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토트넘 회장직에서 물러난 다니엘 레비(63·잉글랜드)의 25년 헌신의 대가는 참혹했다. 토트넘을 떠나는 게 확정된 후 마지막 개인 소지품을 챙기기 위해 홋스퍼 웨이(토트넘 훈련장)에 방문했을 당시 레비는 구단으로부터 ‘출입 금지’ 조치를 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27일(한국시간) “25년 동안 토트넘은 레비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는 완벽한 지식과 통제력으로 구단을 운영했고, 그의 말은 언제나 최종적이었다”며 “하지만 레비는 해고됐을 때 소지품을 챙기기 위해 홋스퍼 웨이에 들어가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레비는 토트넘 지분 일부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홋스퍼 웨이에 출입하지 못하면서 통제를 당했으며, 레비가 해고될 때까지 그의 전무 비서로 활동했던 아내 트레이시 딕슨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홋스퍼 웨이에 남아 있던 이들의 개인 소지품은 밴으로 돌려보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토트넘은 지난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00년대 초반부터 구단을 이끌어온 레비 회장이 물러나게 됐다”면서 “회장직 승계를 위해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임원을 새롭게 임명했다. 비나이 벤카테샴이 CEO(최고경영자)로, 피터 채링턴이 이사회에 합류하여 비상임 회장직을 각각 맡게 된다”고 발표했다.
토트넘의 이 같은 결정은 루이스 가문이 주도한 경영 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집행 회장 직책이 완전히 사라지고 이사회 운영이 현대화되는 과정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 이뤄졌다. 다만 현지에선 루이스 가문이 직접 경영하기 위해 레비를 사실상 기습적으로 숙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25년 만에 토트넘을 떠나게 된 레비는 “그동안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토트넘을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하는 강호로 만드는 등 이룬 성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수많은 감독,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팬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토트넘을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레비가 떠나자 손흥민도 찬사를 보내면서 동시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손흥민은 “25년 동안 토트넘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업적을 일궜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시길 바란다. 토트넘에 있는 동안 저를 위해 해준 일에 대해선 정말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해리 케인 역시도 “솔직히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훌륭한 회장이었다. 토트넘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앞으로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토마스 프랑크 토트넘 감독도 “25년간 이룬 것들을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다. 엄청난 찬사를 받아야 한다”고 존경심을 보였다.
하지만 토트넘은 달랐다. 사실상 레비를 내쫓은 만큼, 그 후로도 확실하게 하고자 홋스퍼 웨이 ‘출입 금지’ 등 철저한 조치를 취했다. 물론 기업 세계에서 이러한 냉혹한 이별은 당연할 순 있지만 25년을 헌신하면서 토트넘을 세계적인 구단으로 키운 레비를 생각하면 가혹하기 짝이 없다.
디 애슬레틱은 “레비는 이제 소외되고 상처받고 멍든 채로 남아 있으며, 여전히 토트넘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지만 이사회에서 통제력도, 의사 결정권도, 발언권도 없다. 이제 그는 자신이 직접 주도하면서 완공시킨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도 경기를 관전하려면 임원석이 아닌 관중석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