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윤진만 기자= 세르비아전에서 원톱 손흥민을 뒷받침할 선수로 구자철이 낙점받았다.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어떤 모습을 기대한 지는 모르지만, 그게 무엇이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건 분명해 보인다.
둘은 14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호흡을 맞춘 70분 내내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었다. 특정 선수가 부족하고, 모자랐단 얘기는 아니다. 한 몸처럼 뛰어야 효과를 낼 터인데 둘은 대부분의 공격 시간 동안 따로 놀았다.
손흥민이 공을 잡기 전 구자철이 측면으로 벌려준다거나, 손흥민이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오면 구자철이 골문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등의 약속된 플레이가 나왔어야 한다. 둘의 호흡이 돋보인 순간은 구자철이 수비를 등진 상태에서 공을 키핑한 뒤 달려 들어가는 손흥민에게 공간 패스를 찔러줬을 때 정도이다.
손흥민이 전반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 공을 운반하고, 후반 초반 상대 박스 부근에서 무리한 돌파 시도로 공격 기회를 날린 건 투톱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방증한다.
기본적으로 구자철에게 이근호의 왕성한 활동량과 활동폭을 기대해선 안 되고, 신태용 감독도 이같은 모습을 기대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둘은 스타일 자체가 다르다. 구자철은 이근호보다 발은 더 느리지만, 공을 지킬 줄 알고, 미드필더답게 경기를 읽는 시야도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4-4-2 전술에서 구자철을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려면 전문 윙어를 기용하는 식으로 측면을 보완해야 했지만, 양 측면에는 중앙 성향의 왼발잡이 이재성과 권창훈을 배치했다. 자연스럽게 상대 중앙 지점에 선수 쏠림 현상이 심했다. 전반 6대4 정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비효율적인 경기를 한 이유다.
구자철은 0-1로 끌려가던 후반 16분 직접 얻어낸 페널티를 동점골로 연결한 뒤, 25분께 이근호와 교체됐다. 두 조력자의 스타일이 달라서일 수도 있고, 세르비아 수비진의 집중력이 떨어져 일 수도 있지만, 손흥민은 이근호가 투입된 뒤 28분과 36분, 44분과 추가시간 1분 네 차례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잡았다. 그중 한 개는 이근호가 몸을 날리면서 만들어줬다.
손흥민의 원톱 효과가 반감된 것을 두고 이근호와 구자철의 기량 문제라고 치부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만 앞으로 손흥민을 원톱으로 제대로 활용하려면, 나아가 더 매끄러운 공격 전개를 바란다면 전술상 어울리는 파트너의 선택이 꼭 필요해 보인다. 세르비아전에서 그 사실을 확인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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