어떤 포지션이든 소화할 수 있다는 경험이 생긴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본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3, 4군 전력으로 불리는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도 고전한 3백인데, 월드컵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동아시안컵에 속한 멤버 대다수는 월드컵에 함께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1군 멤버들이 돌아오면 3백 전술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확고한 플랜 A를 가다듬어야 할 시기인데, 플랜 B를 실험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홍명보호는 오는 9월 미국 원정 친선전(미국, 멕시코)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월드컵 준비에 나선다. 9월 A매치는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전력을 점검할 기회다. 월드컵 16강 이상을 바라보는 홍명보 감독이 최정예 멤버로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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