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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만원 해외원정, 35만원 티켓… A매치 소비패턴이 바뀐다

[골닷컴] 서호정 기자 = 9월과 10월 국내에서 열린 네 차례 A매치 모두 만원관중을 달성한 축구 국가대표팀은 11월 호주로 원정을 떠난다. 호주 동부의 중심 도시인 브리즈번에서 호주(17일), 우즈베키스탄(20일)과 차례로 친선전을 갖는다. 벤투호 출범 후 첫 원정이고, 오는 1월 아시안컵에 대비해 아시아 내 최고 수준의 팀과 스파링을 치른다는 점에서 중요도가 높다. 

경기 외적으로는 최근 대표팀을 둘러싼 열기가 원정 팬들로 이어질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호주는 교민 규모가 큰 나라지만, 국내에서 동행하는 원정 팬 규모는 대표팀을 향한 인기를 반영한다. 월드컵 같은 대회가 아닌 친선전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관광지의 매력과 대표팀 경기 관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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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도 발맞춰 협찬사인 세중여행사와 함께 7일 일정으로 호주 원정을 다녀오는 원정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풀패키지 상품은 299만원이다. 대표팀 A매치를 소비하던 일반적인 패턴이라면 체감 금액이 높을 수 있지만 실제 반응은 예전과 다르다. 대표팀을 향한 인기와 관심이 치솟는 만큼 고가로 느껴지는 패키지에 대한 예약과 문의도 뜨겁다는 게 세중여행사의 설명이다. 

패키지 구성은 대표팀 경기 관전과 호주 여행을 겸하려는 목적을 볼 때 충실하다. 브리즈번 직항 국적기를 이용하고, 준특급호텔에서 숙박한다. 식사, 관광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호주전과 우즈벡전 입장권과 현지에서 진행될 오픈트레이닝데이 참가, 선수들과의 포토타임 등 축구 팬이 받아들이기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벤트까지 담았다. 상품이 공개된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상당한 예약이 진행됐다.

대표팀의 해외 원정 동행 패키지는 지난 2016년 6월 처음 출시됐다.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거치며 스페인, 체코와의 친선전을 보고 현지 여행을 병행했다. 지난 3월 북아일랜드-폴란드와의 친선전도 역시 패키지 여행 상품이 나왔다. 해당 패키지를 경험한 팬들이 만족감을 표시했고, 입소문이 퍼졌다. 

가장 큰 매력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체험이다. 지난 3월의 경우 북아일랜드에서 폴란드로 이동할 당시에 대표팀이 전세기를 썼는데, 패키지 구매자들도 함께 이동했다. 비행 대기 시간을 이용해 짬짬이 좋아하는 선수들과 대화하고 사진을 찍었다. 공개 훈련이 오픈 트레이닝 데이에도 이 패키지 구매자들은 보다 가까이서 선수들과 친밀한 스킨십이 가능하다. 일종의 소규모 팬미팅이다. 대한축구협회 마케팅팀의 김승준 과장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원정 패키지를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비용과 그에 준하는 특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상품 개발이 대한축구협회의 중요한 고민이다. 최근 한국 내 소비 패턴은 가성비를 따지는 것 외에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일반적인 상품보다 몇배 비싼 금액을 낼 수 있다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A매치에 도입한 프리미엄S석이 대표적이다. 35만원으로, 스카이박스를 제외하면 가장 고가의 관전 상품이다. 일등석의 7배 수준의 가격이다. 하지만 이 상품은 선수 친필 사인 유니폼과 저녁 식사가 제공되고, 대표팀 버스와 라커룸을 둘러 보고 선수들과 단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대표팀 유니폼과 뷔페가 제공되는 프리미엄A, 유니폼만 제공하는 프리미엄B 등도 세분화했다. 모두 호응이 좋았다. 

김승준 과장은 이런 상황이 단순히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사고가 아니라, 팬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서비스의 개발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대표팀은 애국심으로 지지했지만, 이제는 선수 개개인을 응원하는 것에 목적을 둔 팬도 많다. 그런 팬들은 더 특별한 경험을 원하고 최근 수요가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9월과 10월 모두 엄청난 열기를 뿜어 낸 오픈 트레이닝의 경우 무료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 시작했는데 최근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과거의 대한축구협회의 마케팅적 사고가 선수, 지도자, 후원사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팬이 중요한 의제가 된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팬들의 외면을 받는 경험이 준 교훈이다. 

마케팅팀의 이재철 과장은 사고 전환 속에서 여러 상품을 개발하는 롤모델을 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마케팅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덤의 성향을 도입해 봤다. 축구와 대표팀만이 줄 수 있는 퀄리티가 더해진다면 고가의 제품에도 마음을 열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대로 반응이 컸다”라고 말했다. 

이런 새로운 시도에서 가장 큰 벽은 선수와 지도자다. 결국 여러 상품을 구매하는 입장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을 삼는 것은 선수들과의 스킨십이다. 이 부분에 대해 지도자가 벽을 쌓고, 선수들이 시큰둥하게 반응하면 애써 만든 상품이 의미가 사라진다. 

김승준 과장은 “선수들이 거부감을 줄이고 팬들에게 고마움 느끼고 다가가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기성용이 2살 난 아기를 데려 온 부부를 보고는 직접 공을 준비해 사인을 해 주며 훈훈한 미담이 됐다. 손흥민은 자신을 보러 유럽 원정에 동행한 고등학생 팬에게 축구화를 선물했다. 신태용 전 감독은 당시 월드컵 준비의 부담감 속에서도 선수들에게 한국에서 온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응대하라고 팀미팅에서 따로 당부하기도 했다. 

대표팀은 한국 축구에서 가장 높은 레벨에 있지만, 이제는 팬들 위해서는 출입통제구역이라는 벽을 최대한 허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축구협회의 생각이다. 팬들이 당연히 온다는 생각보다는, 서로가 다가갈 수 있을 때 축구협회를 둘러싼 이미지도 서서히 변화할 수 있다.

달라진 소비 패턴과 그에 맞는 패키지의 개발은 아직 테스트 단계다. 김승준 과장도 “사실 고가지만 총량적인 수익에서 남는 게 없다”라고 인정했다. 대표팀 원정 패키지를 만든 세중여행사의 안영우 여행영업본부 부서장도 “B2B 위주 사업을 주로 진행하다 보니 B2C 상품을 하는 건 비즈니스적으로 효과가 크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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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차별화되는 고품질 서비스가 먹힐 수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이 현재의 주목적이다. 축구협회 이미지를 제고하고, 대표팀 인기를 지속하는 것은 팬들의 관심을 계속 유도할 때 가능하고 그래야 산업적인 가능성이 확인된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의 흥행으로 확대되는 팬들의 수요를 맞출 새로운 프로그램과 머천다이징 개발, 시스템 추가도 고민 중이다. 김승준 과장은 “이번에 도입한 KFAN 멤버쉽이 출발이 될 것 같다. 현재는 무료지만 언젠가는 유료로 전환되고 그 팬덤이 다양한 패키지 서비스를 먼저 접하고 소비한다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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