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 Hilal v Gwangju: AFC Champions League EliteGetty Images Sport

1-14, 기울어진 운동장…사우디 컵 대회가 된 ACL 무대

[골닷컴] 이정빈 기자 =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가 사우디아라비아 최고 구단을 가리는 무대가 됐다. ACL 엘리트(ACLE)에 나선 사우디 세 구단이 압도적인 전력 차를 선보이며 동아시아 팀을 짓누르고 모두 준결승에 올랐다.

가와사키와 알사드는 28일 오전 1시 30분(한국 시각) 사우디 제다에 있는 프린스 압둘라 알파이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시즌 ACLE 8강 맞대결을 펼쳤다. 정규 시간 안에 끝나지 않은 경기는 연장 접전 끝에 가와사키가 알사드를 3-2로 꺾었다. 이로써 ACLE 준결승에 오른 네 팀이 모두 정해졌다.

준결승에 오른 가와사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0)가 속한 알나스르를 상대한다. 이들은 호날두뿐 아니라 사디오 마네(32), 존 두란(21), 마르셀로 브로조비치(32), 에므리크 라포르트(31) 등 빅리그에서 활약한 스타 선수들도 막아야 한다. 이적시장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알나스르 선수단 가치 총액은 가와사키 선수단 가치 총액보다 11.4배 크다.

앞서 열린 8강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알아흘리 간 맞대결도 비슷했다. 알아흘리 선수단 가치는 부리람 선수단 가치에 12.2배에 달했다. 다른 경기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알나스르 선수단 가치는 요코하마 F.마리노스 선수단 가치에 10.2배였다. 광주FC와 알힐랄은 더욱더 큰 간격을 보였다. 알힐랄 선수단 가치는 광주와 39배 차이였고, 조르제 제수스(70·포르투갈) 감독 연봉이 광주 선수단 연봉 총액 2배를 넘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보여주는 결과가 나왔다. 광주, 부리람, 요코하마가 총 1골을 넣는 동안 알힐랄, 알아흘리, 알나스르는 14골을 퍼부었다. 특히 알힐랄을 만난 광주는 90분 동안 속절없이 무너지며 0-7로 패했다. 이정효 감독은 이에 “피지컬,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어떤 부분을 돌아봐야 할지는 조금 더 생각해야 할 것 같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ACL은 그야말로 아시아 최고 구단을 가리는 자리였다. 대회 개편 이전 10시즌 동안 대한민국 K리그(2회), 일본 J리그(3회), 중국 슈퍼 리그(1회), 사우디 프로 리그(2회), 호주 A리그(1회), UAE 슈퍼 리그(1회) 구단이 번갈아 가며 왕좌에 앉았다. 전력 차가 커 보여도 막상 경기를 진행하면 리그 간 특색이 잘 드러나면서 팽팽한 승부가 펼쳐졌다.

그런데 호날두가 알나스르에 합류한 2023년부터 사우디 구단들의 규모가 커지더니,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 알힐랄, 알아흘리, 알나스르 등 국부펀드(PIF)를 앞세운 사우디 구단들은 마네, 카림 벤제마(37), 은골로 캉테(34·이상 알이티하드), 호베르투 피르미누(33), 리야드 마레즈(34·이상 알아흘리) 등 유럽에서 통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했다. 또한 가브리 베이가(22·알아흘리), 모하메드 시마칸(24·알나스르), 마르쿠스 레오나르두(21·알힐랄)같이 유망한 선수들도 제안을 받아들였다.

AFC가 외국인 선수 제한 규정까지 폐지하면서 사우디 구단들이 더욱더 탄력을 받았다. 이번 대회 알힐랄, 알나스르, 알아흘리 세 구단 합쳐 33경기에서 26승을 거뒀다. 이들이 패배한 건 단 2번뿐이었다. 알아흘리의 경우 이번 대회 무패를 질주하며 2020시즌 울산 이후 5년 만에 ACL 무패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알아흘리의 질주를 방해할 대항마로 불리는 건 같은 사우디팀인 알힐랄과 알나스르다.

자본으로 인한 차이는 어쩔 수 없다지만, 중립 구장 개최 또한 입방아에 올랐다. 벌어질 대로 벌어진 선수단 차이에 운동장까지 기울어졌다. AFC는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8강부터 지역 구분 없이 중립 지역에서 단판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그런데 사우디 제다가 중립 지역으로 선정됐다. 광주와 알힐랄 경기가 펼쳐진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는 알힐랄 팬들의 카드섹션이 등장했다. 중립 경기라는 사실을 모르고 봤으면 광주가 알힐랄 원정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사우디 왕가에서 국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축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격차는 더욱더 벌어질 전망이다. 100번 붙어 못 이길 상대는 없다지만, 사우디 구단을 상대로 1골 넣는 거조차 기적인 시대가 왔다. K리그를 비롯한 동아시아 구단들이 사우디 거부들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국제 경쟁력에 대한 숙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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