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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과 잘츠부르크는 ‘꿈의 무대’에서 멋진 꿈을 꿨다 [GOAL LIVE]

PM 6:17 GMT+9 19. 12. 11.
황희찬
꿈의 무대 UCL에서 황희찬과 잘츠부르크는 멋진 꿈을 꿨다

[골닷컴, 잘츠부르크] 정재은 기자=

멋진 도전이었다. 25년 만에 ‘꿈의 무대’에 오른 잘츠부르크는 후회 없는 싸움을 했다. 마지막 상대 리버풀의 골문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결과는 패배지만 잘츠부르크는 고개를 떨구지 않았다. 

10일 저녁(이하 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29,520명의 기대 어린 시선이 모였다. 2019-20 UEFA 챔피언스리그 6차전에서 잘츠부르크가 기적을 쓰고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가 큰 관심사였다. 아쉽게도 그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0-2로 패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인사하는 잘츠부르크를 향해 그들은 기립 박수를 끊임없이 쳤다. 

그곳에는 대한민국 황희찬도 있었다. 경기 후 우두커니 서 있는 그에게 동료들이 다가가 따듯하게 안아주며 서로를 위로했다. 적장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역시 그를 ‘꼬옥’ 안아줬다. 클롭은 잘츠부르크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모두 안아주며 그들을 격려했다. 안필드에서 황희찬에게 다가가 ‘머신’이라고 표현한 클롭은 이번에도 황희찬에게 “잘했다”라고 했다. 황희찬은 “감사하다. 저도 많이 배운 경기였다”라고 대답했다. 

황희찬은 지금 스물셋이다. 유럽 무대에서의 경험도 적지 않다. 그는 여전히 매 경기에서 “배운다”라고 표현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황희찬은 경기에 임하는 자세까지 바꿨다. 이전에는 경기력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골을 노린다. 올 시즌 공식전 22경기에서 9골 14도움의 기록은 그래서 가능했다. 

9골 중 3골을 UCL 무대에서 넣었다. 그중 한 골이 바로 안필드에서 나왔다. 리버풀과의 UCL 조별리그 2차전 전, 가장 신경 쓰이는 상대를 묻자 그는 “아무래도 버질 반 다이크다. 그는 월드 클래스 선수다. 그런 선수와 맞붙게 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런 반 다이크를 상대로 멋지게 골을 넣었다. 

 

6차전에서는 반 다이크가 황희찬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그의 움직임을 모두 읽었다. 세계적 수비수의 큰 벽을 황희찬은 결국 뚫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자책하지 않는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느끼게 됐다”라며 부족한 점,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았다.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황희찬은 웃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앞으로도 그런 선수들과 계속 경기하며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 

물론 아쉬움은 남는다. 역사상 첫 16강 진출 가능성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리버풀이라는 상대로 준비를 열심히 잘했고 모든 걸 쏟아부었기 때문에 후회와 아쉬움이 둘 다 든다. 전반전에 내가 마지막 패스를 신중하게 했더라면 좋은 찬스가 골이 나올 수 있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신 큰 후회는 남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황희찬을 비롯해 엘링 홀란드, 막시밀리안 뵈버, 도미니크 소보슬라이 등 잘츠부르크의 젊은 선수들은 입을 모아 “모든 걸 쏟아 부었다”라고 말했다. 

때로는 기록이 모든 걸 대변해주진 못한다. 이번 UCL에서의 잘츠부르크가 그렇다. 그들은 1차전에서 헹크를 상대로 6-2 이라는 놀라운 스코어를 냈다. 홀란드는 UCL 역사상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린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이어서 5경기 연속 득점한 최초의 10대 선수로 우뚝 섰다. 유럽이 그를 주목했다. 

제시 마치 감독의 역량도 인정을 받았다. 그는 UCL 무대를 밟은 최초의 미국인 감독이다. 그를 취재하기 위해 미국에서 잘츠부르크로 많은 취재진이 날아왔다. 마치 감독은 “이 무대를 밟을 자격이 있는 미국인 감독은 충분히 많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이 “모든 걸 쏟아부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황희찬은 “우리가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패기를 보여줬다.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개인 기술도 많이 보여줬다. 많은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라며 자신의 팀을 자랑스러워했다. 

비록 황희찬과 잘츠부르크의 UCL 도전은 끝이 났지만 아직 ‘꿈’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제 시작이다. 반 다이크는 그들이 세상을 놀라게 할 팀이라고 말했다. “잘츠부르크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다. 그들은 그래야만 하는 팀이다. 정말 훌륭한 팀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한번 보자.” 

그리고 레드불 아레나에는 이런 메시지가 남았다. 

‘우리는 바르셀로나도, 레알마드리드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꿈을 이룰 준비가 됐다. 그게 바로 잘츠부르크다.’

사진=정재은