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레스 사우스게이트Getty Images

'25년 만에 교체 카드 無' 잉글랜드, 다잡은 승리 놓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잉글랜드 대표팀이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먼저 골을 넣고도 경기 막판 동점골을 허용하며 1-1 무승부에 그쳤다. 이 경기에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교체 카드를 단 한 장도 사용하지 않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잉글랜드가 바르샤바에 위치한 스타디온 나로도비에서 열린 폴란드와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I조 6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잉글랜드는 5승 1무 무패로 I조 1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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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원정 무승부 자체는 나쁜 결과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경기 내용 자체는 아쉬움이 있었다. 잉글랜드는 점유율에서 63대37로 크게 우위를 점하긴 했으나 정작 슈팅 숫자에선 13대11로 단 2회가 더 많았을 뿐이었다. 심지어 유효 슈팅에선 2대4로 열세를 보였다.

특히 기대 득점(xG: Expected Goals의 약자로 슈팅 지점과 상황을 통해 예상 스코어를 산출하는 통계)에서 폴란드가 1골로 잉글랜드 0.56골에 2배 가까이 높았다. 즉 폴란드가 더 득점과 가까운 슈팅들을 만들어냈다는 걸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무승부를 당하는 과정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 먼저 골을 넣은 건 다름 아닌 잉글랜드였다. 71분경 오른쪽 측면 수비수 카일 워커가 패스를 내준 걸 잉글랜드 주장이자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이 먼거리에서 과감하게 중거리 슈팅을 시도한 게 그대로 골로 연결됐다. 이와 함께 A매치 41골을 넣으며 마이클 오언을 제치고 잉글랜드 대표팀 역대 최다 골 5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케인이다. 폴란드 입장에선 수문장 보이치에흐 슈체스니의 반응이 늦었던 게 아쉬운 일이었다.

이미 폴란드는 63분경에 191cm의 장신 공격수 아담 부스카를 빼고 발빠른 공격수 카롤 스비데르스키를 교체 출전 시킨 데 이어 68분경엔 옐로 카드를 수집한 수비형 미드필더 그제고시 크리호비악 대신 공격 성향이 있는 중앙 미드필더 다미안 지만스키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실점을 허용한 폴란드는 80분경에 좌우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티모테우시 푸하치와 카밀 요스비악을 빼고 마치에이 리부스와 프셰미스와프 프란코프스키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측면에 변화를 가져왔다.

반면 잉글랜드는 정규 시간 종료 시점까지 단 한 장의 교체 카드도 활용하지 않았다. 경기 막판 폴란드가 파상공세에 나섰음에도 공격수를 빼고 수비수를 넣는 식의 변화조차 감행하지 않은 잉글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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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분경, 잉글랜드 골키퍼 조던 픽포드가 볼을 끌다가 멀리 차내려던 게 압박을 들어온 스비데르스키 발에 맞고 그대로 골이 되는 듯싶었으나 픽포드가 간신히 골 라인 앞에서 잡아냈다. 이어서 88분경 폴란드 중앙 수비수 얀 베드라넥의 롱패스를 레반도프스키가 환상적인 볼터치로 잡아선 수비수 앞에 둔 상태에서 접고 슈팅을 가져갔으나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어느덧 정규 시간 90분도 끝나고 추가 시간에 접어들었다. 폴란드의 막판 공세 속에서 추가 시간 1분(90+1분)경, 레반도프스키의 크로스를 지만스키가 타점 높은 헤딩 슈팅으로 동점골을 꽂아넣었다. 이대로 경기는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폴란드는 5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활용했고,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제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으며, 무엇보다도 교체 선수가 동점골을 넣으면서 교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반면 잉글랜드는 벤치에 조던 헨더슨과 키어런 트리피어,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같은 쟁쟁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바로 이전 경기였던 안도라전에서 2골 1도움을 올리며 4-0 대승을 견인한 제시 린가드도 있었으나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모두 외면했다. 잉글랜드가 단 한 장의 교체 카드도 활용하지 않은 건 독일과의 유로 1996 준결승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안 그래도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유로 2020 본선에서도 선수 교체 문제로 피해를 본 바 있다. 특히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교체 카드를 아끼다 연장전까지 접어들었고, 종료 직전 승부차기 카드로 마커스 래쉬포드와 제이든 산초를 투입했으나 정작 두 선수가 실축하면서 승부차기 스코어에서 2-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당연히 사우스게이트의 소극적인 선수 교체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교체 카드를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우리는 이기고 있었고, 경기를 컨트롤하고 있었다.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 선수를 넣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력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왜 우리가 먼저 변수를 추가해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말과는 다르게 경기 종료 10분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양 팀의 점유율은 50대50으로 동률이었고, 슈팅 숫자에선 폴란드가 3대1로 앞서고 있었다. 즉 잉글랜드가 주도하던 흐름은 절대 아니었다.

이렇듯 잉글랜드는 벤치에 화려한 선수들이 즐비한 데다가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카드들이 많음에도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소극적인 교체로 고전하는 경우들이 있다. 1966년 자국 월드컵 우승 이후 55년째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는 잉글랜드가 대업을 이루기 위해선 승부처에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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