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상암] 강동훈 기자 = 한국 축구가 브라질전 완패의 아픔을 털어냈다. 파라과이를 상대로 ‘2001년생 동갑내기’ 엄지성(스완지 시티)과 오현규(헹크)의 연속골을 앞세워 승리를 거두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브라질전에서 승리하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더 발전하겠다”고 다짐했던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켰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파라과이와 A매치 평가전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약 3년 4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파라과이를 제압한 한국은 역대 상대 전적에서 7전 3승4무1패가 돼 격차를 조금 더 벌렸다. 10월 A매치 평가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한 태극전사들은 금일 소집 해제하면서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앞서 지난 10일 브라질을 상대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0대 5로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한국은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 승리가 절실했다.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뿐 아니라, 다가올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에 활용될 포트2를 배정받기 위해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포인트를 관리해야 하는 터라 승리를 거둬야만 했다.
홍 감독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경기”라고 강조하면서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다만 홍 감독은 브라질전을 치른 지 나흘밖에 되지 않아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데다, 소집한 선수들을 고루 점검해 볼 필요도 있었던 터라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브라질전과 비교했을 때 ‘캡틴’ 손흥민(로스앤젤레스 FC)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페예노르트)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척추 라인’은 유지한 채 나머지 8자리에 변화를 줬다.
FIFA 랭킹에서 파라과이(37위)보다 높은 데다, 역대 상대전적(2승4무1패)에서도 근소하게 앞선 한국(23위)은 초반부터 반코트나 다름없을 정도로 경기를 주도하더니, 단단하기로 소문난 파라과이의 수비에 균열을 내면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15분 이명재(대전 하나시티즌)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주니오르 알론소(아틀레치쿠 미네이루)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면서 문전 앞에 떨어지자 엄지성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계속해서 한국은 공격 진영에서 볼 소유권을 늘려가면서 기회를 엿봤다. 다만 세밀함이 부족해 추가적으로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도리어 치명적인 실수로 동점골을 내줄 뻔했다. 전반 43분 이한범(미트윌란)의 백패스가 호날두 마르티네스(플라텐세)에게 끊겼고, 마르티네스가 순식간에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어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그러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김승규(FC도쿄)가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팔을 뻗어 막아냈다.
홍 감독은 결국 하프타임 때 일찌감치 교체 카드를 꺼냈다. 손흥민과 이동경(김천 상무), 이한범을 빼고 오현규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 조유민(샤르자)을 동시에 투입하면서 공수에 걸쳐 변화를 가져갔다. 한국은 다만 교체 후로도 세밀함이 개선되진 못해 공격을 계속 퍼붓고도 추가골을 만들진 못했다. 후반 9분과 13분 각각 엄지성과 오현규가 파라과이 문전 한복판에서 잇달아 슈팅을 때렸지만 무위에 그쳤다.
거듭 기회를 놓치던 한국은 서서히 주도권을 파라과이에 내주면서 수세에 몰렸다. 파라과이는 맹렬하게 몰아붙였다. 후반 35분 페널티 아크서클 정면 프리킥 찬스에서 키커로 나선 디에고 곤살레스(클루브 아틀라스)의 왼발 슈팅이 골대 상단을 강타했고, 흘러나온 볼을 안토니오 사나브리아(크레모네세)가 쇄도해 헤더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살짝 넘겼다. 1분 뒤엔 미겔 알미론(애틀랜타)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어 때린 왼발 슈팅이 벗어났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던 찰나, 한국은 교체로 들어간 이강인과 오현규가 추가골을 합작하면서 달아났다. 후반 30분 이강인이 하프라인 아래에서 전방으로 롱패스를 찔러주자, 오프사이드 라인을 절묘하게 무너뜨린 후 침투한 오현규가 골키퍼 올랜도 길(산로렌소)이 나오자 침착하게 따돌린 후 왼발로 비어 있는 골문에 밀어 넣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