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2차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FC서울 ‘원클럽맨 레전드’ 고요한은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에서 은퇴 소감과 영구결번 소감을 전한 후 지난날들을 떠올리더니 2013 ACL 결승 2차전이 아직까지도 후회스럽다며,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당시 FC서울이 아쉽게도 우승에 실패했던 터라, 고요한은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죽을힘을 다해 뛰면서 결과를 바꿔 ACL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고요한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수호신(FC서울 서포터즈)’을 비롯한 FC서울 홈팬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고요한은 은퇴식 도중 눈물을 펑펑 흘렸고, 이날 은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과 만났을 땐 이미 눈시울이 붉어진 데다 눈이 퉁퉁 부어 있는 상태였다.
“시원섭섭하다”고 운을 뗀 고요한은 “정말 아기들이 말했듯 이젠 다칠 일도 없고 아플 일도 없어서 기분이 좋다. 한편으로는 경기장에 와서 선수들이 뛰는 걸 보니깐 은퇴를 번복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수로서 뛴 시간이 저한테 큰 영광이었다. 또 보람찬 시간이었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은퇴식 도중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한 고요한은 “사실 울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 영상이 나오면서 그때 눈물이 많이 났다”며 “항상 감사한 분들이다. 저를 위해서 희생을 많이 하셨다.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도 많이 하셨을 거로 생각한다. 또 운동한다고 제가 까탈스럽게 해도 항상 사랑으로 보듬어주셨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눈물이 많이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요한은 지난 2004년 FC서울 소속으로 K리그에 데뷔한 뒤 20년간 뛰면서 ‘원클럽맨 레전드’로 활약했다. 그는 개인 통산 K리그 366경기에 나서 34골 30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FC서울 최다 출장 기록이다. 이 기간에 고요한은 K리그 3회(2010·2012·2016), 코리아컵(전 FA컵) 1회(2015), 리그컵 2회(2006·2010) 등 우승컵을 6번 들어 올렸다. 이 밖에도 그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FC서울 역사상 최초로 3시즌 연속 주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고요한은 FC서울에서 뛰는 동안 좋았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을 묻자 “제일 좋았던 때는 우승컵을 들었을 때”라며 “아쉬웠을 땐 2013 ACL 결승전이다. 그때를 많이 후회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타임머신이 있다면) ACL 결승 2차전 직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로 돌아가서 죽을힘을 다해 뛰면서 결과를 바꾸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FC서울은 당시 1차전 홈에서 광저우 헝다와 2-2로 비긴 후 2차전 원정에서 1-1로 비기면서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ACL 준우승에 그쳤다.
고요한은 중간중간 이적할 기회도 있었지만, 잔류하면서 20년 동안 FC서울에서만 뛰었다. “그 당시에 선수 입장에서 해외 진출한다는 건 또 다른 목표였고 큰 도전이었다. 저도 그걸 원했다”는 그는 “그러나 주위에서 FC서울에서 한 번 더 도전해보고, 또 등지고 나가지 말자고 조언을 해주셨다. 잔류를 결심하고 나서 묵묵히 열심히 했다. 잔류를 택한 결과가 너무나 만족스러워 다행”이라고 말했다.
FC서울은 이런 고요한의 공로를 인정해 등번호인 13번을 영구결번하기로 했다. 이는 FC서울 역사상 첫 영구결번이다. 이에 FC서울 홈팬들은 이날 고요한의 등번호 13번 영구결번을 기념하고자 전반 13분에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FC서울 홈팬들은 ‘GOD 13BLES YOHAN’ ‘수고했어요 앞으로도 영원한 13’ ‘12곁에 13영원히’ ‘고마웠요 함께한 날들’ ‘사랑했고 행복해요한’ ‘고요한이 서울이다’ ‘언제라도 함께해’ 등 걸개도 걸었다.
고요한 “FC서울에서 첫 영구결번이다. 20년 동안 치열하게 악착같이 뛰어온 순간들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다. FC서울에서 보낸 시간을 앞으로도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FC서울은 저에게 꿈을 선물해주고, 또 모든 걸 이루게 해준 팀이다. 20년 동안 함께하면서 영광스러운 날들을 보내며 큰 보람을 느낀다. 저의 인생 절반을 함께했다. 애정이 많이 가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고요한은 은퇴 후 오산고(FC서울 유스) 코치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이제 지도자를 시작한 지 4개월밖에 안 됐다”는 그는 “팀에 대한 헌신이나 투지가 강하고, 팀 전술과 모든 포지션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육성하고 싶은 게 제 개인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요한은 “FC서울에서 20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다. 지도자도 오산고에서 시작했다. 이 안에서 많이 배우고 노력한다면 나중에 FC서울의 지휘봉을 잡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훗날 FC서울 사령탑으로 부임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끝으로 고요한은 “저는 어렸을 때 FC서울에 입단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한 케이스다. 그래서 FC서울이 오산고 등 육성 시스템에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해주셨으면 한다. 그래야 ‘쌍용(기성용·이청용)’이나 ‘투고(고요한·고명진)’ 등 좋은 선수들이 많이 발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FC서울에 바라는 점을 말한 후 은퇴 기자회견을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